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립 /@@hbty 매일의 호흡엔 욕망이 뒤섞이고 ko Fri, 27 Dec 2024 20:24:59 GMT Kakao Brunch 매일의 호흡엔 욕망이 뒤섞이고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coyWg1kh-rRL9J5y4Q3R6rKv1G4.png /@@hbty 100 100 외사랑 /@@hbty/44 - 앞뒤 가리지 않고 그저 좋아서 내 감정에 목을 달아 내 손길에 휩쓸렸다. 비가 오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내 우산은 너 모르게 버리던 나의 일그러진 애정이 나를 산책시켰다. 나는 수동적으로 능동적인지라 현관문을 여는 법을 모를 뿐 혼자 나를 산책시키는 법은 기가 막혔다. - 왜 겨우 잠든 밤에 겨우 잊은 네가 나와선 나를 달콤한 말로 뒤흔드는지 Sun, 22 Dec 2024 01:29:56 GMT 서립 /@@hbty/44 /@@hbty/42 넘어도 되는 선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우물쭈물했다. 그 사람의 일상을 묻는 것도 불편했고, 주변 이들에 대해 묻는 것도 껄끄러웠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고개나 끄덕이고 웃기나 하며 인형처럼 옆에 서 있었다. 내가 바란 게 이런 걸까.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도 없는 이 사람을 내 애인이라 칭해도 되는 걸까. 그 사람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Tue, 17 Dec 2024 15:00:02 GMT 서립 /@@hbty/42 비틀비틀 /@@hbty/43 비워내려고 합니다. 우리가 나란히 걸었던 것은 아닌가 봐요. 이만 안녕히 가세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XNkCcGgbI5uDVESBu58Yz2-SlG4.jpg" width="500" /> Mon, 16 Dec 2024 07:17:42 GMT 서립 /@@hbty/43 창백한 시간 /@@hbty/40 영은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 보는 영의 눈물에 당황한 나는 휴지를 몇 장 뽑아 건네주었다. 영은 그것을 받아들고선 닦을 생각은 않고 손 안에 구기며 목 놓아 울었다. 영이 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너 여자친구도 그래서 못 놓는 거지? 내가 묻자 영은 역시나 대답하지 않고 그제야 눈물을 닦아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의 죄책감 끝 Tue, 10 Dec 2024 15:00:04 GMT 서립 /@@hbty/40 안녕하세요. 내가 당신의 아내입니다. /@@hbty/39 BGM박화요비 - 그런 일은 여자는 중국에서 왔다. 먹고살기 팍팍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돈을 벌러 한국에 왔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위장 결혼을 했다. 할 줄 아는 한국말이라곤 안녕하세요 정도. 여자는 브로커의 손에 이끌려 술집으로 들어섰다. 반반한 얼굴 탓에 포주가 좋아했다. 여자는 눈치로 술을 따랐다. 곧이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 놀라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8-GljsUTSbu4IHClBatPH0yu0EQ.jpg" width="500" /> Thu, 05 Dec 2024 15:00:03 GMT 서립 /@@hbty/39 환영받지 못한 존재 /@@hbty/38 그 사람을 피해 다닌 지 한 달. 그동안 병원을 지겹도록 다녔다. 소독이다 검진이다 해서 갈 일이 많았다. 생명을 죽인 대가라 생각하고 꾹 참고 견뎠다. 그 좋아하는 술도 먹지 못했고, 담배도 피우지 못했다. 괜찮았다. 생각도 나지 않았으니까. 생을 마감해야 하는 때가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웃겼다. 수술한 나를 지극정성으로 돌본 건 전 애인이었다 Tue, 03 Dec 2024 15:00:04 GMT 서립 /@@hbty/38 어설픈 낭만 /@@hbty/37 가난한 애정에서 비롯된 무력감 우리는 어설픈 낭만만 떠들어 무엇도 직관적이지 못한 표현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던 외사랑 나를 바라볼 때 태우던 담배 나는 그게 참 싫었던 거더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5Y9bvQwb2_SO4Qr5HEoIw4An8gc.jpg" width="500" /> Fri, 29 Nov 2024 05:04:05 GMT 서립 /@@hbty/37 사랑을 토해내고 희망을 먹지 않고 /@@hbty/36 짐작건대 원했던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그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 새 우상화됐던 그의 시야가 안경처럼 내게 씌워져 길거리에 괜찮은 동성만 봐도 그 사람이라면 좋아했겠다 하고 혼자 짐작하곤 거울 속 나를 개탄한다. 이것은 분명 나의 그 빌어먹을 자존감 탓이란 걸 알지만 당장 내가 보는 나는 너무도 초라해 먹은 것을 모조리 구토하곤 내일의 공복<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1KFrWYRKixmizg7OIxTn6VSuyNw.jpg" width="500" /> Fri, 29 Nov 2024 04:54:53 GMT 서립 /@@hbty/36 좋아해서 죽고 싶은 거야 /@@hbty/34 한동안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마주쳐도 나는 금세 자리를 떴다. 그 사람은 내게 얼굴이라도 보자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사람에게 위로를 바라거나, 애정이 가득한 무언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 하나를 더 죽였다는 죄책감 하나 때문에 회피했다. 대신 나는 그 친구, 영을 자주 만났다. Tue, 26 Nov 2024 15:00:04 GMT 서립 /@@hbty/34 그만 사랑하자 /@@hbty/35 우리 이제 그만 사랑하자. 우리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은 벌써 도망갔고, 가을은 인사도 없이 떠났으며 겨울은 전화도 없이 찾아왔어. 너는 그저 가라앉았고 나는 뭍에서 살고 있어. 내가 이곳에서 젖은 몸으로 한기를 느끼는 것은 오로지 너 하나 때문이야. 한때는 사랑으로 살 수 있을 거란 어린 마음 하나로 익사를 준비했지만, 익사는 결국 죽음이라는 것을 Tue, 26 Nov 2024 05:27:37 GMT 서립 /@@hbty/35 사랑은 허상 /@@hbty/33 BGMSting - Shape Of My Heart 모든 죽음은 결국 외로워서 생기는 거라고 아저씨는 그랬다. 사랑하면 영생할 수 있냐는 내 질문에 사람이 영원히 사는 것을 본 적 있냐고 반문했다. 외롭지 않으려면 사랑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냐며 혼이 났다. 왜 아저씨가 슬픈 입술로 내 목덜미를 부비며 나무랐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한창 약물에 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vRnGBHRXbBwlq-zJWhakUHs0nKE.jpg" width="500" /> Thu, 21 Nov 2024 15:00:04 GMT 서립 /@@hbty/33 네 속은 바다 같지 않을까 /@@hbty/32 이야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생을 마감할 때를 좀 더 앞당겨야 하나 고민만 했다. 알게 되어서인지 자꾸만 아랫배가 아팠다. 내가 살인자라고 아우성치는 듯했다. 그러다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나는 또 하나의 생명을 죽였다. 이로써 두 명의 누군가를 죽였다. 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 그 사람의 메시지에 임신했다고 답을 했다 Tue, 19 Nov 2024 15:00:03 GMT 서립 /@@hbty/32 알코올중독 판정을 받았다 /@@hbty/31 처음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땐 부정하고 싶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즐기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매일 먹게 됐고 나중엔 술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더 나중엔 감정 표현도 힘들어졌다. 술을 먹어야만 웃고 울 수 있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남들도 다 나처럼 버티며 견디며 살아내는 줄 알았다. 각종 안정제와 항우울제를 Sat, 16 Nov 2024 11:26:08 GMT 서립 /@@hbty/31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 /@@hbty/30 사흘째인지 나흘째인지 모를 밤을 새우고 술을 먹었다. 취한 채 주절대는 내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않고 듣던 그 애는 마침내 영화 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곤 이게 잘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두어 번인가 입을 맞췄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재롱잔치를 보고선 잘했다 하며 내주는 포상처럼. 오래간만에 정성 들이지 않고 씻었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o_LL-eXhFsLy5JeC-KmK01kIHmY.JPG" width="500" /> Fri, 15 Nov 2024 08:38:47 GMT 서립 /@@hbty/30 당신의 첫사랑은 무엇입니까 /@@hbty/28 BGM박지윤 - 바래진 기억에 매 순간이 첫사랑이었다. 모든 사랑이 항상 같은 기준으로 책정될 수 없으니 정도와 순위를 매기는 것은 어리석다. 나의 연들은 모두 내게 생소한 마음을 쏟았고 생소한 것은 내게 늘 처음으로 자리 잡았다. 첫사랑이란 표현은 생각 외로 부질없다. 첫사랑의 기준에 대한 질문과 글이 종종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더욱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U3zECwI-9IuJ5anpSEHd2quYNZ8.jpg" width="500" /> Thu, 14 Nov 2024 15:00:07 GMT 서립 /@@hbty/28 구애 /@@hbty/29 네가 뱉은 사랑해 그 세 글자에 내가 얼마나 추락하는지 넌 모르지. 네 마음은 전혀 예측도 할 수 없는 그 별거 없는 세 글자에 나는 한참을 울었다. 전보다 마른 몸으로 창백하게 읊는 네 시간들을 하나하나 주워담으며 더 사랑하지 말아야지 내도록 다짐하다 아이처럼 잠든 네가 너무 예뻐 한참을 바라보곤 두터운 한숨을 네 집 가득 메운 채 새벽녘 택시에 몸을 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YrRhgAQV-VJWAg4Ensw-BAlrOL4.JPG" width="500" /> Thu, 14 Nov 2024 10:01:15 GMT 서립 /@@hbty/29 행위의 습기 /@@hbty/27 아슬아슬한 관계의 연속이었다. 그 사람은 퇴근만 하면 연락이 끊겼고,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야만 하는 위치였으니까. 우리는 사랑 없이 사랑하면서 서로를 지칭하지조차 못했다. 그 사람의 차에서 몸을 섞는 일이 잦았다. 그 사람과 혀를 섞다가 그 사람의 가장 낮은 아래서 올려다보면 그 사람은 내 눈이 예쁘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깊게 빨아들이느라 Wed, 13 Nov 2024 08:34:29 GMT 서립 /@@hbty/27 읽히길 바라며 /@@hbty/26 - 생명은 그 자체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날이 차가워지면 무에 바람이 들듯 사람에게 바람이 들기도 한다. 생기가 빠져 푸석푸석해진 마음이 거리로 나와 헤매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 애쓴다. - 그럴듯한 말로 그럴 것 같은 희망을 파는 사람들. 희망은 꼭 정제 탄수화물 같아서 양껏 먹을 때까지 행복하지만 금세 허기지다. 그것을 연료로 쓰려면 꽤나 많은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F5LrI4Os3akeewj7TmFSY6zoOgc.JPG" width="500" /> Mon, 11 Nov 2024 11:07:40 GMT 서립 /@@hbty/26 그녀의 이름은 영 /@@hbty/25 BGM밍기뉴 - 나아지지 않는 날 데리고 산다는 건 그녀를 처음 봤던 것은 내가 총학생회에서 추진한 &lsquo;올바른 우리말 사용&rsquo;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맡았을 때였다. 주제에 걸맞게 강연은 내가 속한 국어교육과에서 꾸려나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학우들은 제비뽑기로 강의를 펼칠 학과를 골랐다. 나는 체육학과였다. 그녀는 내가 강의하는 앞에 앉아있었으므로 당연히 체육<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bty%2Fimage%2FxROVhVGJZmGaCwg0obx03gq7MsU.jpg" width="500" /> Thu, 07 Nov 2024 15:00:07 GMT 서립 /@@hbty/25 스스로 선고한 시한부 인생 /@@hbty/24 방 창문을 열면 늘 빨간 십자가가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적십자 표지가. 갈수록 심해지는 공황발작으로 고통받을 때면 늘 그곳으로 실려갔다. 이름을 몇 차례 확인하는 의료진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내 이름 석 자를 소리 질렀다. 살려달라는 말을 내 이름으로 했다. 방에서 그 붉은 표식을 볼 때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찼다.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일이었 Wed, 06 Nov 2024 11:34:13 GMT 서립 /@@hbty/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