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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쓰는 가상 바카라, 아무것도 쓰지 않는 가상 바카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가상 바카라은 영원히 잊힐 걸세. 그런 가상 바카라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타인의 증거, 362p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며 언어와 가상 바카라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고대 상형 문자로 남아있는유물이아닌,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가상 바카라의언어로서. 생을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길 수 있는 말들엔 뭐가 있을까. 결국 그가 살아오는 동안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죽음 앞에선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마저도 부정이 아니라 창조였다. 새로운 체험을 통한 창조가 분명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건 그의 또렷한 의식 속에서 나오는 관찰이었고, 그 관찰값을 표현하는 건 언어였다. 김지수 작가를 통해 남겨진 그것의 가상 바카라은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은 가르침이었다. 선생은 기력이 빠져나가는 탓에 직접 지필 하진 못했지만, 지난날 그가 남긴 가상 바카라이 이 책을 만든 셈이다. 그의 언어를 사랑하던제자로부터, 스승의 마지막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싶다는 의지를 이끌어냈으니.


아무것도 쓰지 않는 가상 바카라이란 단순히 글자, 문장,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 내가 남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그들도 언젠간 늙고 병들어 죽을 것이다. 요즘 세대들의가치관을 따라 결혼하지 않거나 딩크족으로살다 갈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만큼 대단한 작품을 남길 만한 재능까진 없는 것 같다. 결국 나는 나만의 언어와 문장으로남기는 가상 바카라을 선택할 것이다.


싸이월드 게시판에 남긴 기록은 언제 복원될지 모르고, 블로그에 쓴 글들은 아직 남아있지만 낯이 뜨거워 숨김처리 해두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사진과 함께 남긴 짤막한 글은 올려둔 사진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나마 이곳 브런치에서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니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자라서 사춘기가 되면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목적으로 육아일기를 쓰는 가상 바카라들도 보았는데, 나로서는 너무나 고되었던 그 시기에 기록을 남길 엄두를 내지 못했다.


- 엄마가 이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일화에 소개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었구나, 엄마는 나를 이렇게 키우고 싶었구나, 엄마는 이런 가치관을 갖고 살았구나, 엄마는 쓰는 만큼이라도 살려고 노력했던 가상 바카라이구나.


나의 가상 바카라을 통해 아이가 그저 이만큼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리고 무엇이라도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역할만 해주어도 충분히 훌륭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가보만큼 대대로 전해질 만한가상 바카라은아니더라도, 단 한 명의 마음이라도 울릴 수 있다면.그가 나의 자녀이든 아니든, 가족이든 아니든,나를 소중히 여겼던 가상 바카라이든 그렇지않던가상 바카라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 글을 따라 내게 왔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모토 아래 누구나 글을 쓰는 이 공간이지만, 아무거나 쓰는 가상 바카라은 없을 것이다. 아무거나 처럼 보일지라도 결코가상 바카라일 수 없다.무겁게 가상 바카라 글만 특별할 리 없다. 일상의 사소한 사건도, 사고도 나를 통과해 나온 글이라면 그것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단 몇 줄일지라도. 별 반응이 없더라도. 그저 써나간다는 것, 매일을 살아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확신한다.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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