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개봉 기념으로 강동원이 나왔던 바카라 공식를 다시 볼까 하다가 이 바카라 공식가 생각나서 찾아보게 되었다. 이 바카라 공식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겉멋이 든 바카라 공식가 이런 걸까 생각하며 봤는데, 지금 보니 본인도 뭐라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려 고군분투한 결과가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직관이 중요한 바카라 공식.
05
바카라 공식를 보다 보면 직관적으로 표현되는 장면들이 꽤 많다. 가령 미미가 어둠 속에서 나올 때가 많은데, 이는 미미가 전의식 또는 기억 깊숙한 심연에 존재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혹은 뤼팽바에 갈 때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는 전의식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미미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존재가 있는데 이는 꼭 미미가 민우의 기억에서 지워지려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전의식에서 완전한 무의식으로. 꼭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결국은 사라진 빙봉처럼.
이 외에도 선풍기 바람에 왜곡되는 편집장의 목소리는 편집장에게 받는 압박감을 묘사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시아버지도 이와 똑같은 레퍼토리로 등장하는데, 이 또한 민우가 받는 압박감을 나타낸다. 은혜와 바카라 공식가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은혜가 바카라 공식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게 됨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는 은혜와 바카라 공식는 만날 수 없으니. (바카라 공식는 이미 죽었다.)
바카라 공식 후반부에서 민우가 미미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민우는 또다시 뤼팽바에서 미미를 만나게 된다. 민우가 바에 들어서자 이전과는 다르게 바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바텐데의 "때로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닐까요?"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북적이는 바에서 민우는 마침내 미미를 발견한다. 이때 바에 빼곡한 사람들은 또 다른 기억들을 나타내는 것 같고, 이들은 미미에게 집중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하나의 기억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나 기억들이 안중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민우는 미미랑 대화하다가 찐으로 잠에 든다. 미미를 만난 건 선잠을 잘 때였던 것이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은 곧 전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가는 상태. 미미는 전의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민우가 완전한 잠에 삐지면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미미는 결국 자신을 쫓아오던 남자와 기차를 타고 민우를 떠나가고 무의식 속으로 사라진다. 마침내 미미가 떠나고 난 후 마지막 씬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끝이 난다. 바카라 공식 내내 명도가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이 부실 정도다. 민우를 혼란스럽게 했던 방황이 끝이 난 것이다.
처음 본다면 다소 의아하고 난해하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바카라 공식이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인물의 감정을 유심히 들어다본다면 그저 자연스럽게 바카라 공식가 읽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바카라 공식를 통해 자신의 첫사랑을 다시끔 회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