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bG1b 소설가. &lt;비둘기에게 미소를&gt;, &lt;표범기사&gt;, &lt;먼지별&gt;, &lt;소원을 말해줘&gt; 등을 출간했습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ko Wed, 25 Dec 2024 05:50:47 GMT Kakao Brunch 소설가. &lt;비둘기에게 미소를&gt;, &lt;표범기사&gt;, &lt;먼지별&gt;, &lt;소원을 말해줘&gt; 등을 출간했습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Dk5kGp7lJC48r5KkWjCjQ8K-i5U.jpg /@@bG1b 100 100 일체 문구점 - 사물이 있던 자리⑫ 학교 앞 문방구 /@@bG1b/14 '일체 문구점'이 그 문방구의 본래 이름은 아니었다.&nbsp;푸른 비닐 차양에 검은색 페인트로 '문방구 일체 문구점'이라 쓰였는데 '문방구' 앞에 빨간 돼지저금통과 훌라후프를 걸어놓는 바람에 '일체 문구점'만 보였다. '일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뭐든 일체 문구점으로 사러 갔다. 일체 문구점을 찾기 위해 굳이 간판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었다. 출입구<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nqrHljGbSLLakRqE9sRLWCxMJcY.jfif" width="500" /> Thu, 25 Mar 2021 00:49:53 GMT 이 경 /@@bG1b/14 껍데기 - 사물이 있던 자리⑪ 2단 자석 필통 /@@bG1b/13 엄마에게 본차이나 접시와 자개 박힌 화장대가 있듯이&nbsp;내겐 2단 자석 필통이 있었다. 자석 필통은 나의 가장 소중한 살림살이였다. 앞뒤로 열리는 폭신폭신한 자석 뚜껑, 10센티 짧은 자와 지우개가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칸막이, 꽃분홍색 플라스틱 몸체에서는 부드러운 광채가 났다. 뚜껑 안쪽에 달린 자그마한 거울은 엄마의 화장대가 부럽지 않았다. 한 없이 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AytWm56oBQCuyzX6N30F6Sdt0jg.jfif" width="500" /> Wed, 17 Mar 2021 05:31:33 GMT 이 경 /@@bG1b/13 시간의 속도 - 사물이 있던 자리⑩ 괘종시계 /@@bG1b/12 온종일&nbsp;우리 집엔 나와 괘종시계뿐이었다.&nbsp;똑딱똑딱똑딱&hellip;. 외면하려 해도, 귀를 막아 봐도 시계 소리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마루에 걸린 괘종시계였다. 멀끔한 시계 얼굴에 태엽 구멍 두 개가 콧구멍처럼 뚫려있고 둥근 추가 단조로운 곡선을 그리며 흔들흔들 시간을 끌고 갔다. 난 심심할 때면 마루에 벌렁 드러누워 좌우로 움직이는 시계추를 따라 눈동자를 굴리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XpVQdyszvEXXb-WPOdq35DfULJw.jfif" width="500" /> Wed, 10 Mar 2021 08:59:28 GMT 이 경 /@@bG1b/12 영선이 - 사물이 있던 자리⑨ 만화방 /@@bG1b/11 영선이를 다시 본 건 &lsquo;까치 만화방&rsquo; 앞이었다. 불량만화와 불량식품과 불량 청소년들이 고여 드는 곳.&nbsp;어두컴컴한 만화방에서 나와 구멍가게를 향해 뛰어 간 아이는 틀림없이 영선이었다. 구멍가게에서 나온 영선이는 곧바로 만화방으로 되돌아갔다. 손에는 담배 한 갑이 쥐어져 있었다. 만화방&nbsp;&nbsp;미닫이문을 열려다 말고 멈칫 뒤돌아봤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던 날 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8_NLpjk6RO0spP8lRC12FP007-8.jpg" width="500" /> Wed, 03 Mar 2021 09:50:16 GMT 이 경 /@@bG1b/11 심지 태우기 - 사물이 있던 자리⑧ 석유풍로 /@@bG1b/10 &lsquo;풍로 고쳐요, 심지 갈아요~!&rsquo; 저녁밥 짓는 골목, 아이들보다 먼저 부엌으로 찾아드는 소리가 있었다. 풍로를 고치는 기술자들이 기름통에 난 구멍을 때우거나 심지를 갈아주며 골목골목 누비는 소리였다. 식구들의 삼시 세끼는 석유풍로 위에서 끓었다. 심지를 돌려 밀어 올린 후 성냥불을 붙이면 주황색 동그라미가 서서히 올라오고 매캐한 석유냄새가 퍼지면서 푸른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jRrjltI-wvjxJC-Qri2ZF1S-6hQ.jfif" width="455" /> Wed, 24 Feb 2021 07:11:37 GMT 이 경 /@@bG1b/1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 사물이 있던 자리⑦ 조개탄 /@@bG1b/9 눈발이 느릿느릿 내렸다. 교실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오느라 애들이 늦는 모양이었다. 항상 제일 먼저 오는 정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목을 길게 빼고 창밖을 내다봤다. 정수는 내 주번 짝이었다.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하나 둘 보였지만 정수는 없었다. 겨울엔 주번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교실 한가운데 버티고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5XCf9Zo5wZI8dPK_Ej9PBIrbPI0.jpeg" width="234" /> Wed, 17 Feb 2021 06:48:28 GMT 이 경 /@@bG1b/9 밤비나 숨기기 - 사물이 있던 자리⑥ 종이인형 /@@bG1b/8 동생과 나는 부자였다. 용돈을 많이 모았거나, 값비싼 학용품을 가진 게 아니었다. 남동생에겐 동그란 딱지로 꽉 찬 포대자루가, 내겐 갈피마다 종이 인형을 끼워놓은 &lt;소년중앙&gt; 잡지가&nbsp;일곱 권이나 있었다. 용돈이 생기면 우리는 무조건 문방구로 뛰었다. 뱀 주사위 놀이판, 고무줄놀이를 할 수 있는 길고 검은 고무줄, 프라모델 장난감&hellip; 그곳엔 보물들로 가득했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7drb6tTmfXdqqTaZzUqFbHDbh6g.png" width="500" /> Wed, 10 Feb 2021 12:07:42 GMT 이 경 /@@bG1b/8 이별 전화국 - 사물이 있던 자리⑤ 다이얼 전화기 /@@bG1b/7 우리 집에 전화기가 생겼다!&nbsp;동네에서 제일 먼저 생겼다. 그것도 백색 전화기. 그건 오로지 아빠가 우리 동네 통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70년대, 전화기는 두 종류가 있었다. 백색전화와 청색전화. 청색전화는 소유권이 전신전화국에 있었다. 필요 없을 땐 반납해야 했으며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백색전화는 개인 소유였다. 사고팔 수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K0GH--Ajs-IqYmaV1IruruL_8mQ.jpg" width="500" /> Wed, 03 Feb 2021 07:37:42 GMT 이 경 /@@bG1b/7 못난이 중 최고 못난이 - 사물이 있던 자리④ 못난이 삼 형제 인형 /@@bG1b/6 &ldquo;어이구, 이 못난아.&rdquo; 못난이가 붙은 내 이마는 확 구겨졌다. 윗입술은 콧구멍에 달라붙고 코는 코대로 납작 짜부라졌다. 아빠는 일그러지는 내 얼굴을&nbsp;보려고 일부러 이렇게 불렀다. &ldquo;못난이 중에서도 젤 못난이, 가운데 애.&rdquo; 안 그래도 못생긴 게 얼굴까지 찌그러진 걸 보고 엄마도 깔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때마다 나는 텔레비전 위에 태연하게 자리 잡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B9BPQQnCLZdJCmh5X82UhT3fXw0.jpg" width="266" /> Wed, 27 Jan 2021 00:50:03 GMT 이 경 /@@bG1b/6 양철통 속 고양이 - 사물이 있던 자리③ 오르간 /@@bG1b/5 내가 처음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은 것은 중학교 막 입학했을 무렵 영등포에 있는 교회에 갔을 때였다. 예배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 친구는 주일이면 어머니와 그 교회에 갔다. 쭈뼛쭈뼛 자리 잡고 앉아 예배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때까지도 난 혼자였다. 친구는 잠시 여기 있으라 하고 한참을 나타나지 않았다. 낯선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MuBKOC-w4eFU6O4i1OT9FdIXr9U.jpg" width="500" /> Thu, 21 Jan 2021 01:47:59 GMT 이 경 /@@bG1b/5 재봉틀 앞을 서성였을 뿐인데 - 사물이 있던 자리① 부라더미싱 /@@bG1b/3 무수한 사물들이 놓였던 자리를 지나왔다. 이제 그것들은 사라지거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탓이다. 가끔 그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 실수로 깊은 우물 속에 빠뜨린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옛 거리를 배회하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재봉틀은 의자에 앉아 발판을 젓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DnSBoP1qccuxKZII1O0v9Vvd2n0.jpg" width="500" /> Wed, 13 Jan 2021 13:36:05 GMT 이 경 /@@bG1b/3 마지막 마중물 - 사물이 있던 자리② 수동펌프 /@@bG1b/2 무수한 사물들이 놓였던 자리를 지나왔다. 이제 그것들은 사라지거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탓이다. 가끔 그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 실수로 깊은 우물 속에 빠뜨린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옛 거리를 배회하는지도 모른다. 대여섯 살부터 열 살 무렵까지 우리 삼 남매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1b%2Fimage%2FhLrwzmlz4dl7gtZxkJeWlwdmyDU.jpg" width="500" /> Wed, 13 Jan 2021 06:14:32 GMT 이 경 /@@bG1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