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비 /@@73of 한옥비, 옥수저, Jade spoon. 玉匕。 ko Thu, 26 Dec 2024 16:23:48 GMT Kakao Brunch 한옥비, 옥수저, Jade spoon. 玉匕。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Xv0KWPhzxEA37C2y-rLK3EcrJEE.PNG /@@73of 100 100 은행나무집 개 맘보 /@@73of/67 우리 동네에는 꽤나 큰 은행나무가 있는 집이 있다. 원래의 지붕은 플라스틱으로 된 흔한 파란 기왓장인데, 가을이면 은행잎이 떨어져 노란빛으로 물든다. 은행나무 집에는 가을마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감을 닮은 쭈그랑 할머니와 반지르르한 털에 흙이 버무려진 백구 맘보가 산다. 은행나무집 앞에는 회색빛이 살짝 도는 파란색 나무 울타리가 있는데 그곳은 Wed, 29 Jun 2022 01:59:55 GMT 옥비 /@@73of/67 예술가는 재미없어! - 짧은 메모들 /@@73of/6 19년 날이 추워지기 전에 썼던 글들에서 발췌하였다. 7월 25일 아기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 회갈색의 손바닥보다 작은 크록스 신발. 누구의 것일까 생각하면서 지나가는데, 횡단보도를 기다리던 여성에게 안겨 있던 아이 신발이 하나가 벗겨져 있었다. 뒤에는 더 어린아이가 업혀 있었다. 애인과 나는 양쪽에 아이가 있으면 무게중심을 맞추기 쉬워서 허리가 덜 아 Tue, 23 Nov 2021 00:36:55 GMT 옥비 /@@73of/6 목적지 - 가는 길 오르막 /@@73of/66 목적지에 가는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세 개의 식당과 하나의 미용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가정집이 있다. 수는 많지 않으나 헤아랴 보지 않았으므로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가정집이다.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하는 첫 번째 건물에는 반찬집이거나 백반집으로 추정되는 식당이 있다. 위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그 건물의 입구는 해당 식당의 주방 쪽에 입구가 Wed, 13 Oct 2021 09:27:14 GMT 옥비 /@@73of/66 진짜가짜 가짜진짜 - 13.05.21 /@@73of/64 &lt;김승일 시인은 과자같다 괴짜라고 쓰려고 했는데 과자라고 자동고침 되었다 근데 귀여워서 놔둘 거야&gt; 라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마음에 들어서 애인에게 보여 주었다 &lt;&ldquo;옥비씨는 진짜 과자 같아!&rdquo;라는 답변이 왔다 &lsquo;자동고침 된 괴짜&rsquo;인지 진짜 &lsquo;진짜 과자&rsquo;인지 물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진짜가짜와 가짜진짜놀이&gt; 라고 트위터에 또 올렸다 애인은 괴짜 아니고 Wed, 01 Sep 2021 10:52:00 GMT 옥비 /@@73of/64 &ldquo;엄지&rdquo;공주는 엄지 크기 - 공주는 공주옷 없어도 공주예요 /@@73of/63 그 꽃 속에서 작은 소녀가 나타났지요.소녀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로 자랐기 때문에 엄지공주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에 포함되어 있던 삽화에는 엄지공주를 아름다운 소녀로 표현했었다. 호두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실제 크기의 사람처럼 사실적이고 화려한 장신구를 두르고 있던 그림은 혼을 쏙 빼고 밤을 새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3of%2Fimage%2F3DZcHmq-sFUW-C2Cu_drpjvBsgk.PNG" width="500" /> Fri, 28 May 2021 16:09:33 GMT 옥비 /@@73of/63 고무인형 - 1 /@@73of/62 키우던 고양이가 고무인형이 되었다. 조각가 M은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아차렸다. 사료는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 채워 준 것뿐이 없었다. 까끌까끌한 실리콘 질감의 어색한 털 무늬를 만지며 조각가 M은 떠올렸다. 얼마 전 이혼한 아내 E를. 아내 E는 곰팡이가 핀 화장실 바닥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지 않는 조각가 M을 싫어했다. 조각가 M이 녹물이 흐른 화 Wed, 03 Feb 2021 15:07:23 GMT 옥비 /@@73of/62 바보들의 왕 /@@73of/59 어렸을 적 살던 집에는 베란다가 있었다. 차가운 타일로 되어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녀야 하는 베란다가 두 개 있었고. 거실과 같은 나무 장판이 깔려 보일러가 닿는 따뜻한 곳까지 세 개가 있었다. 사실 따뜻하다고 해봤자 외풍은 여전히 불었기 때문에 공기는 차가웠다. 겨울에는 전기스토브를 가져다 놔야 했다. 우리는 따뜻한 베란다에 컴퓨터와 펌프 기계를 가져다 놓 Wed, 09 Dec 2020 07:28:29 GMT 옥비 /@@73of/59 /@@73of/58 이얼음은 금지귀, 무쇠 귀걸이 같은 소문도 견디는데금 간 이, 날숨도 시리다착어렏 묻은 손가락으로 넘긴 시집내 작은 개 같은 심장을 멈춘 문장들도 텁텁해진다앞니에 그 맛은 스미지 못한다아 양 볼 머금은 얼음이 떨어진다텁텁한 문장들이 때린다 작은 개를흠뻑 시원해진다 비로소 Mon, 23 Nov 2020 01:13:46 GMT 옥비 /@@73of/58 잠귀 /@@73of/57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다. 밝은 잠귀 탓에 침대에 누우면 부엌의 냉장고 소리, 옆집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 놀이터의 그네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없다고 내 정신병이 만들어낸 환청이라 한다. 그것이 환청인지 아니면 진짜 존재하는 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건 시끄러워서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똑같으니까 Wed, 28 Oct 2020 06:30:17 GMT 옥비 /@@73of/57 잠실 /@@73of/55 잠실은 내게 애증의 지역이다. 지금은 애인이 사는 동네라 자주 놀러 가 같이 호수를 걷는다. 새벽부터 만나 샤오롱바오를 먹으며 에곤쉴레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잠실이었고, 결혼하자는 말을 처음 들었던 곳도 잠실이었다. 어찌 보면 나와 애인이 오랫동안 연애를 이어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곳이다. 백화점에 들어가 스카프를 구경하고, 식당가를 누비며 스프와 밥과 빵 Wed, 14 Oct 2020 02:40:11 GMT 옥비 /@@73of/55 눅눅한 이야기 /@@73of/52 240만 원. 올해 4월부터 다닌 치과 치료에 청구된 비용이다. 다음 달 치료가 마지막이고, 20만 원만 내면 끝이다. 가장 최근에야 한 치료는 두 개의 왼쪽 작은 어금니(의사들은 15,14라고 부르더라)을 뜨고 세라믹으로 메우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그 후로 혓바닥이 자꾸 베이는 느낌이다. 피가 철철 날정도는 아니지만 종이에 베이듯이 작지만 날카로운, 그 Tue, 15 Sep 2020 13:51:14 GMT 옥비 /@@73of/52 호텔 속 상처와 질문 /@@73of/51 배가 나오고 머리가 까진, 나보다 스물다섯 살은 많았을 남성과 함께 체크인을 할 때, 나와 아저씨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유니폼 속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때의 아저씨는 주머니가 달려 있은 빨간 반팔 티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 참고로 섹스는 하지 않았다. 그곳은 복층으로 되어 있는 호텔이었으며, 계단의 난간은 나의 몸무게를 버티기에 충분히 튼 Wed, 26 Aug 2020 07:26:56 GMT 옥비 /@@73of/51 93번의 참치 /@@73of/50 &ldquo;교복을 입고 있으면 모든 걸 면제받을 수 있어.&rdquo; 362번 버스 맨 뒷자리에서 앉아 한솥 참치마요의 뚜껑을 뜯으며 친구가 한 말이다. 샐러드 참치 마요 위에 김가루를 부셔 넣으며 흰색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비볐다. 종이 그릇 벽에 묻은 작은 참치 조각하나 까지 모두 긁어 모아 마지막 한입을 먹고, 모서리의 데리야끼 소스까지 손가락으로 슬슬 문질러 닦아 먹었 Fri, 14 Aug 2020 07:08:26 GMT 옥비 /@@73of/50 엄마몬4 - 잔소리에 부러진 갈비뼈 /@@73of/49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붉은박쥐 다섯 마리가 동그랗게 날고 있는 오복도였다. 만두집을 오픈할 큰 이모에게 선물하기 위한 그림이었다. 파란 열매 주위를 둘러싸 날고 있는 박쥐는 파란 모자를 쓰기 좋아하던 외할머니와 조금 비슷하다. 그녀의 수의는 붉은빛이 돌았다. 엄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엄마가 민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Wed, 12 Feb 2020 05:09:30 GMT 옥비 /@@73of/49 나는 먹는거 밖에 몰라 /@@73of/1 나는 어렸을 때 음식을 많이 가리는 아이였다. 지금에 와서야 가지도 먹을 줄 알고 피망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는 일단 맛있는 것만 먹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주던 밥차는 말 그대로 끔찍했다. 맨날 남기거나, 간혹 바닥에 버리기도 했다. 설익은 깍두기가 나오는 날이면, 국에 떠 있는 건더기 밑에 숨기곤 했다. 그 어린이집에서는 음식을 아이들 스스로 Wed, 05 Feb 2020 08:10:51 GMT 옥비 /@@73of/1 엄마몬3 - 날으는 자동차 /@@73of/48 아빠의&nbsp;출근시간과&nbsp;나의&nbsp;출근시간은&nbsp;비슷하다. 어렸을&nbsp;때&nbsp;살던&nbsp;집은&nbsp;화장실이&nbsp;거실에&nbsp;하나&nbsp;안방에&nbsp;하나&nbsp;이렇게&nbsp;두&nbsp;개&nbsp;있었는데, 아빠는&nbsp;무슨&nbsp;이유에서&nbsp;인지&nbsp;안방&nbsp;화장실을&nbsp;싫어했다. 그래서&nbsp;바쁜&nbsp;아침시간에&nbsp;아빠와&nbsp;나는&nbsp;서로&nbsp;화장실을&nbsp;차지하기&nbsp;위해&nbsp;눈치싸움을&nbsp;했다. 운이&nbsp;나쁘면&nbsp;아빠가&nbsp;싼&nbsp;묵은똥&nbsp;냄새를&nbsp;맡으며&nbsp;양치질을&nbsp;했다. &nbsp;나는&nbsp;늘&nbsp;일찍&nbsp;일어나서&nbsp;아빠가&nbsp;화장실 Wed, 22 Jan 2020 09:38:07 GMT 옥비 /@@73of/48 엄마몬2 - 엄마는 직장인이 아니야 /@@73of/47 어렸을 때는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남들보다 머리가 하나가 더 크니까. 초등학교 운동회 때 학부모들이 운동장 구석에 있던 놀이터에 구수를 하고 도시락 자리를 마련할 때 엄마의 키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엄마나 아빠를 못 찾아 엉엉 울며 안절부절못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콧웃음을 쳤다. 아이들은 천 원짜리를 열 장이나 받던 솜사탕 아저씨 앞에서 소매로 눈 Wed, 15 Jan 2020 04:51:54 GMT 옥비 /@@73of/47 엄마몬1 - 엄마는 내 편이 아니야. /@@73of/46 &ldquo;너는 먹는 것 밖에는 모르냐?&rdquo; 하고 빼액 소리 질렀다. 엄마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난 건지, 차가 급정거하느라 쇳소리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간식 찌꺼기가 묻어 있는 은박지를 구기며 몰래 울었다. 영어 학원 친구는 내 입에서 고약한 양파 냄새가 난다고 그랬다. 언니와 나는 엄마를 마녀라고 불렀다. 같이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을 때면 엄마 Wed, 08 Jan 2020 04:50:25 GMT 옥비 /@@73of/46 식탐 /@@73of/45 스물한 살의 겨울방학은 눈썹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바빴다. 사촌오빠가 매니저인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고, 지난 여름방학 때보다 자리가 잡혀 손님이 네 배는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스물한살 기억속 겨울은 여름보다 더웠다. 히터와 주방 열기, 사람들의 말 온기 속에서 열 시간 이상을 뛰어다녔다. 인생에서 가장 마른 상태였다. 몸이 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JXfsQA_tQe4PkuisY8ChvCnvNQ.JPEG" width="500" /> Mon, 30 Dec 2019 01:13:48 GMT 옥비 /@@73of/45 PB &amp; J Sandwich - 피넛버터 한 겹 딸기잼 한 겹 /@@73of/44 &ldquo;엄마, 나는 샌드위치가 축축해지는 게 싫으니까 샌드위치에 토마토는 따로 주세요!&rdquo; 매일 아침 이모와 엄마는 학교 런치 타임에 먹을 간단한 간식과 점심을 싸주었다. 처음에는 삼각김밥이나 김치볶음밥 김밥을 싸주었지만, 서양애들이 몰려와서 김밥의 끄트머리, 꽁지를 손가락으로 쿡 누르며 이게 뭐야?를 일주일 내내 물어보니 대답해주기 귀찮았다. 무엇보다 알파벳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gBJ0sqxwceOZ69CE9x2CyuXrouI.JPEG" width="500" /> Tue, 10 Dec 2019 11:44:23 GMT 옥비 /@@73of/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