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대에 ‘무해하다’는 건 참 듣기 좋은 말이다. 무해한 것은 순수하고,안전하다.그래서귀하다.어쩌면 불가능해서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바카라 온라인》의 주인공 ‘바카라 온라인’를 보면서 든 생각은 바로 ‘무해한 사람’, 이었다.
영화 《바카라 온라인 Goyo》(2024)는 마르코스 카르네발레가 감독하고, 니콜라스 푸르타도(‘바카라 온라인’ 역)와 낸시 두플라(‘에바’ 역)가 출연한 아르헨티나 영화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바카라 온라인가 첫눈에 반한 에바에게 직진하고, 결국 둘은 사랑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스포일러 주의)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 바카라 온라인는 횡단보도 저쪽에서 망가진 우산과 씨름하는 중년의 여성 에바를 보고 무언가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녀를자신의 직장인 미술관에서 다시 마주치자 그때부터 바카라 온라인는 온 정신을 에바에게 집중한다. 바카라 온라인의 자폐 증상은 타인과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루틴대로 행동하고, 말투가 딱딱하며,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정도. 지적 능력은 뛰어나 미술을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고, 현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미술관에서 스페인어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그날 미술관 경비로 첫출근한 바카라 온라인는 아이둘을 키우고 있다.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과 별거하며 독립하기 위해 일을 구한 상태. 의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했다. 가난으로 점철된 인생, 결혼마저 파탄에 이르자 바카라 온라인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다.
에바를 보고 난 바카라 온라인는 4년 7개월 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기혼에다 아이들까지 있는 에바가, 바카라 온라인에게는 예술혼을 일깨워준 뮤즈이자 연인일 뿐이다. 그러기에 바카라 온라인의 눈은 직장에서 종일 에바를 쫓고, 루틴대로 살던 삶의 궤도를 이탈해 에바를 따라 전철을 타기도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행동이나 관심, 활동분야가 제한되어 있어 쉽게 자신의 행동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 바카라 온라인가 공황 증상을 느끼면서도 에바를 따라가는 건 참으로 ‘용맹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 예의바르고 엄청나게 똑똑하고 나한테 상처줄 일 없는데, 얼굴까지 잘생긴 남자. 평생 한번도 없었지.
바카라 온라인가 스토커나 변태인 줄 알고 경계하던 에바는 바카라 온라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이후 마음이 바뀐다. 에바는 바카라 온라인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바카라 온라인는 이미 종일 그녀만 생각한다. 형 마투테는 그런 바카라 온라인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모처럼의 연애를 격려하지만, 누나 사울라는 행여라도 동생이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바카라 온라인는 형의 조언대로 에바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고 같이 춤을 추고 하룻밤을 보낸다.
에바를 만난 후 변해가는 바카라 온라인가 참 이쁘다. 사랑은 집중, 그리고 직진! 바카라 온라인는 두려움 없이 에바에게 다가간다. 바카라 온라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간다. 하지만 에바의 심경은 복잡하다. 나이만 많을 뿐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 연애에 서툴고, 의도치 않게 바카라 온라인에게 상처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이하 줄거리는 생략한다.
결론은 해피엔딩! 타인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늘 비껴보던 바카라 온라인가 서서히 에바와 눈을 맞추는 마지막 장면은 참 흐뭇하고 따뜻하다.
“당신이 만났던 남자들과 아주 다르지만,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카라 온라인하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에요. 길 잃고 결점이 있는 대로요.”
바카라 온라인은 참 위대하다. 바카라 온라인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특히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바카라 온라인의 ‘시작’은 그 어떤 순간보다 ‘무해’하다. '돌멩이에서 연한 싹'이 돋아나게 하는 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는 마법, 그것이 바카라 온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