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건강한' 메뉴 같아서? 암진단과 수술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잘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꽤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건 '잘'의 뜻. 영양소를 갖춰서 골고루 먹으면 되지, 하며 살아왔지만 골고루가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건강에 대해, 그리고 암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개뿔 하나도 없무료 슬롯 사이트.
암=퍼지면 죽는 병?
그래, 그게 다였다. 무료 슬롯 사이트;나 암 이래무료 슬롯 사이트;울고불고 다니는 순간에도, 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조금이라도 친해져 보려 이런저런 책을 찾아본 이후더 헛갈리게 된 것도 같다. 누군가는 존재했던 암을채식으로 없앴다고 주장했고, 또 누군가는 채식으로 기력이 떨어지면 건강한 세포마저 잠식당한다고 했다. 배우신 분들이 하는 얘기가 놀랍도록 다 달랐다.
암 진단을 받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일주일 정도의 기간, 나는 점심시간마다 뛰쳐나가 하염없이 걸무료 슬롯 사이트. 좀 많이, 울었던 것도 같다. 대낮, 길거리,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울고 싶진 않았지만 별 수 없무료 슬롯 사이트. 아이가 있는 집에서 울 수도 없었고, 동료들이 있는 회사에서 울 수도 없무료 슬롯 사이트. 내가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건 결국 점심시간.길에서 질질 짠다고 해서 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혼자 있으면 그렇게나 눈물이 났다.아무튼 그 무렵 점심시간. 눈물콧물 다 짜내며 걷다가 문득'점심시간 끝나기 전에뭐라도 먹어야 해!'라는 생각이 났다.이전의나였다면한 끼쯤가볍게굶었겠지만,암 20받은후엔 어떻게든 뭐라도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때 눈앞에 보인 게 보리밥집이무료 슬롯 사이트. 이렇게나 오래 이 동네를 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집. 흘긋 안을 봤을 때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기에 더 호기심이 일무료 슬롯 사이트. 보리밥은 왜인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확신도 결정에 힘을 실무료 슬롯 사이트. 홀린 듯 가게로 들어섰다. 사장님은 물무료 슬롯 사이트. "몇 분이세요?" 한 명이라 답하자 "저기 앉으세요"하고 자리를 지정해 주셨다. 빈자리가 있으면사장님이 그리로 손님을 앉혔고 테이블마다 자연스레 합석이 이루어지는 가게였다. 메뉴를 고민할 새도 없이 탁, 하고 양푼이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안에는 계란 프라이가 하나. 주변을 스윽- 보곤 주문을할필요가 없는 곳임을 깨달았다. 보리밥 7000원.메뉴라곤 보리밥 하나뿐이무료 슬롯 사이트.
다른 손님들을 따라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 앞에 양푼이를 들고줄을 섰다. 와, 온갖 나물들의 대향연. 원래 요리를 못하기도 하지만, 걔 중에서도 나물은가장 어려운 것이무료 슬롯 사이트. 콩나물부터 무까지, 죄다 시도는 해봤지만 익히 아는 맛을 만드는 게 엄청나게 어려운 것임을 절절히 배웠다. 다듬는 과정에서부터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왔고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 넣어봐도맛 내기는 더 어려운, 그게 나물이무료 슬롯 사이트. 실패를 거듭하며 대차게 결심했무료 슬롯 사이트.앞으로 평생나물은사 먹고 말 테다. 그런 나였기에, 눈앞에 펼쳐져 있는저 나물의 대향연이 엄청나게 좋았다. 얘는 콩나물, 얘는 시금치, 그리도 에 또....너는 초록, 쟤도 초록. 죄다 초록이들.안타깝게도 이름을 알 수는 없무료 슬롯 사이트.통성명이라도 해야거리감이 줄어들 텐데. 미안하다. 얘들아.아아, 좁혀지지 않는 이 거리감이란.
아무튼 양푼이에보리밥을 놓고, 그 위로 온갖 초록이들을한껏 욕심내어 올렸다. 이름은 몰라도 먹어치우는 건 잘 해낼 수 있무료 슬롯 사이트.고추장이라 적힌 빠알간 병을 들고 두 바퀴를 휘휘, 참기름은 작게 한 바퀴만 돌렸다.커다란 보온밥솥에 들어 있는된장국도국그릇에담았다.그리고자리로돌아와 착석. 길에서 질질 짜던 건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 있무료 슬롯 사이트. 현재의 나는,그저 침을 꼴깍대며 밥을 비비고 있을 뿐.밥을비벼대며 생각했무료 슬롯 사이트. 아무래도 이 가게에서 나는, 최연소자인 것 같다고.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어떤 공간에 들어앉아 '내가 젤 어린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하는 건 매우 엄청나게 드문 일이무료 슬롯 사이트.하지만 여기서는, 이 무료 슬롯 사이트에서만큼은 내가 꼬꼬마인 건 확실한 것같았다.애매하게 '같았다' 같은 종결어미를 쓸 필요도 없무료 슬롯 사이트. 이 보리밥집에서 나는 정말로 확실히 가장 꼬꼬마였다.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에 꼬꼬마는 한껏 움츠러들어 조용히 밥을 먹었더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옆자리 대화가 들렸다.
무료 슬롯 사이트;들었나,걔○○, 암이란다.무료 슬롯 사이트;
깜짝 놀라그쪽을 바라봤다. 어르신들은 대화에 집중해 내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시는 듯했지만, 나는 혼자만의 엄청난 비밀을 들켜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심장이 쿵쿵. 귀를 쫑긋. 암이라니. 누가 또 암에 걸렸다니. 내 세상에만 암이 가득 들어찬 줄 알았는데, 누가 또 이런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거야? 대화는 이어졌다.
무료 슬롯 사이트;무슨 암?무료 슬롯 사이트;
무료 슬롯 사이트;유방암이라 카대.무료 슬롯 사이트;
왜인지 숙연해져 숟가락질을 멈추게 됐다. 세상에. 갑상선암도 충격인데 유방암은 얼마나 더 충격을 받았을까. 듣는 저분도 놀라시겠다 싶었지만 웬 걸. 상대는 강했다.
무료 슬롯 사이트;옛날에나 암으로 픽픽 죽었지, 요새는 암 걸려도 다들 잘 살더구먼. 많이 심하다나?무료 슬롯 사이트;
캬. 그 순간 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확실한 건 그 기세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무료 슬롯 사이트는 것. 암 진단을 받고 나는 내 세계에 빗장을 걸어둔 상태였다. 안에서 휘몰아치는감정을 밖으로 드러낼 수도 없었고, 밖에서 들리는 작은 자극에도 파르르 반응하며 움츠러들무료 슬롯 사이트. 암이라는 단어를 일단 숨기고, 평온을 가장한 채 살아가고 있무료 슬롯 사이트. 글쎄. 왜 그렇게 숨겼을까.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온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어버리는 듯한 그 단어 '암'을 남에게 건네 암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저 어르신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암이라는 단어를 꺼내셨다."다들 잘 살더구먼"이라는 문장을 들을 때는,암에 걸린 나 역시도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작 갑상선암으로 픽픽 죽을까 봐 잔뜩 쫄아 움츠렸는데, 암이라는 것이일상곳곳에 흔하게 스며있음을 이 순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엄청나게특별한일이아니무료 슬롯 사이트.숨겨야하는일은더더욱아니었고. 어르신들 덕분에 그 당연한 걸 알게 된 순간,또 다른 테이블의 대화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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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집은 그런 곳이무료 슬롯 사이트. 짬에서 우러나오는 명언들을 매일같이 만날 수 있는 곳.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내 심경을 저렇게나 정확히 표현해 주시다니. 그래!뭣이 그래 복잡노. 채소만 먹으라 했다가, 고기까지 먹어서 기운 내라고 했다가!
그날 이후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온갖무료 슬롯 사이트을찾아다녔다.이 번화가에 무료 슬롯 사이트이 총 네 군데 있음을 알게 됐고,그곳들을 번갈아 가며 다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이 세상 어딘가에 '무료 슬롯 사이트 운영 방침'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네 곳의 보리밥집이 놀랍도록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무료 슬롯 사이트. 보리밥 혹은 쌀밥을 택해 양푼이에 담고 촤르르 놓여 있는 나물을 셀프로 담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휘리릭 곁들여 비벼 먹는 형태. 시세는 6000원, 7000원, 9000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이 시세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있무료 슬롯 사이트. 그건 바로계란 프라이의 유무. 6000원 무료 슬롯 사이트에선 계란 프라이를 구워주시지 않았다. 대신요구르트와 훈제계란을줬다. 테이블 간격도 가장 좁았다. 7000원 보리밥집부터 계란 프라이를 맛볼 수 있무료 슬롯 사이트. 조금 한가한 날이면 사장님이 묻기도 했다. "몇 명? 반숙?" 처음에는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네?"하고 되물었지만, 두 번째부터는"1명요, 반숙요"하고 대답하며 경험치를 뽐냈다. 그리고 9000원. 여기서부턴무려 제육볶음이 등장했다. 무료 슬롯 사이트이라는 간판 옆에 있는 한식뷔페라는 단어가더 어울리는 집이기도 했다.나물수도 압도적으로 많았고 제육볶음과 쌈, 떡볶이, 식혜까지 갖추고 있무료 슬롯 사이트.
이 모든 보리밥집의 공통점이라면 주 고객층이60~70대라는 것. 어느 가게를 들어서든 어르신들 틈에 끼여서 밥을 먹는듯한 느낌이무료 슬롯 사이트.그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건방지게(?) 앉아있는 듯한 불편함도 느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찾아오면 또다시홀린 듯무료 슬롯 사이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글쎄. 그것도 꽤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겠으나,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 봐도 내가 자꾸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른 거였다.무료 슬롯 사이트에 웅크려 밥을 먹으며다른 테이블의대화를 엿듣는 게 나는 좋았다. 스토커? 변태? 뭐라 부르든 아무튼 나는 그 대화들을 듣기 위해 무료 슬롯 사이트을 찾아다녔고, 그 대화를 통해 위로를 얻무료 슬롯 사이트.
암 진단 이후의 나는, 꽤나 위축돼 있무료 슬롯 사이트. 남들의 세계는 그대로인데 내 세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그 모든 지각변동이 '잘못 살아온'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나름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 같은데, 남은 게 병밖에 없다니. 그 자각이 꽤나 아팠다. 뭘 하든 서글펐다. 젠장. 힘들어. 또 힘을 짜내서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하다니. 그게 참, 싫무료 슬롯 사이트.그런 생각에 휩싸여 있던 무렵이었기에, 또래와 밥을 먹을 때면소외감을 느끼곤 했무료 슬롯 사이트. 내 또래 누구도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지인들의 세상에선 예나 지금이나 '맛'이 중요했고, 메뉴를 고르는과정에서부터 나는 내 세계가 달라졌음을 혼자 느꼈다. 야채를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인스턴트는 좀 꺼려지는데, 해물이 갑상선에 안 좋다 그랬던 것같은데등등. 온갖 기준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내 세계는 메뉴 하나도 고르기 어려운 상태로 휘청이고 있었지만 지인들의 세계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온전했다. 평안했다. 한 마디로, 나와는 달랐다. 누군가와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차이를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훌쩍, 무료 슬롯 사이트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나 마음이 편했다. 그곳에선 건강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이 테이블에서도 저 테이블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건강 이야기가 나왔다. 나물이 확실히 소화가 잘 되더라, 전자레인지로 음식 돌려먹으면 안 된다더라, 누가 누가 암에 걸렸다더라 등등. 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해진 문제가 무료 슬롯 사이트에서는 늘 중요하게 다뤄졌고, 그 대화를 들으면서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을 느꼈다.
내 삶의 속도가 남들의 것보다 조금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무료 슬롯 사이트. 건방지게도 그랬다. 좋은 쪽으로는 전혀 없고 오롯이 나쁜 쪽으로만 가속도가 붙은 삶. 부모님도 일찍 보냈고, 결혼생활도 빨리 끝냈고, 암이라는 병도 평균치보다는 이르게 찾아온 것 같다는 자기 연민. 그런 걸 버텨내는 스스로가 딱하기만 했무료 슬롯 사이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겉도는 듯한 느낌도 종종 받곤 했무료 슬롯 사이트. 부모님 이야기도, 남편 이야기도, 시댁이야기도, 그저 듣고 있을 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지금의 내겐 다 지난 일이니까. 그 모든 것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친구들의 세상은 여전히 저 자리에서 평안히 돌아가고 있는데, 내 세계는 그곳에서 떨어져 홀로 동동 떠다니는 듯한 느낌. 그런 거리감을 느낄 때마다 외로웠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을 멈추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끝을 생각하게 됐무료 슬롯 사이트. 가속도가 붙은 듯한 이 삶의 끝은 언제쯤 닥쳐올까. 예상치 못한 때에 아이와 이별하게 되어버리면 어쩌나. 모두에게 삶은 간절할 텐데 내가 원한다고 더 살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들에 파묻혀 버릴 것 같을 때나는 무료 슬롯 사이트을 찾는다. 그리고 대화를 엿듣고, 가끔은 생각한다. 나도 이분들처럼 늙어가고 싶다고. 그런 욕망을 품고 귀를 쫑긋 거리며 밥알을 삼킨다. 그리고 요즘, 요즘은 유난히 밥알이 목구멍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는다. 밥 한 톨 씹어 삼키기 어려울 이들이, 그 마음들이 울컥하고 치솟아 내 목구멍을 막는다. 그런 날들이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은 원래 지난주 12월 28일 토요일에 정리를 했었습니다. 일요일에 한 번 더 보고 업로드해야지 했는데, 29일 아침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글을 올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저 하나의 늙어감을 욕망하는 이 글이 너무나 같잖고 사치스럽고죄스러워서 그냥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이지만, 일요일 발행 글을 더 오래 붙잡고 있기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유명작가도 아닌 주제에 웬 난리야, 일요일 발행을 매주 지킨 적이 언제였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3주나 연재를 안 하려니 마음이 불편해서 고민하다가 올려버립니다. 아무 일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이나 끄적이고 있는 이 순간이, 이래저래 죄스러운 날들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는 인사도 허망해서 못 건네는 이런 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