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페스(Fez)는 미로와 같은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약 9,000여 개의 골목은 이방인들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이 골목들은 사막의 모래폭풍과 적들의 침입으로부터 메디나(Medina, 옛 구시가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니 나 같은 미물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 전날 한참 고생했기에 다음 날 숙소를 통해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특이하게 일대일 가이드였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게 생긴 바카라 루쥬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바카라 루쥬 페스 곳곳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저건 뭐야?”
“우리가 피부가 고와지기 위해서 바르는 것이야. 너처럼”
“저건 뭐지?”
“우리가 부자들과 결혼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 너처럼”
바카라 루쥬는 모든 세상의 좋은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처럼 말끝마다 “Like you”를 붙였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었다. 내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아서 팁을 원하는 만큼 줄 수는 없을 터인데…….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거야. 우리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입는 것이거든.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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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봐……. 이게 내가 가지고 나온 돈 전부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에게 두른 옷이며 가방은 원상복구가 되었다. 그들은 신경질적으로내 가이드를 부른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바카라 루쥬에게 항의하는 듯 했다. 어디서 이런 거지를데려왔어! 하고. 바카라 루쥬도 짜증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후로 바카라 루쥬 나를 대하는 태도가 대단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역시 사회생활을 아는 여자였다. 그러나 “Like you”가 붙는 위치가 달라졌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