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 /@@5aCT 미래를 연구하며 밥벌이를 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작가가 되어 글을 씁니다. ko Wed, 25 Dec 2024 15:41:59 GMT Kakao Brunch 미래를 연구하며 밥벌이를 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작가가 되어 글을 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5aCT%2Fimage%2FrLdhz-6jdzy5KrfjkwNwS-SjDnk /@@5aCT 100 100 4장. 봉인된 기억(5) /@@5aCT/179 그날 옥상에서 동제와 마주하고 난 뒤, 나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빛을 차단하고 틀어박혀 있었다. 이따금 아빠가 와서 정신 차리라고 화를 내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숨을 쉬는 것도 괴로웠다. 그러다 허기가 지면 가사 도우미가 방 안으로 넣어두고 간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 Sun, 27 Oct 2024 10:29:57 GMT 고밀도 /@@5aCT/179 4장. 봉인된 기억(4) /@@5aCT/178 중학교 졸업만을 간절히 빌었다. 서대용과 그 패거리로 인해서 나는 매일 지옥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박정민이 아니라 한 마리의 개였고 머슴이었고, 노예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고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엄마가 알게 되면 엄마의 시간도 지옥이 될 것이 뻔했다. 그때는 아빠 멋대로 이사를 온 덕분에 엄 Sun, 27 Oct 2024 10:29:44 GMT 고밀도 /@@5aCT/178 4장. 봉인된 기억(3) /@@5aCT/177 자명을 만나고 난 뒤, 최대한 빨리 접속을 시도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났다. 몇 개월 동안 지속하여 온 이 지긋지긋하고 답답한 안갯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새벽부터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1층에서 작게 들려오는 아빠의 출근 준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위치에 있는지 예측이 가능했다. 늘 같은 루틴으로 아침을 준 Sun, 27 Oct 2024 10:29:31 GMT 고밀도 /@@5aCT/177 4장. 봉인된 기억(2) /@@5aCT/176 이제 마지막 문만이 남았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자유롭게 내 방에서 VR 탐험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벌써 사흘째 접속 불가 상태였다. 아빠가 불시에 내 방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때도 보고 갈지도 모른다. 아빠라면 내 방에서 몰래 CCTV를 숨겨놨을 Sun, 27 Oct 2024 10:29:17 GMT 고밀도 /@@5aCT/176 4장. 봉인된 기억(1) /@@5aCT/175 네 번째 문을 열고 난 뒤 나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이 위험한 탐험을 시작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잠잠하게 살아갈 수 있었는데 내가 또 못난 짓을 자처하고 말았다. 아무리 그것이 가상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치욕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를 약해빠지고 못난 새끼라고 욕하는 것은 참아줄 수 있지만, 우리 엄마가 그런 모욕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문 Sun, 27 Oct 2024 10:28:59 GMT 고밀도 /@@5aCT/175 3장. 다섯 개의 문(4) /@@5aCT/174 며칠이 지나고 어느 정도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다행히 다음 날부터 악몽은 세 번째 문까지 열려 있는 상태 그대로 나를 찾아왔다. 오늘만 잘 넘기면 다시 접속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1시간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의 맨 뒷자리가 편했다. 자리를 잡고 잠시 책상에 드리려고 하는데 문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아빠와 권 비서님, 가사 도우미 Sun, 27 Oct 2024 10:28:43 GMT 고밀도 /@@5aCT/174 3장. 다섯 개의 문(3) /@@5aCT/173 나는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지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하는지 수천 번을 생각하느라 밤을 지새웠다. 잊힌 고통을 마주할 것인지, 이대로 심연에 드리운 안개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 갈팡질팡했다. 접속을 끊고 나서도 꿈속에서 봤던 장면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나의 심장을 조여 왔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모두 고통을 가져다줄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행복을 위한 선택이 Sun, 27 Oct 2024 10:28:07 GMT 고밀도 /@@5aCT/173 3장. 다섯 개의 문(2)&nbsp; /@@5aCT/172 의사가 처방해 주었던 수면 유도제는 받아왔던 그대로 가방 구석에 있었다. 잠을 편히 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문을 전부 열기도 전에 악몽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그 누구도 그때 내가 당한 일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기억이 없어서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지금 나에게는 자명이 설계해 준 악몽의 메타버스밖에는 믿을 구석이 Sun, 27 Oct 2024 07:24:41 GMT 고밀도 /@@5aCT/172 3장. 다섯 개의 문(1) /@@5aCT/171 악몽을 이렇게 기대하면서 기다리게 된다니 나 자신이 정신이상자처럼 느껴졌다. 귀 뒤에 자명이 준 패치를 붙이고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 잠들기를 기다렸다. 악몽은 여전히 나를 반겨주었다. 덜컹덜컹. 스르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호가 더욱 정확할 것이라는 자명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보다 괴로움을 더 느껴보려고 악몽에 몰입했고 일부러 손을 더 뻗어 보 Sun, 27 Oct 2024 07:17:15 GMT 고밀도 /@@5aCT/171 2장. 악몽의 메타버스(6) /@@5aCT/170 돈뭉치를 들고 자명을 다시 찾아갔다. 자명의 책상 구석에는 은행에서나 쓸법한 돈 세는 기계가 있었다. 자명은 내가 들고 온 돈뭉치를 기계에 넣어 세 번이나 세어봤다. 책상 서랍에서 안내문 한 장을 꺼냈다. &ldquo;이 안내문을 가져갈 수는 없어요. 그래도 말로 하는 것보다 텍스트로 써 놔야 고객들이 기억을 잘하더라고요. 몇 가지 조건들이 있어요.&rdquo; 자명은 당부 Sun, 27 Oct 2024 07:13:53 GMT 고밀도 /@@5aCT/170 2. 악몽의 메타버스(5) /@@5aCT/169 그 뒤로 이틀이 지났지만 동제에게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도 우리 사이는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묵례를 했고 수업이 끝나면 각자 갈 길을 갔다. 그 악몽 프로그래머를 언제 만나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담당 의사가 준 약은 먹지 않고 고이 모셔두었다. 애증의 관계처럼 꿈이 사라져 버릴까 봐 겁이 났다. 열흘 뒤면 Sun, 27 Oct 2024 07:11:12 GMT 고밀도 /@@5aCT/169 2장. 악몽의 메타버스(4) /@@5aCT/168 병원을 나와 다시 진성학원으로 향했다. 권 비서님은 한층 더 피곤해진 내 얼굴을 보고 잠시 눈을 붙이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나도 마침 피곤함이 몰려와 30분 정도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머리를 뒤로 기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 짧은 찰나에 문 다섯 개가 내 눈앞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제길. 제발 꺼져, 꺼지라고. 이런 순간까지 이렇게 Sun, 27 Oct 2024 07:08:36 GMT 고밀도 /@@5aCT/168 2장. 악몽의 메타버스(3) /@@5aCT/167 악몽은 매우 성실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왔다. 여전히 꿈속의 나는 묶여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저 다섯 개의 문은 같은 위치에서 덜컹거렸다. 무섭고 두려운 감정보다 갑갑하고 숨이 막혔다. 이제 꿈속 어둠에는 익숙해졌다. 매일 밤 꿈에서 보는 이 좁은 공간이 내방보다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lsquo;이유&rsquo;가 궁금해졌다. 대체 왜 Sun, 27 Oct 2024 07:06:31 GMT 고밀도 /@@5aCT/167 2장. 악몽의 메타버스(2) /@@5aCT/166 첫날은 학원과 선생님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 벌어질 일들, 의지를 다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지루함을 충분히 만끽했다. 의외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모두 정해진 공간 앞에 앉아 있고, 일제히 앞을 향하고 있다. 맨 뒤에 앉은 나는 사람들의 등을 볼 수 있었다. 내 뒤에는 단단한 벽만 있을 뿐, 살 Sun, 27 Oct 2024 07:05:23 GMT 고밀도 /@@5aCT/166 2장. 악몽의 메타버스(1) /@@5aCT/165 아빠의 짧고 명료한 설명에 의하면, 나는 자퇴생이다. 나의 자퇴를 결정한 사람은 아마도 아빠일 것이다. 아니 아빠라고 확신했다. 아빠는 요즘 내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것 같다며 검정고시 학원의 개강일을 통보했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나를 새로운 사회로 떠미는 아빠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퇴했다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처참한 몰골로 Sun, 27 Oct 2024 07:04:36 GMT 고밀도 /@@5aCT/165 1장. 기억(4) /@@5aCT/164 악몽이 시작된 것은 그날 밤부터였다. 평화롭던 나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누군가 수면제를 먹이고 재우는 것처럼 꿈 한번 꾸지 않고 매일 밤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양질의 수면생활을 하던 나에게 새로 생긴 불편한 변화였다. 그 날의 다른 점은 담당 의사와의 상담에서 나의 13살의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뿐이었다. 꿈속에서 눈을 Sun, 27 Oct 2024 07:02:47 GMT 고밀도 /@@5aCT/164 1장. 기억(3) /@@5aCT/163 나는 지난 2년간의 기억을 못 한다는 결함이 있었지만, 신체적으로는 금세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었다. 새로 고용된 가사 도우미는 음식 솜씨가 좋았고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만, 아직은 밖을 돌아다닌다거나 누군가를 만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은 존재를 감추었고 모든 것이 새로 준비되었다. 내가 사용 Sun, 27 Oct 2024 07:01:43 GMT 고밀도 /@@5aCT/163 1장. 기억(2) /@@5aCT/162 아빠는 그날 중요한 비즈니스 저녁 식사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늦은 시간에 돌아왔다. 간병인은 아빠가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추가 수당을 받고 퇴근했다. 술을 마시고 얼굴에 붉은 기가 있는 아빠의 얼굴이 매우 낯익었다. 항상 남색 정장에 흰 셔츠, 붉은 넥타이, 위쪽으로 절반만 검은 테두리가 있는 반 무테안경, 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술을 잔 Sun, 27 Oct 2024 07:00:30 GMT 고밀도 /@@5aCT/162 1장. 기억(1) /@@5aCT/161 의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부분 기억상실증이라고 했다. 아, 직접 들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안락한 내 방의 천장이 보였고, 내가 아플 때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엄마 대신 처음 보는 간병인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곳이 내방이라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날이 몇 월 몇일인지, 내가 왜 침대에 누워있었는지, 왜 내 앞에 낯선 이가 Sun, 27 Oct 2024 06:57:15 GMT 고밀도 /@@5aCT/161 0. 프롤로그 /@@5aCT/160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작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지껄이는 소리, 성미 급한 운전자들의 경적. 군중들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나의 복부를 가격할 것 같은 두려움이 세포 속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2년의 기억을 통째로 상실해 버렸지만, 내 몸은 폭력의 두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두려움이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도사리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5aCT%2Fimage%2Fx4CjimZrwY6p1uJstrpMN9Y1oZk.JPG" width="500" /> Sun, 27 Oct 2024 06:38:21 GMT 고밀도 /@@5aCT/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