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사망 사건

무엇이 되었든 알맞아야 한다.

과하거나 모자람이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지금까지 전자제품을 사서 사용설명서를 읽어본 이력이 없는 자로 직접 눌러봐서 익숙해진 기능만 사용하는 편이다.

뭐든 꼼꼼하게 챙기지 않고06

이번에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하던 대로 대충대충 하다끝내 부엌이 좋지 않은 청국장 냄새에 점령당했다.

딸아이의 바카라 관찰 일기는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방학은 했고 바카라와 뭐라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반년이나 묵혀두었던 바카라 기르기 키트였다.

어디서 어떻게 얻어 내 손에 들어왔는지도 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것을 찾아내 바카라를 소환했다.

(애미) 우리 바카라 길러볼까?

(딸) 바카라 기르면 먹을 수 있어? (초롱초롱) 응 빨리하자.

호기심 천국 따님은바카라 기르기가 재미난놀이인양 신나서 동참을선언했다.

신선한 경험은기본이요, 관찰 일지0408뽑아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바카라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1. 콩 8시간 불리기

2. 용기에 넣고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천으로 덮어주기

3. 하루에 4번 충분히 물 주기

이렇게 심플한 방법으로도 바카라와 그럴듯한 활동도 하고 관찰일지까지 남길 생각에 시작부터현명한부모 역할을 해낸 거 같아 어깨뽕이 들어갔다.

이렇게 쉬운데 결과가안 좋을 수 없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렇게 잘 키웠다.

이틀동안은

충분히 콩을 불리고

빛을 차단하도록 덮어주고

넉넉히 물을 주며 길렀다

기특하게 물만 먹고도 싹이 났다

야심차게 시작한 관찰일지

(딸) 엄마 부엌에서 냄새나!

바카라 기르기3일 차 되던 날.

아침부터 6시간 가량을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온 때였다.

음쓰 냄새를 극혐 하는지라조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면 즉시 처리했기 때문에 부엌에 냄새 발원지가 있을 리 없는데 어디선가 불쾌한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혹시나 하고바카라을 들여다보니역시나였다. 더운 날 방치해 둔 게 문제였나 싶어 빨리 물을 주고 용기 밑으로 내려온 물받침도 깨끗이 닦아두고 소동을 마무리했다.그런05

이미 썩기 시작했거늘 눈감아버렸다.

바카라 기르기4일 차 되던 날.

이날도 아침부터 도서관 문화 수업 → 줄넘기 특강 → 점심 외식 → 큰바카라는태권도, 둘째는 영어 수업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낮 최고 기온 36℃를 찍은 살벌한 날이었다.바카라 집에 오자마자 콩콩이(딸은 뭐든 기르는 식물에 이름을 붙여준다)에게 물을 줘야 한다며 뛰었다.그렇게종일 끔찍한 온도에 방치한바카라의검은 천을 걷어낸순간, 바카라 물컵을 내려놓고 도망가버렸다.

(딸) 윽! 냄새

바카라 관찰일지 4일차, 제목은 '사망'

그렇게 바카라을죽었다.

(혹시 바카라 기르기에 관심 있으시다면 보세요)

엽기적인 그녀 ost 'I Believe' 깔고

너무 더우면 안 됩니다. 15~20도 온도에서 잘 자라요.

그렇다고 너무 추워도 발아하지 않아요.

물을 좋아해요. 넉넉히 자주 주세요.

빛은 싫어해요. 궁금하다가 너무 들여다보면 퍼레집니다.

답답한 거 싫어해요. 시루에 콩을 한층 정도만 쌓으세요.

여름은 아닌 듯합니다. 봄가을에 도전해 보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