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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 응모 소감

바카라 내추럴나인 프로젝트에 응모는 잘 했으면서도 우울한 나를 보며


이번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했다. 지난해 마감 즈음에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되어서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남아있어서(물론 덕분에 응모기간도 연장되었지만), 심지어 늘 마감일에 허덕대며 내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마감날 이틀 전에 모든 바카라 내추럴나인 제출을 마무리했다. 응모기간 마지막날,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들의 바카라 내추럴나인이 완성되었다는 알림이 띠롱띠롱 울리는 것을 들으며 아 다들 열심히 하시는구나.. 하며 흐뭇하게(?) 생각하기도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응모기간이 끝나고 나서, 요 며칠 퍽 우울했다. 왜지?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브런치 글도 쓰기가 힘들었고 브런치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약간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런 증상은 자주 오는 게 아닌데.. 싶어 곰곰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런 경로로 우울함에 빠졌던 것 같다.


바카라 내추럴나인

사진:UnsplashAlvin Leopold



바카라 내추럴나인 응모 완료! 후련하다 → 작년에는 내고 나서 한동안 완전 설레고 행복했었지(브런치 글'제10회 바카라 내추럴나인 대상 낙선 소감'참조) → 근데 결국 떨어져서 (내가 뭐라고) 엄청 우울했었어... → 올해는 새로운 바카라 내추럴나인도 많이 썼으니까 그만큼 가능성이 올라가는 거 아닐까? 그리고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려고 글을 써왔던 건 아니잖아! 그냥 글을 쓰는 거 자체가 재미있었던 거지.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 응모는 일종의 덤 같은 거야. → 그래도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건 어렵지.. 책을 내고 싶은 간절함은 여전히 있잖아 → 근데 다른 작가님들이 응모한 바카라 내추럴나인들을 좀 봐. 이렇게 엄청난 소재로 이렇게 좋은 글솜씨로 쓴 글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쓴 글 따위가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어? → 그렇지. 이번에도 난 또 떨어지겠지. 나는 이렇게 평생 책도 내보지 못하고 회사만 다니면서 썩어갈 거야(기적의 논리점프)




놀랍게도 위의 경로가 거의 정확하다. 책을 만들어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에 선택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더해져서 간절히 원하는 걸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지고 그게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다. 써놓고 보니 정말 부끄럽다. 자의식 과잉 글 2탄이다(1탄'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참조). 하지만 여전히 어쩌겠는가? 나는 글 쓰는 걸 너무 사랑하고 글 쓰는 걸로 인정받고 싶고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한걸. 그래도 어쨌든 우울함에 천착되어 있는 나를 잘 달래야 하기 때문에 다음의 두 가지 해결책을 만들어 보았다.


첫째. 오랜 시간 브런치에서 글을 써온 작가님들을 보는 것. 브런치 서비스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글을 써오신 분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분들은 매년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가 열릴 때마다 바카라 내추럴나인을 제출하고 계셨다. 출판대상으로 선정되든, 선정되지 않든 그 결과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습관처럼 써온 글들을 담담히 꾸준히 제출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을 계속한다는 것만큼 대단한 일도 없다. 그분들을 보며 고작 두 번째 바카라 내추럴나인 출판 프로젝트를 맞이해 온갖 설레발을 다 떨고 있는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부끄러움으로 내 우울을 눌러낼 수 있을 정도이다.


둘째. 책을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 평상시에 제대로 기획하거나 퇴고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올리는 바카라 내추럴나인 글들이 굉장히 낮은 확률로 선택받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자는 생각이다. 출판기획서 양식도 찾아보고, 원고 투고는 어떻게 하는지도 검색해보고 있다. 내 생각들과 행동들을 잘 갈무리해서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출판물로 만들고 싶다. 그 욕망을 가지고만 있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해서 불안과 우울을 줄여나갈 것이다.




역시 이 지질한 우울도 글로 쓰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모든 일은 실체가 잡히지 않을 때 더 겁이 나고 무서운 법이다.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을 책으로 내고 싶은 내 욕망을 묻어두기만 하지 말고, 꺼내서 잘 만지고 다듬어주고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내년에는 정말 책을 내고 싶다.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으니 이제 행동하자,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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