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극곰은 북극권에 살고 펭귄은 남극에 살아서 논리적으로 안 맞는데... 사는 지역이 어차피 달라”
09
“죽음이라는 큰 충격에 모두 매몰돼 있는데 우리에겐 눈을 돌릴 다른 곳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일이나 운동, 취미 같은 다른 관심사가 있어야 감정도 쉬어간다고 이해했어요”
딸의 소멸은 우리 가족에게천체충돌보다 더 큰 충격파를안겼다. 밥을 주어도 가지 않는 고장 난 시계처럼 나의 시간은 멈춰있다. 바카라 메이저이 전한 펭귄론은 죽음에 매몰되지 말고 남아있는 삶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거 알아바카라 메이저? 나에게 펭귄은 너야.
이제 스무 살이 된 바카라 메이저은 가족 단톡방에 올라온 동생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고 서울에서 밤 12시에 택시를 탔다. 대답 없는 동생에게 죽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수십 통의 카톡을 날리며 택시 안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바카라 메이저을 결국 딸의 장례식장에서 조우했다. 놀란 가슴에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혼비백산해서 달려온 바카라 메이저에게 동생의 죽음이 준 충격만큼고통에 몸부림치는 부모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 보였다. 장례식 내내 바카라 메이저은 나를 부축하고 내 등을 두드리고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제 고작 스무 살, 죽음의 의미를 몰라도 될 나이에상주란에 바카라 메이저의 이름이 올려졌다. 모름지기 부모란 죽을 때까지 자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내 바카라 메이저에게 상주복을 입힌 몹쓸 어미가 되었다.
"네가 있어 든든하다. 이제 네가 부모님 잘 챙겨야 한다."
조문객들은 너도나도 바카라 메이저을 붙들고 부모님한테 잘하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 말이 그저 전하는 위로라는 걸 안다. 그래도 바카라 메이저에게 부모를 챙기고 우리에게 두몫의 기쁨을 줘야 하는 부담을 안기는 게 불편바카라 메이저.
“ 바카라 메이저, 다들 엄마 아빠 위로 한다고 하는 말이야. 맘에 담아 두지 마. 엄마는 네가 행복하면 돼.”
“ 네. 저도 알아요. 걱정 마세요.”
눈치 없는 누군가가 또다시 바카라 메이저에게 '장남인 네가 이제 더 잘해야 한다'고 하자 나의 오빠, 바카라 메이저의 외삼촌이 보다 못해 조카에게 한마디 한다.
08
한솥밥 먹고 커서 그런지 생각하는 게 같다. 역시 우리 가족이다. 속이 시원바카라 메이저.
‘우리 바카라 메이저은 그냥 내버려 둬요. 깃털처럼 가볍게 살게 두라고요.’
딸을 떠나보내며 딸에게 약속한 게 있다. 자꾸만 떠오르는 자책과 미안함의 굴레를 벗어날길은없다. 그렇지만 너에게 못다 한 사랑을 남은 가족에게 다 하겠노라고, 너의 오빠에게 그 사랑 전하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음악을 하는 바카라 메이저은 딸의 장례식 후 작업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왔다. 딱히 말은 안 했지만 그 선택에 왜 부모 걱정이 없었겠나. 바카라 메이저이 곁에 있어 좋았다. 집에 훈기가 돌았다. 남편은 철이 드는 바카라 메이저을 보고 흐뭇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듯했다.
"부모 마음 반대로만 가던 녀석이 자꾸 우릴 생각해서 결정하니 맘이 짠하네. "
바카라 메이저은 하고 싶은것과 하기 싫은 것이분명한 아이였다. '조금만 가면 고지가 다 왔는데'하는 건 부모 마음이었고 아이는 '그 고지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분명히 말했다. 결국 바카라 메이저은 맞았다. 자신의 고지를 찾아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기가 원하는 시기에 만들었다. 다들 하나의 길로만 갈 때 혼자만 다른 길을 선택할 때의 두려움과 외로움이란 그 길을 가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다. 우리는 같이 아팠고 울었다.공부를 썩 잘했던녀석이'공부도 하고 음악도 같이 하면 좋으련만'은 나의욕심이었다. 바카라 메이저은 '공부하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정작 생각할 시간도, 할 시간도 없다'라고 항변했다. 바카라 메이저은대학대신 2개의 앨범을 혼자 힘으로, 자신의용돈을모아만들었다. 그렇게자기가 원바카라 메이저삶을 살아내는 아이를 나는 앞서서 걱정바카라 메이저. 내 불안이 아이를 괴롭게 했을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바카라 메이저은스스로증명바카라 메이저.바카라 메이저은 동생을 잃고도 부모 앞에서 울음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를 안아주는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딸의 49재 때 친구가 열일곱 바카라 메이저을 데리고 왔다. 우리 딸과의 추억이 많은 터라 충격을 받을까 봐 딸이 떠난걸 내심 몰랐으면 했다. 세월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아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괜찮아. 그것도 살면서 닥치면 감당해야 할 성숙의 값이라고 본다."
친구는 그것을 '성숙의 값'이라고 불렀는데 나의 바카라 메이저도 그렇게 성숙의 값을 치르는 걸까. 나의 카톡 프로필 뮤직은 바카라 메이저의 음악이다.음악을 들으며 바카라 메이저에게 마음을 전한다.
"북극곰은 갔어도 엄마가사랑바카라 메이저펭귄은함께있어. 너에게 두려움이 가득 찬 인생이 아니라, 어떤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그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바카라 메이저, 우리의 마지막은 결국 해피엔딩이야. 사랑한다 나의 펭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