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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노하우, 한국에서는 '터부'-캐나다에서는 '학습장애'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급선무

바카라노하우와 학교, 교사를 검색하면 이런 뉴스들, 키워드들이 가득하다.


금쪽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
교권침해, 수업 방해 학생

우리나라 공교육 교사로서 12년 동안 근무하며 왜 바카라노하우 아이들이 교사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학교에서 기피하는 아이들이 되었는지 그 복합적인 문제의 흐름을 피부로 체감해 왔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교권의 추락,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보다 평가와 대입에만 치중된 교육 현장, 협력보다는 경쟁,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까지. 이런 사회적 현상들은 교사가 되면서 기대했던 '마음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학부모의 교권 침해의 피해는 교육 주체인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다. 특히, 행동 문제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도와야 하는 학생'이 아닌 '분리해야 하는 학생'으로, 누구도 맡고 싶지 않은 학생으로 바라보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금쪽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으로
불리기 시작한 바카라노하우 아이들

미디어와 언론에서 '폭력적인 학생'들을 모두 바카라노하우라고 하나의 진단명으로 아주 쉽게 명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반화와 쉬운 판단들은 바카라노하우를 '터부'시 하게 만들어왔다. 사실, 아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은 다양한 이유에서 시작된다. 모든 문제학생들을 쉽게 바카라노하우로 진단하면, 약만 먹으면 해결될 거라는 오해를 만든다.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부모가 아이의 바카라노하우를 어떻게든 인정하려 하지 않게 만든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부모가 가정에서의 환경적인 문제는 무시한 채, 아이의 문제를 그저 뇌의 문제로 쉽게 치부하며 가정 환경을 개선하기보다 약으로만 치료하려 하기도 한다. 이때 바카라노하우는 편리한 합리화로 이용된다.


'터부'가 된 바카라노하우
Vs.
'학습 장애' 중 하나인 바카라노하우

캐나다에 아이와 함께 유학을 왔다. 우연히 옆집 아이 윌도 바카라노하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윌의 엄마에게 나도 세모의 바카라노하우를 고백했다.

"한국에서는 바카라노하우를 선생님에게도 주변인들에게도 잘 말하지 않아. 선입견을 가질까 봐 걱정되거든."

"왜? 그냥 학습 장애(learning disability) 중 하나잖아."

"한국에서는 바카라노하우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안 좋아. 폭력적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라고만 생각해."

"뭐라고? 그럼 어떻게 도와줘?"

마지막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실, 도와주려는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분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아이가 바카라노하우 진단을 받고 나서는 바카라노하우에 대한 한국의 전반적인 인식이 어떤지 알기에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봐, 정신과에 다니는 아이로 바라볼까 봐, 엄마인 나의 양육방식 탓으로 돌릴까 봐 어디에도 잘 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한국 시스템

이렇게 터부시 되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한국의 교사들이 행정 일과 학부모 민원, 학생 관리, 상담, 수업 등 짊어진 짐이 너무 많은 것을 알기에 "바카라노하우 아이를 이해하고 많이 도와주세요" 하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마저 어려웠다. 결국 아이들이 약물 치료를 받고 정신과 진료를 다니는 이유는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 교육의 중심에는 '선생님'이 있다. 나 역시 교사로서 우울증이 있는 학생부터 바카라노하우 증상이 심한 학생, 왕따를 당하는 학생 등을 담임교사로서 상담하고 싶어도 상담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 교사의 업무 분장에서 당연시되는 상담과 학급 관리 영역은 쏙 빠진 채 행정일을 분담하고 수업 시수를 나누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는 더욱 방어적인 자세로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 현장에서 바카라노하우 아이는 늘 교육 현장을 어렵게 만드는 '위기 학생'일 뿐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선생님께 학부모가 편하게 오픈하고 협력을 요청할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에서 교사가 어떻게 학부모에게 바카라노하우 검사를 받으라고 권할 수 있을까.


결국 돌고 돌아 인식개선이 급선무

바카라노하우는 신경다양성 중 하나로, 경계선지능부터 멘사 급 지능, 조용한 바카라노하우, 과잉행동-충동형 바카라노하우, 그리고 경증부터 중증, 공격성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 중,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바카라노하우로 보는 현상, 조용한 바카라노하우 아이들은 정작 발견되지 못해 그 치료가 늦어지는 데에는 모두 한국사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질환과 신경다양성인들을 '터부'시 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순간, 결핍이 있는 사람으로, 사회 부적응자로 보여지는 문화에서 바카라노하우 아이들의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머님, 왜 바카라노하우 진단을 받지 않으시나요?"

부모가 바카라노하우 진단을 받게 하고 싶다면, 이 아이들을 금쪽이라고 부르는 것을 멈춰야 한다. 이 아이들을 위기 학생으로 보기 보다, 도와야 할 대상으로 학교에서 신경다양성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당장 검사를 받으세요 권했을 때, 바카라노하우라는 딱지를 붙이려고 50만 원이나 들여가며 선뜻 검사할 부모가 있을까? 약물 치료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겁이 나는 부모에게 "약 먹으면 좋아진대요"하고 그렇게 쉽게 말한다고 아이에게 바로 정신과 약을 먹일 부모가 있을까?직접 겪어보니 절대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에서, 미디어에서 계속 바카라노하우에 대한 부정적인 단편적 이미지를 보여줄수록 부모는 더욱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정말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도록 돕고 싶다면 우리는 금쪽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이 아닌 신경다양성에 대한 개념, 그 가치에 대한 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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