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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아라 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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폈다 접으면 끝나는 바카라 아라
왜 가요?
먹으러 갑니다.
먹으러 가는 우리 집 바카라 아라의 목적
생각만 해도 피곤한 바카라 아라을 왜 가나 했더니 먹으러 가는 거였다. 나와서 먹는 건 뭐든지 맛있다. 집에서 먹던 반찬도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평상시에 아무거나 잘 안 먹던 아이도 나오니 더 잘 먹는다.
나에게 바카라 아라은 우리 집 냉장고 터는 날이다.바카라 아라 집 냉장고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통삼겹이다.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서 부지런히 먹어도 끝나지 않았다. 언제 다 먹나 싶었던 통 삼겹 두 덩이를 챙겨간다. 냉동실에서 잠들어 있던 어묵도 깨워 담는다. 언제 사놓은지 기억나지 않는 무도 한 덩이 챙겨간다. 냉장실을 열어 이번주를 넘기면 안 되는 각종 잎채소, 과일, 파프리카, 파와 마늘, 양파, 당근, 방울토마토를 몽땅 담는다. 냉장고가 절반은 빈 느낌이다.
바카라 아라 갈 때 냉장고 터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함께 간 친구도 집에 있던 반찬을 죄다 챙겨 왔다. 나와서 먹는 건 뭐든 맛있는 법으로 야채도 예외는 아니다. 야채는 다듬고 썰어서 쌈 야채나 안주 삼아 그냥 먹는다. 자투리 채소는 샐러드를 만든다. 샐러드드레싱은 따로 없이 올리브 오일에 소금 후추만 뿌려 먹는다. 전날 먹다 남은 고기나 군고구마, 함께 챙겨 온 참치 캔을 넣기도 한다. 별거 넣은 거 없는데도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남편에게 바카라 아라은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 날이다. 우리 집 주방에서는 늘 내가 우선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것 위주로 내 취향대로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바카라 아라에서는 다르다. 남편은 바카라 아라 음식 만들기를 주도했다.
주 메뉴 통삼겹 바비큐 구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통삼겹에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를 뿌렸다. 그릴에 통 삼겹을 올리고 옆에는 훈연칩을 함께 담았다. 삼겹살 고기 중심에는 온도계를 심는다. 내부 온도를 75도까지 올리면 맛있는 통삼겹 바비큐 구이가 완성된다. 삼겹살에 신 김치와 빨간 콩나물 무침을 함께 구워주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엔 먹고 남은 고기에 바카라 아라 끓이기도 했다. 그의 음식은 유명 맛집 이상이었다.
아이에게 바카라 아라은 우리 집 공식 라면 먹는 날이다.바카라 아라을 몇 번 다녀온 이후로 아이에게 바카라 아라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니 라면이라고 한다. 숲 속에서 개구리 잡고 물놀이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 것이 라면이라니 조금은 충격이었다.우리 집에서 라면을 먹지 않는다. 초가공 식품의 끝판왕에 있는 라면을 일부러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카라 아라은 예외다. 바카라 아라에서 라면을 빼면 왠지 섭섭하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아침엔 누룽지와 함께 라면을 먹는다. 라면은 수프는 반 만 넣어 끓이고 대파나 콩나물이 있으면 함께 넣는다. 라면에 부족한 영양소는 전날 먹다 남은 자투리 야채로 샐러드 만들어 함께 먹는다.
아침 새소리에 일찍 일어난 아이는 하릴없이 흙과 숲에서 한참을 놀다 들어온다. 아침에 먹는 라면은 그 어떤 것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집에서는 라면이 늘 먹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그게 아이에게는 바카라 아라의 가장 큰 추억이고,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도 밖에 나가서 먹으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오롯이 식사에만 집중하게 된다. 순간에 머물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바카라 아라 식사는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냉장고는 비우고 배는 채우고 돌아온 우리 집 바카라 아라의 목적은 추억 만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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