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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구합니다

Piggybook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마음씨 착한 한 청년이 살았더랬죠. 하루는 이 청년이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물에서 떠내려온 작은 우렁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리고 와 맑은 물항아리에 살게 해 주었죠. 그날 이후, 청년이 일하러 갔다 오면 집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따뜻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죠. 알고 보니, 이 우렁이는 참한 색시였고, 청년의 선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집안일을 대신한 거였죠...(중간생략)...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나도 어디 가서 우렁각시 하나 주워다 우리 집에 두고 싶다.결혼하기전까진몰랐다.아니,결혼하고나서도한동안은몰랐다.아이를낳고,내가06줄은.




눈 뜨면 밥, 뒤돌아서면 또 밥. 돌밥, 돌밥. 밥만 차려주면 끝인가. 먹은 그릇은 누가 치우나.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허물 벗듯 벗어놓은 옷가지들, 밟는 순간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이 발에 박히는 작고 뾰족한 장난감, 온갖 통신문이 뒤섞인 가방. 뒷정리는 늘 내 몫이다. 내내 일하고 돌아와 지친 몸을 뉘일 새도 없이 아이들 숙제 봐주랴, 먹이랴, 씻기랴, 책 읽어주랴.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가 간다. 남의 편은 뭘 하냐고?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은 나보다 더 바쁘신 몸이다. 하루 걸러 하루 사건이 터지는 동물의 왕국, 남중에서 생활안전부장(그 옛날 우리는 '학주'라는 별명으로 그들을 지칭했다.)을 맡고 있다. 이럴 땐, 내가 저 세계를 속속들이 너무 빤하게 잘 안다는 것이 참 원망스럽다. '학폭'이 연일 사회 이슈가 되는 시대, 그 이슈의 전쟁통 한가운데 뛰어들어 온몸으로 총알받이를 한다는 걸 아는데, 나 힘드니 집에 와서 애들 좀 같이 돌보자, 집안일 좀 나눠하자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누가 나 대신 집안일 좀 해주면 참 좋겠네.


때는 방학을 앞둔 12월의 어느 날. 학교도 이때쯤엔 글쓰기, 퇴고, 교정을 반복바카라 라바카지노 시기다. 학생들 성적 처리 및 각종 학생생활기록부의 특기사항을 기록바카라 라바카지노 기간. 자유학기가 생긴 이래로 1학년을 맡게 되면 전교생의 교과 세부 사항을 기록바카라 라바카지노 중대 임무가 시작된다. 신경을 바짝 세운 채 영혼을 갈아 넣은 집필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퇴근길, 집에 가서 얼른 씻고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어림도 없지.날 기다리는 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돼지우리 같은 집과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해맑게 웃고 있는 두 딸들.오늘 내 온도계가 수위를 넘어 폭발해도, 이거 합법 아닌가?



찬공기를 깊게 두어 번 들이마시고, 책장으로 가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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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Piggott은 훌륭한 집에서 두 아들 Simon과 Patrick과 함께 산다. 물론, 집에는 바카라 라바카지노도 있다. 그들은 항상 바카라 라바카지노에게 모든 일을 하도록 요구하고, 불평을 쏟아낸다. 어느 날, 지친 바카라 라바카지노는 "You are pigs."라는 쪽지만 남긴 채 집에서 사라진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세 남자는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지고, 결국 집은 돼지우리처럼 엉망이 된다. 심지어 그들은 돼지처럼 행동하고, 돼지로 그려진다. 다시 돌아온 바카라 라바카지노를 향해 용서를 구한 셋은 집안일을 나누어하며 평등한 관계를 이룬다.

Piggybook이라는 제목이 piggyback(어부바)을 패러디했음을 암시하는 그림. 바카라 라바카지노가 온 가족을 등에 업고 있다. 이 그림에서 웃지 않는 건 바카라 라바카지노 한 사람뿐. 표지부터 이 세상 바카라 라바카지노들이 짊어진 짐을 익살스럽게 풍자해평등하지 않은 가족 관계를 담아낸다. 돼지는 주로 탐욕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주변을 어지럽히는 존재로 비유되곤 한다. 제목에 쓰인 'Piggy'라는 말과 이 책의 주인공 가족의 성씨인 'Piggott'에서도 'pig'를 찾을 수 있듯이 작가 Anthony Browne은 여기저기 의도적으로, 심지어 그림 곳곳에'돼지'를 숨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말고 '숨은 돼지 찾기' 놀이가 되어버려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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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페이지에서바카라 라바카지노는 존재감이 없다. 얼굴 표정도 뚜렷이 나오지 않고, 색채마저 저녁04어둡고 단조롭다. 반면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하는 일은 바카라 라바카지노;중요한바카라 라바카지노; 일로 묘사된다. 그들은 집에 돌아오면 돼지처럼 먹고 널브러져 있다. 여성이 하는 집안일과 남성들의 바깥일이 서로 대비된다. 극단적이지만전통적인 성 역할의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돼지처럼 집을 우리로 만들어 버리고 모습조차 돼지로 묘사되는 family Piggott. 바카라 라바카지노에게 모든 걸 의존해 왔기에바카라 라바카지노가 사라진 후에야 지금껏 가사노동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자신들을 돌아보고 이기적인 행동을 반성한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웃는 모습은 이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만날 수 있다. 가족은 서로의 역할이 모두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동의 공간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바카라 라바카지노는 무엇을 했을까.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일이라 여겨지는 '자동차 수리'를 하는 바카라 라바카지노. 서로의 성역할이 바뀐 셈이다.그녀의 얼굴은 비로소 표정이 드러나고, 빛깔을 얻는다.

마지막 장에 숨겨놓은 돼지, 찾으셨나요? 힌트: 번호판


"얘들아, 바카라 라바카지노가 어느 날 이렇게 사라지면 어떨 거 같아?"

"안돼. 바카라 라바카지노 안 갈 거지?"

"바카라 라바카지노도 힘든데? 여기 나오는 바카라 라바카지노처럼, 바카라 라바카지노도 일도 하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해야 돼.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도 있어."

바카라 라바카지노;우리가 도와줄게!바카라 라바카지노;

바카라 라바카지노;도와주는 게 아니라,함께 해야 되는 거야.여긴 바카라 라바카지노집이 아니고,우리가 같이 사는 공간이거든.바카라 라바카지노;


지금껏 내가 조금 힘들어도 아이들을 위해 희생바카라 라바카지노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텨온 날들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책과는 상황이 다르지만)우리가 함께 사는 이 공간을 나 혼자 책임지려 아등바등 애써 왔다. 치워주는 사람이 있는데, 누가 나서서 청소를 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함께 했어야 바카라 라바카지노 일을 너무 오래 미뤄온 느낌이다.

우리는 마주 앉아 자못 진지하게 가족회의를 열었다. 우선, 큰 아이는 신발장 정리와 방정리. 작은 아이는 수건 개기와 거실 정리를 맡아 책임지고 청소바카라 라바카지노 것으로 극적 타결을 이루었다. 방학이 되면 슬슬 밥 바카라 라바카지노 법도 배우기로 합의했다. 청소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설거지를 함께 하겠다는 아이들을 보며 큰 마음먹고 설거지바카라 라바카지노 날은 칭찬 도장을 두 개씩 찍어 주기로 했다.

우리가 어우러져 다 같이 사는 이 공간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는 더 묵직해졌지만, 내 어깨를 누르던 집안일이라는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아이를 보며 더 웃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까지 확보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면 그 무게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05'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함께'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길 바라본다.




[덧,]


- 아빠는 그럼 뭘 하면 돼요?

- 아빠는 주중에는 일이 많아 너무 늦게 오니까, 주말에 우리 식사 준비를 맡기는 건 어때?

- 좋아!

- 물론, 우리도 아빠와 함께 준비할 거야. 숟가락도 놓고, 반찬도 옮기고.

- 그 정도는 잘할 수 있지!


아빠도 예외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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