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KBS 개그콘서트에서'......'이라는 코너를 본 적이 있다. 침묵과 어색함을 소재로 한 코너로 개그맨 유민상 등이 열연했다. 이 코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간 남자가 여자친구의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되는 상황이다.
여자친구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여자친구의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방학 기간 여자친구는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다. 당시 나는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학교에서 근무했다. 어머니의 병문안을 위해 서울에 위치한 병원으로 갔다. 약속한 방문 시간은 토요일 오후. 미리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에게 연락해 그날 밤 잠자리를 부탁해 두었다.
병원에서 아버님, 어머니께 인사드린 후 여자친구와 바깥공기를 쐬러 나갔다. 우리가 데이트하는 동안 아버님께서 어머니 곁을 지키셨다.
병원으로 돌아와 인사드리고 친구네 집으로 향하려 하는데, 여자친구의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해시 게임 바카라;오늘밤 어디서 자나?해시 게임 바카라;
해시 게임 바카라;저, 친구네 가서 자려고요.해시 게임 바카라;
해시 게임 바카라;그냥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자자.해시 게임 바카라;
아버님께서는 청유문의 형식을 빌렸지만 명령문의 어조로 말씀하셨고
나는 '그냥 친구네 가서 잘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까요?'라고 대답해 버렸다.
서둘러 여자친구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여자친구도 여자친구 어머니도 날 구원해주지 못했다. 체념하고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해시 게임 바카라;야, 나 오늘 여자친구네 집에 가서 자야 할 거 같아. 여자친구 아버지랑 둘이해시 게임 바카라;
바로 답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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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전혀 서운해하지 않고 아버님과 두 손 꼬옥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편히 자라고 배려해 주었다.
02
내가 그날 밤 동행해야 하는 사람이 여자친구 아버지가 아니라 여자친구였다면 당시 솔로였던 친구는 쌍욕을 날렸을 거다.
해시 게임 바카라;오빠, 미안해..해시 게임 바카라;
해시 게임 바카라;아냐, 난 괜찮아. 괜찮고 말고. 괜찮겠지..?해시 게임 바카라;
아버님 차를 타고 여자친구가 없는 여자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우려와 달리 차 안의 분위기는 침묵과 어색함으로 가득 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