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은 근방에서 가장 멋진 신식 양옥집이었다.흙바닥에 아궁이만 있는 이웃집들과 달리 매꼬롬한 시멘트 바닥에 최신식 연탄과 석유곤로, 아궁이와 가마솥이 함께 있던 부엌은 특히나 ‘최신식’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주는 곳이었다.그 부엌에서 나의 첫 바카라 꽁 머니가 탄생했다.
일곱 살 어느 봄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밥을 지었다.심청이도 울고 갈 효녀라도 되고 싶었는지, 나는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오실 부모님을 위해 밥을 지었다.평소 어머니의 밥 하는 모습을 잘 지켜봤기에 자신은 있었다. 보고 배우는 것의 놀라운 힘을 바카라 꽁 머니 증명하려 한 순간이었다. 쌀을 씻어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었다.그리고는 어머니처럼 손을 가마솥에 넣었다 뺐다.손등으로 밥물의 양을 가늠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손을 넣었다 빼는 자체가 밥 짓기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마솥은 엄청난 크기만큼이나, 뚜껑도 크고 무거워서, 어린 바카라 꽁 머니 들기에는 힘에 부쳤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가마솥에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구나 싶을 정도다.
부엌 건너편에 있는 창고에서 지푸라기를 한 움큼씩 집어 와, 바카라 꽁 머니에 있는 힘껏 집어넣고, 네모난 사각 통에 열 맞춰 있던 성냥개비를 한 개 들었다.화약이 묻은 동그란 바카라 꽁 머니 머리를 빨간 바카라 꽁 머니 통에 대고 있는 힘껏 그었다.바카라 꽁 머니 머리는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노랗고 파랗고 빨간 불꽃을 튀기며 타올랐다.불이 붙은 성냥을 지푸라기 가득한 바카라 꽁 머니에 집어던지니 지푸라기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잘도 탔다.불꽃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부지깽이로 지푸라기를 최대한 바카라 꽁 머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바카라 꽁 머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지푸라기를 확인하고 나서 다시 창고로 갔다.
처음 불을 살릴 때는 지푸라기를 쓰고, 다음부터는 솔가리(말린 소나무 잎)를 사용하시던 어머니처럼 솔가리를 집어 왔다.어느새 불꽃이 사그라지는 바카라 꽁 머니 안으로 솔가리를 밀어 놓고, 또다시 창고로 향했다.이마에서 땀이 날 만큼 꽤 여러 번 창고와 부엌을 왕복했다.드디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거대한 가마솥뚜껑 사이로 하얀 김이 피식피식 퍼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께서 하시던 대로 바카라 꽁 머니에 집어넣는 솔가리의 양을 줄였다.불꽃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카라 꽁 머니 앞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카라 꽁 머니를 쳐다보았다.벌겋고 노란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마법사들이 마법 지팡이로 치열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요정들이 모여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바카라 꽁 머니의 불이 다 시들고 나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아직 뜨끈한 온기가 가득 있던 부뚜막으로 올라가 행주로 가마솥 손잡이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가마솥뚜껑을 내 쪽으로 힘껏 끌어당겼다.하얀 김이 뭉게구름처럼 한꺼번에 확 올라오면서 온 얼굴을 감쌌고, 고소한 밥의 풍미가 콧속을 가득 채웠다. 정말 밥이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바카라 꽁 머니 만든 밥을 보고 놀랄 부모님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밥을 큰 냄비에 옮겨 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깐밥도 만들어졌다. 그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덤이었다. 역시나 깐밥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바카라 꽁 머니와 가마솥 주변 정리도 최대한 깔끔하게 해 두었다.밥을 푸다가 흘린 밥풀때기도 남김없이 손으로 집어 먹어가며 청소를 했다.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할 만큼 완벽한 뒷정리였다. 하지만 그건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어머니는 그날 난장판이 된 부엌을 보고 도둑이 든 줄 아셨다고 했다.
바카라 꽁 머니 해놓은 밥과 어지럽혀진 부엌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서 계시던 어머니 모습을 보고, 나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자신했다.나에게는 어머니의 그 모습이 기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어머니는 몇 번이나 나에게 도대체 어떻게 불을 붙였는지, 지푸라기와 솔가리를 어떻게 날랐는지 묻고 또 물으셨다.요즘도 가끔 물어보신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셨던 것이다. 지은 지 일 년도 안 된새집이 잿더미가 되었을 수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도 아찔해진다.
얼마 전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조그만 바카라 꽁 머니을 팔길래 반가운 마음에 하나 샀다.아무 곳에도 쓸 일이 없지만, 그냥 내 어린 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망설임 없이 샀다.집에 장식품으로 올려놓았다.바카라 꽁 머니이 생필품이 아닌 장식품이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카라 꽁 머니은 우리에게 필수품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바카라 꽁 머니 단어조차 무척이나 생소하게 느껴진다.요즘 아이들에게 바카라 꽁 머니은 뗀석기나 간석기처럼 고대 유물로 느껴질 것이다.아마 바카라 꽁 머니 단어를 한 번도 듣지 못했거나, 실물을 보지 못한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바카라 꽁 머니이 사라진 것처럼,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곧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곧 잊힐 것이다.세상은 변해가는 게 맞지만, 우리 삶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적응하기 무섭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변화되는 속도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만이 정답인 듯, 어제를 잊는다.
출퇴근길 인파에 휩쓸려,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 발처럼 불안하다. 속도에 휩쓸려,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잃어버리고 있다.그러다 ‘나’도 ‘나’를 그렇게 잊어버리고, 잃어버릴까 걱정이 된다.여기가 어딘지, 왜 여기에 있는지, 한 번쯤은 둘러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