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양 /@@hadO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하나의 문장이 살아 갈 힘을 줍니다. ko Tue, 07 Jan 2025 14:20:40 GMT Kakao Brunch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하나의 문장이 살아 갈 힘을 줍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adO%2Fimage%2FKtwrJszJbX-L4oemqhD2CJ9XPis /@@hadO 100 100 20. 유리병의 에필로그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9 우리 이모는 늘 데스크 위에 레몬 사탕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놓아두는데, 창가에 스며든 햇살이 볼록한 유리 표면에 닿으면 왕관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여왕이나, 공주님, 또는 왕자님들만이 왕관을 쓸 수 있지만, 유리병 안에 담긴 노란 레몬사탕은 아무나 다 먹을 수 있다. 새벽녘 거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미화원. 신선한 우유와 계란을 집 앞으로 갖다 주는 배송 Thu, 14 Nov 2024 06:40:34 GMT 서주양 /@@hadO/49 19. 대신 울어줄게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8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경순아! 나는 반딧불이가 조명이 되어 가로등이 필요 없다던 앵강만 당산나무 아래 있어. 네 말처럼 수만 개의 동그랗고 노란 레몬사탕들이 춤을 추고 있어. 마치 유리병 안으로 들어온 것만 같아. 서남쪽 끝단 고요하고 작은 마을에 땅거미가 지면 레몬사탕들이 춤을 춘다던 말은 진짜였어. 말도 안 된다 비웃었던 거 미안해. 내일은 소 Wed, 13 Nov 2024 03:24:48 GMT 서주양 /@@hadO/48 18. 깨어진 유리병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7 드르륵, 탁. 문 닫히는 소리에 설핏 들었던 잠에서 깨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오전 여덟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옅은 숨을 몰아쉬면서 조그마한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계속 선잠을 잔다. 꿈도 너무 많이 꾸고. 일어나 있으면 졸렵고, 누우면 잠이 오질 않는다. 베갯잇에 코를 박고 깊게 들이마쉬다가 꿀꺽 삼킨다. 손수 만든 작고 노란 아기의 베개. 딸랑이도 Thu, 07 Nov 2024 05:43:51 GMT 서주양 /@@hadO/47 17. 너를 키우고 싶었다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6 11월. 때 이른 눈이 내린다. 그것도 비가 섞인 진눈깨비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네.." 막연한 눈으로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오늘은 지온이가 태어난 지 백일째 되는 날이다. 백일이 지나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순하디 순한 나의 아기에게 기적은 따로 필요 없었다. 탄생 자체가 기적이기도 하고, 원하는 것만 들어주면 울음을 딱 Tue, 05 Nov 2024 05:37:49 GMT 서주양 /@@hadO/46 16. 담배를 이해했다.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5 배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고.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싱그러운 계절에 지혜롭고 따뜻한 여름아기가 태어났다. 경순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이층 살림집은 아기맞춤용으로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수술받고 탄 보험금을 다 쏟아부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래된 방충망을 모조리 뜯어내고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는 고급방충망으로 화장실에 난 쪽창문까지 교체했다. Thu, 31 Oct 2024 03:47:53 GMT 서주양 /@@hadO/45 15. 안녕, 자순아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3 "문현조 님! 눈감지 마세요! 뜨고 있어요!" "문현조 님! 대답해 보세요!" "문현조 님!" 짙은 안개가 조금씩 걷어지면서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여기 어디지, 였다. 시공간을 넘나들다가 모든 기운이 소진된 느낌이다. 아 나는 좀 쉬어야겠다. 아득해지는 저 먼 곳을 향해 정신을 놓으려는 순간. "눈 뜨세요! 너무 잔다! 눈뜨고 있어요! 수술 끝났어요 Tue, 29 Oct 2024 04:17:40 GMT 서주양 /@@hadO/43 14. 이별 준비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1 녹음이 짙어졌으면 여름이고. 파스텔로 쓱쓱 문댄듯한 색감이면 아직 봄인 것이다. 5월은 아직 여름도, 봄도 아닌 것 같다. 그럴 때는 나뭇잎으로 계절을 구분한다. 초록은 여름, 연두는 봄. 자연은 이토록 질서 정연하게 다음계절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데. 이 놈의 몸뚱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인색하기 짝이 없게 군다. 생리를 내보내면 자궁이 통곡을 하고 Fri, 25 Oct 2024 07:42:10 GMT 서주양 /@@hadO/41 13. 나는 쥐보다도 못하지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40 가슴에 바다를 품고 사는 경순이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버텨내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다 나의 얕디 얇은 호기심이 참으로 못돼먹었다는 생각에 먼데를 바라보면서 마른 손을 만지작거렸다. 책장 끝에 삐딱하게 걸쳐있는 자명종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경순이도 나도 누구 하나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올라가자는 말을 꺼내지 Wed, 23 Oct 2024 04:50:26 GMT 서주양 /@@hadO/40 12. 네가 사는 그곳은, 늘 여름바캉스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9 "그래서.." 차마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한 채 우물쭈물 고개만 숙이고 있는 나를. 경순이는 단 한 번의 책망이나 조금의 서운함도 없는 맑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외딴섬처럼 버려져 모질고 속악한 어른들에게 갖은 고초를 받아놓고도 눈비음 없는 꿋꿋한 저 얼굴이 나는 죄스러웠다. 착하고 순한 너에게 함부로 대한 나도, 몹쓸 어른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Mon, 21 Oct 2024 08:10:41 GMT 서주양 /@@hadO/39 11. 밥을 퍼 준다는 건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8 어제 작은 스탠드를 샀다. 주홍색 불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조명이 참 마음에 든다. 이경순과의 동거 이후 달라진 것이 많은데, 스탠드를 산 것도 변화 중에 하나라면 하나일 수 있겠다. 부모님의 청평 전원생활로 인해 자동으로 독립을 하게 된 후로 작은 습관이 생겼는데. 그건 밤에 티브이를 틀어놓고 잔다는 것이다. 열한 시의 책방 문을 닫고 집으로 올라와 티브이 Fri, 18 Oct 2024 10:59:36 GMT 서주양 /@@hadO/38 10. 누구나 레몬사탕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7 "3월에 웬 함박눈?" "겨울이 가기 싫은가 보지.." 한 손에는 김이 나는 고구마를 또 다른 손에는 윤동주 시집을 펼쳐 든 경순이가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제법 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다 아주 시인되겠어?" 나는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면서 빈정거리다가 경순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곧 봄이 온다는데.. 어제는 향그러운 흙내음이 풍겼었는데.. Wed, 16 Oct 2024 06:08:07 GMT 서주양 /@@hadO/37 9. 왜 하필 헌책방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6 [폐경기 여성의 증상 중 신체적으로는 안면 홍조, 발한, 두통, 불면, 심한 피로감. 심리적으로는 불안, 우울, 감정 변화, 건망증, 소외감, 요실금 발생. 체내 지지 조직의 지지력 상실 및 뼈 약화로 인해 요통, 근육통, 관절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증상이 더 진행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잦아집니다.] 스산한 계절에 끝자락, 꽃샘추위가 기승인 Mon, 14 Oct 2024 07:50:55 GMT 서주양 /@@hadO/36 8. 너의 이름은 이경순(II)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5 구의역 7번 출구로 나가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춘 채로 떨떠름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확하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자신을 이경순이라고 밝히는 행색이 초라한 임산부가 나의 첫 동무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겨운 학교생활을 잠시 동안이나마 행복하게 해 줬고. 남은 1년 반을 전보다 더 외롭게 만들었던 친구. 경순이는 열두 살 그때처럼 낡고 Fri, 11 Oct 2024 09:07:54 GMT 서주양 /@@hadO/35 7. 너의 이름은 이경순(I)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4 나 국민학교 때는..이라고 말하면, 그건 일제의 잔재라며 바른 명칭을 써라! 상식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그래서 나 초등학교 때는.. 정정해 말하면, 네가 무슨 초등학생이었냐? 국민학생이지! 왜 어린 척 해? 놀림을 받는다. 나는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이다. 6학년 졸업을 할 무렵, 이젠 국민학교, 국민학생은 없다고 했다. 앞으로는 초등학교. 초등학생으로 Wed, 09 Oct 2024 07:20:21 GMT 서주양 /@@hadO/34 6. 자순이의 일기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3 2020년2월26일 수요일 안녕? 나의 자궁아. 이젠 너를 자순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어때, 마음에 드니? 네게도 감정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어. 오랜 시간 너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욕을 해서 병이 든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 사랑받지 못하는 네가 슬프게 울 때마다 내가 아팠던 건 아닐까? 이제 나는 너 자순이를 사랑할 거야. 외롭지 않게 Mon, 07 Oct 2024 08:22:37 GMT 서주양 /@@hadO/33 5. 로또와 파란 장미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2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엄마보다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따라오는 허 여사의 한숨소리가 처량하게 전해져서 울컥하는 목 끝이 따끔해졌다. "현조야. 선생님이 뭐라 그러는데.." 인파가 잦아드는 공원으로 들어서자, 한 발자국 떨어져 걷던 엄마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제야 잠시 막아놨던 내 울음보는 마음 놓고 터져 나왔다. "엄마아아... Fri, 04 Oct 2024 11:00:20 GMT 서주양 /@@hadO/32 4. 사형선고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1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 오늘은 한주대학병원 산부인과 진료 날이다. 52일 동안 세 번의 생리를 했고. 두 번의 응급실과 네 번의 진통주사, 마흔두 알의 아스피린을 먹었다. 절대 혼자 가지 말라는 서현의 권고로 며칠 전부터 서울집으로 올라와있던 엄마와 병원으로 이동 중이다. 휴대폰을 뒤적이며 잠실역에서 한주대학병원으로 가는 버스의 노선을 확인한다. Wed, 02 Oct 2024 04:16:04 GMT 서주양 /@@hadO/31 3. 생리의 역사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30 서현과의 통화를 종료하고,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편의점 앞 파라솔의자에 앉아 한주대학병원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산부인과 김영한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고 검진날짜를 확인한다. 이번 달은 이미 꽉 차있고, 해를 넘겨 1월 중순쯤으로 겨우 진료 일을 잡을 수 있었다.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삐져나온다. 파라솔의자에 등을 대고 목을 Mon, 30 Sep 2024 04:30:12 GMT 서주양 /@@hadO/30 2. 패스트푸드 진단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26 "자궁을 적출해야 합니다. 혹도 너무 많고 자궁 자체도 비정상적으로 부어있고. 수술 날짜를 잡고 가세요." 비좁은 진료실에서 한숨을 폭폭 내쉬던 의사가 감정도 없이 빠르게 진단을 내린다. "자궁에 있는 혹을 잘라낸단 말씀이죠?" 창백하게 되묻자 무신경해 보이는 의사가 안경 너머 두 눈을 차갑게 번뜩인다. “환자님 자궁을 적출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Fri, 27 Sep 2024 03:54:00 GMT 서주양 /@@hadO/26 1. 유리병의 프롤로그 -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hadO/28 [1993년, 국민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은 늘 교탁위에 레몬 사탕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놓아두었다. 창가에 스며든 햇살이 볼록한 유리 표면에 닿으면 왕관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여왕이나, 공주님, 또는 왕자님들만이 왕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유리병 안에 담긴 노란 레몬 사탕 또한 특별한 아이들만 받을 수 있었다. 반장, 부반장, 공부를 잘하거나, 집에 Fri, 20 Sep 2024 15:19:52 GMT 서주양 /@@hadO/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