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제 /@@bTtS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_ 이성복, &lt;나무에 대하여&gt; 중 ko Wed, 08 Jan 2025 14:32:27 GMT Kakao Brunch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_ 이성복, &lt;나무에 대하여&gt; 중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TtS%2Fimage%2F7xwFdV6vHHRngm1w3knr94MoVhw.JPG /@@bTtS 100 100 찰리를 기억하며, -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의 괴로움과 고단함을 받아들인 소년, /@@bTtS/259 그래, 올해도 이렇게 끝나가는군, 생각하다가, 그래도, 또다시 크리스마스인데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듣다가 끝낼 수는 없잖아, 하는 마음에 &lt;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hristmas&gt;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듣는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찰리 브라운이 생각나는데, 아비가 찰리를 좋아하는 걸 아는 아이는, 언젠가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Sun, 22 Dec 2024 09:00:56 GMT 식목제 /@@bTtS/259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 거기 기대어 살아갈 수는 있겠지 /@@bTtS/258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 평생에 걸쳐 고통과 사랑이 같은 밀도와 온도로 끓고 있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묻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 Sun, 15 Dec 2024 12:56:25 GMT 식목제 /@@bTtS/258 바람이 일러준다, 겨울이 왔다고, - 문풍지 더듬던 동지가 가까워졌다고, /@@bTtS/257 겨울이 왔다고, 바람이 일러준다. 어쩌면, 바람에 밀려온 파도가 일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하지만, 나는, 올해, 여윈 잎사귀가 속절없이 낙하하는 광경을 목격하지도 못했는걸.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먼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육지에 가 닿지 못한 채 밀려 나온 파도와 부딪는다. 부서진다. 먼 시간으로부터 밀려온 마음이, 삶에 가 닿 Sun, 08 Dec 2024 13:07:18 GMT 식목제 /@@bTtS/257 비에 젖은 생이 저물어가네 - 2024년 7월 23일, 비와 바람과 햇살이 뒤섞인 우기, 24~30도 /@@bTtS/255 그때는 기나긴 우기가 시작되었다는 걸 몰랐다. 소나기가 내리는 게 아니라는 걸, 보름 남짓 지나면 물러갈 장맛비가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던 거다. 그때? 우기가 언제 시작되었던가. 우기의 시점이 있었던가. 실은, 어느 순간 우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하다가, 언뜻, 내리쬐던 햇살과, 햇살 사이로 넘실거리던 바 Tue, 23 Jul 2024 10:29:53 GMT 식목제 /@@bTtS/255 생의 낯빛에서 무엇을 보았나, - 낯빛을 잃기 전에, /@@bTtS/249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nbsp;_ 장 그르니에, &lt;케르겔렌 군도&gt;, 《섬》 한쪽 면과 반대쪽 면, 보이는 면과 가려진 면이다. 그러니까, 달의 &lsquo;앞면&rsquo;과 &lsquo;뒷면&rsquo;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름이 오면 Thu, 11 Jul 2024 02:54:52 GMT 식목제 /@@bTtS/249 삶이라는 바위를 밀어 올릴 때, - &lsquo;그의 운명은 그의 것&rsquo;, &lsquo;그의 바위는 그의 것&rsquo; /@@bTtS/250 이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떠받쳐 준다면 무엇 때문에 그가 고통스러워하겠는가.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작업을 하며 사는데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만 비극적이다. 신들 중에서도 Tue, 28 May 2024 08:01:53 GMT 식목제 /@@bTtS/250 피는 꽃을 보며, 지는 꽃을 먼저 떠올리는 봄날이야 - 2024년 3월 26일, 비 내리다 눈 내리다 비, 1도~6도 /@@bTtS/248 춘분에 눈이 내려 적이 당황했는데, 그로부터 한 주가 다 되어 가는 날 내리던 비가 또 눈으로 바뀌는 걸 보며,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건가 자문하다가, 문득 깨달았어. 아차, 지지난해에도 매화가 필 무렵 눈이 내렸더랬지. 마침 마당 매실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지 한 이틀 지난 참이야. 그럼 그렇지. 꽃 피는 봄을 시샘하는지 축복하는지 알 길 없는 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TtS%2Fimage%2Fygm7j9eWm-TC5egbUTb6B2dEWHU.jpg" width="500" /> Tue, 26 Mar 2024 02:52:17 GMT 식목제 /@@bTtS/248 내게 깃든 &lsquo;말들의 풍경&rsquo; - 혹은, 마음의 지도를 형성한 낱말들 /@@bTtS/247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죽이고 있는, 오래된 책들을 물끄러미 훑어보다가, 문득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와 꺼내든다. 자리를 잡고 앉아 펼쳐보니, 생전 처음 보는 글 같다. 너무 오래전에 읽은 탓이다. 그중 &lt;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gt;라는 에세이에서 멈춘다. 왕성하게 집필하던 시절, 한국어를 아름답게 구사하는 필자로 손꼽히던 그이인지라 Mon, 11 Mar 2024 07:05:40 GMT 식목제 /@@bTtS/247 봄은 죽음을 돌아보기 좋은 시절, - 2024년 3월 7일, 마지막 눈 혹은 첫눈, 0도~2도 /@@bTtS/246 3월 7일이라서, 죽은 시인을 생각하며 낡은 시집을 뒤적이고 있는데, 뜬금없이, 눈이 내린다. 이틀 전 경칩에 눈을 뜬 개구리들이, 혹 때를 잘못 안 것 아닌가 당황할 듯도 하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이곳 바닷가 마을에는 3월에도 곧잘 눈발이 날린다. 끝 모를 바다와 거대한 산맥 사이에 있는 탓이다. 지지난해에는 만개한 매화 위로 소복이 눈이 덮이기 Thu, 07 Mar 2024 06:59:17 GMT 식목제 /@@bTtS/246 슬픔에도 유령통이 있는 걸까 - 2024년 3월 6일, 봄비 혹은 마지막 겨울비, 1도~4도 /@@bTtS/245 설마, 이런 것도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걸레질하는 몸이 들썩일 때, 벼락처럼, 가슴이 저려오는 일. 설마, 물걸레로도 잘 닦이지 않는, 바닥의 저 검은 자국 때문은 아니겠지. 몸짓을 멈춘 채 잠시 가슴 안쪽에서 퍼져 나오는 진동을 감각하다가, 불현듯, 깨닫는다. 이건, 지진이야. 켜켜이 쌓여 있던, 슬픔의 퇴적층이 솟아오르려는 거야. 잊고 있었구나. Wed, 06 Mar 2024 07:36:08 GMT 식목제 /@@bTtS/245 당신은 안녕한가, - 당신이, 당신의 삶이, 안녕하면 좋겠다 /@@bTtS/243 생은 불행한가. 잘 모르겠다. 이를테면, 사는 일이 지겹다, 서글프다, 덧없다 같은 마음을 품은 적은 있는 듯한데, 불행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불행하다는 마음과 대를 이루는 건 행복하다는 마음이니, 불행하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가 되겠다. 누군가 불행하다 느낀다면, 행복하다는 게 무언지를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Tue, 05 Mar 2024 03:07:00 GMT 식목제 /@@bTtS/243 목이 꺾인 새에게, 날아오르지 못한 삶에게, - 2024년 2월 24일, 며칠째 끈질기게 내리는 눈, 영하 4도~1도 /@@bTtS/242 눈을 치우러 나가며 가게 앞문을 열어둔 내 잘못이다. 변명하자면, 혹 가게 뒷문으로 들어온 손님이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그마한 박새 하나가 날아들었다. 잠시 상품 매대 위에 앉아 두리번거리던 녀석은 이내 불안정한 날갯짓을 하며 날아갈 길을 찾았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이리로 나가렴, 하며 길안내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 Fri, 23 Feb 2024 07:03:49 GMT 식목제 /@@bTtS/242 봄볕에게 물었다 - 2024년 2월 18일, 시퍼런 하늘과 바다, 1도~11도 /@@bTtS/241 볕의 빛깔이 달라졌다. 봄이 겨울의 등을 떠밀며 치대고 있는 게다. 눈구름이 물러나니, 시퍼런 낯빛을 드러낸 바다 곁에서 봄볕이 살랑거린다. 그게 좀 얄미웠다. 엊그제만 해도, 잔뜩 화가 나 검게 일렁이는 바다의 위세에 눌려, 바다가 몰고 온 잿빛 구름의 그늘에 가려, 숨죽이던 주제였으니 말이다. 겨울바다도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자면 Sun, 18 Feb 2024 03:22:50 GMT 식목제 /@@bTtS/241 떠도는 영혼은, 끝내 떠돌 수밖에 없음을 - 뿌리내리지 못한 삶에게 /@@bTtS/240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큰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을 꾸려가던 한 남자가 더 이상 업계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이는 그 차가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막막한 심정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때 나는 남도 어디께서 나고 자란 그이에게 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요? 거기서 흙을 일구며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저는 돌아 Tue, 06 Feb 2024 11:56:18 GMT 식목제 /@@bTtS/240 봄 앞에 선, 상념 - 2024년 2월 4일, 어둔 구름, 밤부터 눈비, 영하 1도~3도 /@@bTtS/239 입춘에 날이 맑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지만, 잿빛 구름이 이렇듯 낮게 드리워진 입춘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품기에 어쩐지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밤부터는 눈비까지 예고되어 있으니, 이쯤 되면, 봄을 뒤로 물리려는 겨울의 수작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기까지 하는 거다. 헛소리인 줄 알면서도 지껄이는 건, 이렇게 살아 뭐 하나 자괴하다가도, 결국은 살려는 Sun, 04 Feb 2024 05:41:45 GMT 식목제 /@@bTtS/239 날마다 깎여 나가는 존재로 서서, - 2024년 2월 1일, 거센 눈보라와 난폭한 바다, 영하 1도~0도 /@@bTtS/238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예정된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_ 기형도, &lt;오후 4시의 희망&gt; 부분 좌우 위아래로 빈자리가 보이는, 치아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비대칭적으로 배열된 흑백사진이 말하자면 내 상악과 하악을 두루 발가벗긴 모습이라 하길래, 파란 옷에 Thu, 01 Feb 2024 05:40:00 GMT 식목제 /@@bTtS/238 &lsquo;나는 왜 쓰는가&rsquo;* - 속된 욕망 혹은 마음 들여다보기 /@@bTtS/237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글의 주제는 그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그는 작가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나름의 정서적 태도를 갖게 되며, 그것은 그가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무엇이다. 물론 그는 마땅히 자신의 기질을 다스려야 하고, 미성숙한 단계에 고착되거나 비뚤어진 Tue, 30 Jan 2024 03:57:00 GMT 식목제 /@@bTtS/237 밥, 생의 살점이 에여 있는, - 하지만 단맛이 나는, /@@bTtS/236 씨름판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봤는데, 대를 이어 장사에 등극한 가족의 밥상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좀 보태서 말하자면, &lsquo;세숫대야&rsquo;만 한 대접에 고봉밥을 담아 먹고 있는 거였다. 이채롭고 신기해서 주목한 것은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밥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한겨울이면, 아랫목에 깔아 둔 솜이불 아래 고이 모셔져 있던, 젊은 날의 아버지 밥 Fri, 26 Jan 2024 14:31:56 GMT 식목제 /@@bTtS/236 생의 수몰지구에서 중얼거리다 - 2024년 1월 25일, 깨질 듯한 하늘, 뒤집어진 바다, -11~2도 /@@bTtS/235 파주가 영하 17도로 곤두박질칠 거라는 예고에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혹여, 그 을씨년스런 빈 집에 물난리라도 난다면 어찌할거나. 가뜩이나, 파주 집에 갈라치면, 수몰된 옛집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심정이 되는데, 행여 동장군의 위세에 텅 빈 공간이 파열음이라도 낸다면, 물에 잠긴 빈 집을 찰박찰박 밟는 내 마음도 기어이 수몰돼 버리리라. 출발하는 아침부터 마 Thu, 25 Jan 2024 03:09:17 GMT 식목제 /@@bTtS/235 부끄러운 채로, 기어이 살아갈 거라서 - 2024년 1월 19일, 잿빛 하늘에 빗방울, 0도~2도 /@@bTtS/234 며칠 동안 고된 비행을 하며 구해온 먹이를 토해내 새끼를 먹이는 알바트로스의 참혹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플라스틱이 무언지 알 길 없는 어미는 아기새에게 생이 아니라 죽음을 건네주고 있다는 걸 몰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미가 게워내는 것들을 허겁지겁 받아 먹은 새끼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간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Fri, 19 Jan 2024 07:52:24 GMT 식목제 /@@bTtS/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