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어디서 쫀드기를 사가지고 왔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간식인데 지금은 대표적인 추억의 만 중 하나다. 전기스토브에 구워 먹으니 그런대로 옛날의 맛이난다. 그러고 보니 또 한가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간식이 있었다.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는 5일장이 섰었다. 난 매주 찾아오는 장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바카라 프로 아줌마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말 전학 온 초등학교 정문 앞에도 바카라 프로 아줌마는 있었는데 오일마다 오는 게 아니라 매일 학교 교문 앞에 상주를 했고 아이들은 바카라 프로가 아니라 달고나라고 불렀다. 아뭏든 고향의 바카라 프로 아줌마는 늘 연탄 화덕 한 개와 국자를 가지고와 설탕을 설탕을 녹여 진한갈색의 끈저근적한 액체가 되면 대나무 젓가락으로 소다를 살짝 넣고 황금색 빵처럼 부풀어 오르면 누름쇠로 동그랗게 원판을 만들고 8자형 틀로 눌러 그 모양대로 오려내면 오십 원을 주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아줌마의 손톱은 볼때마다 손톱 밑에 때가 잔뜩 끼어있었고 머리는 늘 떡이져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달콤한 맛은 중독성이 있어 매 번 바카라 프로를 하곤 했다. 아줌마가 한 번이라도 건더 뛰는 날에는 또 오일을 기다려야했고 그날은 시장통에어 아이들이 하릴없이 아줌마를 기다렸다.
한번은 바카라 프로아줌마가 장에 오지않은 날, 어머니의 외출을 틈 타 부엌 아궁이 연탄불에 바카라 프로를 한적이 있었다. 연기는 풀풀나고 국자는 다 태워먹고 돌아오신 어머니께 한 1년치 먹을 욕과 더불어 한시간 넘게 잔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때만해도 양은 솥에 구멍이나면 때워쓰던 시절이어서 국자 한 개도 귀한 살림이었는데 국자를 다 태워먹고 귀한 설탕도 축을 내었으니 혼이 날만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바카라 프로 아줌마가 보이질 않았다. 몇 번의 장날이 지나도록 기다렸지만 아줌마는 그 이후로 모습을 보이 않았고 항간에는 더 큰 읍으로갔다. 아파서 집에 누워있다 는 등 별별 소문이 나돌았지만 어디 사는지도 몰랐고 끝내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옛 추억도 되살릴 겸, 집에서 아이들하고 바카라 프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국자하고 설탕, 소다만 있음 준비는 끝난다. 요즘은 워낙 물자가 풍부하다보니 국자 몇개쯤은 널려있다. 전기 스토브에 국자를 올리고 설탕을 두스푼 떠서 붓는다. 나무 젓가락으로 살살 저으니 금새 설탕액기스가 탄생한다. 소다를 조금 넣었더니 알이 꽉찬 대게처럼 배가불러온다. 이제 납짝하게 눌러주면 끝이다. 비록 도형을 새겨 오리는 원래모양은 아니나 나름 바카라 프로의 완성이되었다. 쫀드기, 달고나를 많은 이들이 불량식품이라고 칭한다. 내가 생각하는 바 그것들은 불량식품이 아니다. 쫀드기의 원료는 밀가루나 옥수수 가루, 식용색소이며 달고나의 재료는 설탕과 소다다. 단지, 대기업의 표시가 되어 있지 않고 당분이 좀 많다뿐이지 삼시 세끼를 다 쫀드기와 달고나로 먹는다면 모르지만 요즘 우리가 수시로 먹어대는 탄산음료, 햄버거, 피자, 감자 튀김 등이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우면 해롭지 이롭지 않다. 소량을 섭취하고 먹고나서 양치를 깨끗이 한다면 치아에도 그리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
지글지글 끓던 국자에서 탄생한 완성된 바카라 프로를 보고 있자니 고향의 시장 풍경이 보이고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던, 그럼에도 돈 통 안에수북이십원짜리가 쌓여가는 모습에 흥이난 아줌마의 맛깔스런 웃음이 매캐한 연탄불 냄새와 시커멓게 그을린 국자에서 나던 설탕타는 탄내와 어울려 코끝에 스며든다. 딱딱하게 굳길 기다렸다가 한 조각 떼내어 입 안에 넣는다.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입안에서 빙글빙글 녹으면 갖가지 모양의 냄새와 그 옛날의 풍경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쯤 사르르 되새김질 한다.
시나브로 밤은 깊어가고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콧물은 질질 흘려가며 시장 바닥 한 켠 연탄불 앞에 쪼그려앉아 손이 부르트도록 저가락을를휘젓던어린소년이여기에 있다.바카라 프로가 먹고 싶은 것도 아니고 쫀드기를 구워먹고픈 것도 아니었는데소년은그 옛날의 추억을그리도먹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