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한 번 나눴을 뿐인데 상대방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갖는 상상을 했다’는 SNS 유머글을 본 적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아니, 많다. 새로운 바카라 따거 만났을 때마다 그랬다. 첫눈에 마음을 뺏긴 물건과의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이 옷을 입으면 내가 여느 때보다 예뻐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이 시계를 가지면 부내 나는 사람으로 보이리라 꿈꿨다. 그렇게 물건과의 만남은 성사됐고, 나와 물건은 영원히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
굳건했던 믿음은 생각보다 빨리 깨졌고, 바카라 따거과의 행복은 허무할 정도로 짧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한 후 택배를 기다리는 며칠, 외출할 때 입거나 들고나가는 몇 번이 지나면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미 내 것이 되어버린 바카라 따거들은 어장 속 ‘잡힌 물고기’가 되었다. 게다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나는 또 다른 물고기를 찾아 나서곤 했다.
값을 지불한 만큼의 만족도 얻지 못할 때가 많았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사진과 실물이 다른 옷,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의 가구 같은 것이 그랬다. 귀찮다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 보증 기간을 놓친 뒤에는 후회와 함께 그냥 어딘가에 방치됐다. 가진 물건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물건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10개, 아니 100개, 아니 1,000개도 넘는 바카라 따거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바카라 따거 집으로 들였고, 방치하기를 반복했다.
비우기를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과 작별했다. 가장 먼저 비운 바카라 따거 떠올려보면 전부터 걸리적거렸거나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던, 아니 쳐다보기도 싫었던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그 물건들을 누가 억지로 떠맡긴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집으로 데려올 때만 해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때는 나에게 중요했고, 필요했고, 가져야 했던 것들이 어느새 치우고 싶은 물건으로 전락해 있었다. 그 사물들이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더 많은 바카라 따거 비운 뒤에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됐다. 소비할 때의 나는 굉장히 감정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당장 사서 갖고 싶다는 소유 욕구에 사로잡히곤 했다. 모든 신경 세포의 초점이 그 물건과 그 바카라 따거 사는 것에만 맞춰졌. 하루 종일 물건 생각을 하다가, 살 수 있다면 결국 샀다. 갖고 싶었던 바카라 따거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신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거다.
소유욕과 감정으로 이뤄진 소비는 그 순간 분명한 행복을 가져다줬다. 실제로는 빈털터리일지라도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행복이라고 믿었던 물건은 집 안구석에서 마음만 불편하게 하는 존재로 전락하거나 곧 잊혀졌다. 그런 바카라 따거 꺼내보며 앞으로는 조금 더 현명해지기로 다짐했다.
이제는 바카라 따거 집으로 들일 때, 내가 바카라 따거 제대로 쓸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본다. 방법은 간단하다. 충동적으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든, 첫눈에 마음이 뺏겨버린 물건이든 간에 우선 이성을 앞세워 이 물건과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예상해보는 것이다. 유용하고 기쁘게,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하다 헤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버리지도, 가지기도 싫은 애물단지가 되어서 골치만 썩힐지, 그것도 아니면 적당히 잘 쓰다가 중고로 되팔거나 누군가에게 기쁜 마음으로 물려줄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