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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꽁 머니장에서 결심한 이혼

키워드(꿈, 색깔, 바카라 꽁 머니) 단편소설by 유자까

“팩 좀 잘 박지. 텐트가 헐렁이잖아.”


밖에 나와서도 잔소리다. 오랜만에 나온 캠핑인데, 그냥 즐겁게 지내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유미의 잔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바카라 꽁 머니 손에 들고 있던 단조팩을 꽉 쥐었다. 지난 번 캠핑 때, 돌밭에 팩이 휘어서 이번에 새로 산 고가의 팩인데, 집어 던지고 싶은 기분이다. 이번이 유미와 마지막 캠핑이라는 생각으로 오기는 했는데. 과연 이런 감정을 잘 이겨내고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혼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바카라 꽁 머니 이별을 결심하는 중이다. 아직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느껴지는 이 감정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캠핑에서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유미와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그런데 초장부터 이게 무슨 짓인가. 자기가 직접 박던가. 매번 희순에게 미루기만 하고, 잔소리로 성질만 내다니. 바카라 꽁 머니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게 이상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02


그렇게 약속을 잡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놀러 가고, 술도 마시다, 잠자리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생겨 결혼까지 하게 됐다. 아이가 생겨 결혼하게 되었는데, 프로포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이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지라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만 보였다. 바카라 꽁 머니는 그날 희순을 보고 처음으로 큰 소리를 냈다.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안 지울 거면 결혼해야지.”


우유부단하던 바카라 꽁 머니 낙태할 시기도 그냥 지나 보냈다. 뱃속 아기는 자라고, 그냥 양가 부모님 성화에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둘은 같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나마 캠핑 오는 차 안에서 딸 해나가 잠이 들었기 망정이었다. 유미는 지난 캠핑 때 희순이 텐트를 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해나를 보고 있으면 자기 혼자 할 수 있다고 큰소리는 다 쳤는데, 30분이 지나도록 텐트는 형체도 없다. 아직 멀었냐고 물으니, 바카라 꽁 머니 “넌 아무것도 안 하면서 꼭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야겠냐”고 큰소리를 쳤다. 그래서 함께 텐트를 치고 있다.


유미는 이번 캠핑을 통해 무언가 잘 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바닥에 박힌 팩을 보니, 이번 캠핑에서도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바카라 꽁 머니 그냥 이번에도 대충 박아 둔 팩처럼 다시 대충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며칠 전 꿈에서 희순이 당당하게 “이혼하자”고 말했던 모습이 떠올라 더 짜증난다. 가사도, 육아도, 심지어 돈벌이도 모두 유미가 주도하는 지긋지긋한 상황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팩 좀 잘 박지. 텐트가 헐렁이잖아.”




바카라 꽁 머니 처음으로 마음을 먹었다. 유미와의 관계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마음 먹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오늘 밤에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혼하자. 그래야 서로 편해진다.’ 바카라 꽁 머니 저녁을 먹고, 맥주를 비우며 이혼을 이야기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직장 동기인 김 대리처럼 다시 미혼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지내겠다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푸르른 하늘처럼 마음도 밝아지는 느낌이다.


“바카라 꽁 머니야, 오늘 내 마음이 푸른색이 된 것 같아. 뭔가 기분이 좋아.”


바카라 꽁 머니 유미를 조금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유미는 멀리서 “뭐라는 거야”라고 답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명확해진다. ‘그래, 오늘 꿈을 이루는 거야.’ 이런 생각으로 딸 해나를 보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평안했다. 결혼으로 이끌었던 해나가, 이혼하려는 아빠의 결단에 발목을 잡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큰 저항감은 없다. 이내 바카라 꽁 머니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바카라 꽁 머니도 맨날 말하잖아. 생각이 있으면, 바라는 게 있으면 당당하게 이야기하라고. 내 진짜 바람은 이혼이라고 밝히면 되. 바카라 꽁 머니가 바라는 것도 그것일 테니.”




*notice

유유히유영은 유자까, 믹서, 멸종각 세 작가가 함께 글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최근 세 작가는 한 주에 하루, 시간을 정해놓고(약 1시간 반) 같이 글쓰기를 합니다. 무작위로 적은 16개 단어 중 3개를 뽑아 관련 글을 작성해요. 형식은 자유입니다. 같은 키워드가 주어지지만, 각자 다른 느낌으로 글을 쓰기에 다양한 글이 나옵니다. 앞으로 매주 키워드 단편집에 이날 쓴 글들을 올리겠습니다. 네 번째 키워드는 '바카라 꽁 머니', '색깔', '꿈'입니다. 이번 글은 유명 작가를 꿈꾸지만, 글쓰기 자체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속물, 유자까의 단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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