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메뉴라 움직임이 재빠르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나오라니 알겠다며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입은 물로만 헹구고 후다닥 나온다. 내참 어이가 없다. 고양이도 아닌 게 고양이 세수하고 아주 당당하게 식사를 하신다. 맛있게 김밥과 닭강정을 잡수시고 티브이를 좀 보시겠단다. 방학이니 아주 여유 터진다.
학원 시간이 1시면 미리 씻고 양치도 하려면 지금 준비시작 해야 하는데 계속 누워서 티브이만 본다. 리모컨 뺏어서 전원 끄고 오전 공부를 권했지만 거절당했다. 공부는 안 할 거 같고 티브이보다 낫겠다 싶어 소설책을 권했다.
바카라보라;강아지똥 작가님 알지? 권정생작가님 몽실언니야. 예준이 형아가 인생책 이래. 엄마도 몇 번씩 읽어도 재밌더라.바카라보라;
게으름뱅이가 책을 건네어받고는 빠져든다. 티브이 보고 시시덕거리는 것보다 낫다. 오전 시간 이걸로 되었다.
1시가 다돼 가는데 이번에는 또 책 속에 빠져서 안 나온다. 아.... 너무 힘들다. 정말. 영어이름 노무브라고 지어야 하나. 당최 안 움직일라고 한다. 인상을 쓰고 채근해서 샤워는 무슨 옷만 겨우 갈아입고 학원을 가려는데
바카라보라;어 이상하다. 너 옷이 왜 이래?바카라보라;
바카라보라;키키키 왜 엄마. 안 이뻐?바카라보라;
바카라보라;야 옷 앞뒤가 바뀌었잖아. 뒤판이 니 배로 왔잖아.바카라보라;
바카라보라;아 나 그냥 입을 거야. 앞에 모양 마음에 안 들어서 거꾸로 입었는데?바카라보라;
너 모냐. 알고 거꾸로 입은 거네. 와... 가지가지해서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봐도 티셔츠 거꾸로 입은 티가 나는구먼. 나한테 잡힐세라 재빨리 현관으로 도망갔다. 이럴 땐 노무브가 동작이 번개처럼 빠르다. 저래서 장가는 갈 수 있을까? 어쩌지. 평생 나랑 살려고 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