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 나이 3n살, 30대가 되고도 꽤 오랜 나날이 지났다. 내 사설 바카라 중에는 결혼한 사람도 있고, 임신한 사람도 있고,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지만 난 여전히 싱글이라 삶의 스타일에 큰 변화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회사 가고, 고통스럽게 일하고, 퇴근하면 집에 가서 누워서 유튜브 보고. 그리고 가끔씩 사설 바카라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20대 때는 사설 바카라의 결혼이 그렇게 설레는 이벤트였다. 물론 당사자인 사설 바카라에게 훨씬 훨씬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내 인생에도 꽤나 중대 이벤트였다. 결혼할 남자와 사설 바카라들과의 만남에 참석하고, 결혼 기념사진 찍을 때 같이 가서 사진을 찍고, 드레스 고를 때 따라가고... 결혼식이 다가오면 다른 사설 바카라들과 함께 결혼 축하 선물도 마련했고, 당일에는 몇 시간이고 일찍 가서 신부대기실에서 사설 바카라와 사진을 찍고 잔심부름을 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고 다 내가 즐거워서, 재미있어서 했던 것이다.
결혼식 당일까지는 분명 후회 없이 재미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설 바카라는 이제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높은 확률로 몇 년 안에 아이를 가졌다. 마치 최근의 마블 영화에서 변곡점이 생겨서 타임라인의 가지가 돌이킬 수 없이 갈라져 뻗어나가는 것처럼, 사설 바카라와 나는 이제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겪어보기 전에는 '에이 난 괜찮아! 내가 무슨 단짝 사설 바카라 잃어서 우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제 다 독립해서 잘 사는 사람들인데 이전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내 사설 바카라는 지금까지와 변함없이 만나면 반갑고 대화가 통하고 나를 아껴주는 사설 바카라 그대로였다. 다만 변한 것은 그와 나의 삶이었다. 사설 바카라에게는 이제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겼고, 어렵지만 잘 컨트롤해야 하는 시가도 생겼다. 예전에는 명절에 집에 내려갔을 때 고향 사설 바카라들끼리 시간이 맞으면 잠깐 만나서 신나게 놀곤 했지만, 이제 사설 바카라는 시가와 처가를 오가느라 바빠 나와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기를 낳은 사설 바카라의 상황은 더했다. 집 밖 외출이 매우 매우 어려워져 집에 찾아가야 사설 바카라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마저도 아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에 가야 하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면 당일에 취소되기도 했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나는 점점 사설 바카라와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힘들게 겨우겨우 만나도, 이제 대화의 주제가 많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사설 바카라는 육아, 시가, 살림에 관한 근황 이야기를 했지만, 내 삶은 여전히 직장, 대충 치우고 사는 자취 집, 불안정한 미래에 있었다(20대 때와 변한 게 없었다). 공통 주제가 없다 보니 대화는 종종 끊기고 전에 없던 어색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다. 이건 내가 사설 바카라에게 가진 애정의 크기가 줄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슬프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사설 바카라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나와 예전만큼 척하면 척 알아들을 수는 없는 관계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 공통의 화제는 줄어들 것이고, 사설 바카라는 내가 모르는 삶을 살 것이며, 나 또한 사설 바카라가 모르는 삶을 살아갈 거라는 사실을.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렸을 때는 사설 바카라와의 멀어짐에 당황하며 사설 바카라를 원망해 보기도 하고, 다른 삶을 사는 나 자신을 괴롭히기도 했다(나도 결혼해야 하나?로 시작되는 것들). 하지만 이제 멀어지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소중하게 여기는 존재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내가 집까지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사설 바카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 사설 바카라를 좋아하고 그 사설 바카라를 닮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주책스럽게도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나는 사설 바카라와 멀어지면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간다.
내 나이 3n살, 올해나 내년쯤에는 또 결혼하는 사설 바카라들이 생길 것 같다. 솔직히 이제 20대 때처럼 마치 내 이벤트처럼 설레고, 사설 바카라의 결혼이 두근두근하진 않는다. 결혼 후에도 사설 바카라와 재미있게 자주 보며 지낼 수 있을 거란 환상도 버렸다. 결혼 이후에 사설 바카라는 더욱 만나기 힘들어질 것이며, 아이가 생기면 연락조차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사설 바카라는 나와는 멀어질 것이지만, 새로운 인생의 시기를 맞이해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설 바카라와의 멀어짐을 기념하는 행사인 결혼식에 참석해 너와 멀어지는 날을 축하한다고, 나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너의 앞날을 축복한다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나와 사설 바카라의 삶은 이제 방향을 달리 한 것이고, 원래 삶이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