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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토해내고 바카라 배팅 먹지 않고

짐작건대 원했던 바카라 배팅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그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 새 우상화됐던 그의 시야가 안경처럼 내게 씌워져 길거리에 괜찮은 동성만 봐도 그 바카라 배팅이라면 좋아했겠다 하고 혼자 짐작하곤 거울 속 나를 개탄한다.


이것은 분명 나의 그 빌어먹을 자존감 탓이란 걸 알지만 당장 내가 보는 나는 너무도 초라해 먹은 것을 모조리 구토하곤 내일의 공복 몸무게를 가늠한다. 퍽 웃기다. 여기서 살이 좀 빠진다고 해서 내가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닌데.식이장애의 징조가 보인다. 누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 했던가.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한 사랑은 절대로 온전히 아름다워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일인데 시궁창 같은 역사를 아는 인물을 예쁘다고 바라보는 것은 참 쉽지가 않다. 병신 같은 나.




08


작은 것 하나도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을인 나. 그 바카라 배팅도 은연중에 알겠지. 자신이 갑의 위치라는 걸. 오히려 그런 걸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몸집을 키워 나를 짓누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바카라 배팅은 내게 이별 통보를 한다. 자세한 설명 없이 나를 챙겨줄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납득할 수 없어 비참하고 처절하게 붙잡았다. 그때부터 이상한 관계가 시작됐다. 관계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둔 것처럼 멈춰있는 관계가 지속된다. 결국엔 그 바카라 배팅은 나를 떠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쓸데없는 희망을 집어삼키고 있는 거겠지.


희망은 꼭 정제 탄수화물 같아서 양껏 먹을 때까지 행복하지만 금세 허기지다. 그것을 연료로 쓰려면 꽤나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차라리 희망 같은 건 먹지 말걸.


희망이 소화되기 전에 억지로 토해낸다. 희망을 토해낸다. 오늘을 토해낸다. 그 바카라 배팅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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