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은 평소 매일 저녁 바카라노하우 한다. 그때그때 순서는 다르지만, 한 명이 하고 나오면 다른 한 명이 또 한다. 보통은 아이들에게 바카라노하우 하자고 말하면, 말한 순간부터 목욕탕에 들어가기까지 적어도 20분은 걸리는 듯하다. “이 것만 하고, 저 것만 하고..”
며칠째 너무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둘째가 감기 기운이 있던 터라,06둘째는 마냥 신이 났는데, 첫째는 웬일인지 자기는 바카라노하우 하겠다며 바로 옷을 벗어버린다. 방금 전 함께 읽은 청개구리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가끔 목욕하지 말자는 말에 누구보다 열렬히 반응했던 첫째라 의아했지만, 그래 네가 하고 싶으면 하자며 순순히 바카라노하우 시켜줬다. 하지만 바카라노하우 시키며 궁금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갑자기 왜 바카라노하우 한다고 했어?
내가 바카라노하우 해야 그동안 동생이 좀 더 놀지!
아! 우리 집은 바카라노하우 하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한 사람이 바카라노하우 하면 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맞는 말이다.
하루 종일 싸우고 삐지고 울고의 반복인, 연년생 남매이지만, 이럴 때 보면 또 세상 둘도 없다.
첫째의 바람대로 둘째는 오빠가 바카라노하우하는 틈에 좀 더 놀이를 했다. 그리고 그날은 첫째의 예쁜 마음에 보답하는 의미로, 한참을 다 같이 놀다 잠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 아이의 엉뚱해 보이는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이 바카라노하우을 가만히 기다려주고, 살뜰히 물어봐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