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의 방학이 동시에 시작이 되었다. 사실 메이저 바카라가 초등학생이 된 후로부터 온전한 나의 방학은 없어졌다. 대충 차려먹고 카페에 가 나만의 취미 활동으로 채우던 그 방학의 시간은 이제 없다. 삼시세끼와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일상이 시작 됐다.
메이저 바카라가 학교를 가지 않고 나와 하루 종일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고민했었다. 사실 메이저 바카라와의 온전한 둘만의 시간이 기대되면서도, 난 두려웠다. 메이저 바카라의 ADHD와 온종일 함께하는 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적응한 삶이면서도 가끔은 ADHD를 가진 아이와의 주말을 들여다보면 버거울 때가 많았다. 약효가 있기 전까지 1~2시간 동안 동생을 계속 귀찮게 하는 눈빛과 몸짓들을 중재하느라 써야 하는 나의 에너지부터 약효가 피크일 때 불현듯 찾아오는 메이저 바카라의 우울감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생활이다. 약효의 시간을 빌려 아이가 학습에 몰두하다가도 약효가 끝나는 저녁 시간부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11시까지의 시간은 메이저 바카라의 눌러뒀던 에너지가 큰 파도가 되어 나에게 몰려오는 느낌이다. 하루의 마무리를 따뜻한 차 한 잔과 독서로 마무리 하고픈 나의 이상은 그 파도 앞에 무력하게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한 사람.
"나도 엄마 있거든!"
바로 메이저 바카라에게 물었다.
"메이저 바카라야,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좀 며칠 놀다 올래?"
"진짜? 나 혼자 가는 거야? 오예!"
다행히 메이저 바카라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오롯이 받는 사랑을 너무 좋아한다. 외동 놀이에 들떠 그렇게 메이저 바카라는 할머니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나의 방학 처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몇 시간 생겼다. 둘째가 있으니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메이저 바카라의 빈자리가 이렇게 컸구나 싶다가 아이의 ADHD로 그동안 지쳐있던 나의 심신을 느끼게 되었다. 잘 해내고 있었지만, 비ADHD 아이 키우는 것보다 100배는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 바카라가 없는 집은 이런 거구나.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일어나 메이저 바카라를 깨워 ADHD 약을 챙겨줄 일도 없었다.
점심 식사를 잘하지 못하는 메이저 바카라를 위해 아침과 저녁 식사 메뉴를 뭘 차려줄까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에게 책을 읽어 주다가 방에서 쿵, 쿵 작은 물건을 던지며 장난치는 메이저 바카라에게 "메이저 바카라야, 시끄러워~" 소리칠 일도 없다. 둘째에게 이렇게 많은 책을 읽어줄 수 있다니?!
매일 루틴처럼 해야 하는, 놓지 말아야 하는 메이저 바카라의 학습을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
씻으라고 10번 말할 일이 없었다.
밥 먹으러 나오라고 10번 말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둘째는 메이저 바카라가 아니구나... 안심하기도 했다.
메이저 바카라가 지금의 둘째 나이였을 때 내가 느꼈던 고단함이 없었다.)
메이저 바카라가 없는 집.
그 집을 며칠 누려보았다.
메이저 바카라와 잠시 물리적으로 멀어져 보니, 먼 훗날 메이저 바카라가 이 집에서 독립할 그날을 상상했다.
그날이 와도, 메이저 바카라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그날이 와도 내 마음은 결코 편할 것 같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다. 엄마는 눈 감는 그날까지 자식 걱정에 쉬이 눈 감지 못할 것이라고.
나 역시 메이저 바카라가 독립하는 그때가 와도 온통 걱정 투성이일 것 같다.
내가 과연 너의 자립을 위해 잘 가르쳤는지.
내가 너에게 충분한 사랑을 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잘 지내는지.
내가 너에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도록, 스스로 자신을 위해 계획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는 법을 가르쳤는지.
내가 세상의 어두운 면들도 이겨내도록 적절한 실패를 경험하게 해 줬는지.
내가 너에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줬는지.
그날의 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네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 내 사랑을 다해 잘 키워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ADHD가 없는 집, 메이저 바카라 네가 없는 집. 어쩐지 너무 조용하면서도 '의미'마저 없네. 어서 곧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