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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그 해만큼은 달랐다. 바카라 아라 끝나가는 것이 다행이었으니.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숨이 좀 쉬어졌다.



학생들은 원석이다. 나는 보석세공사이고. 잘 갈고 다듬어 반짝반짝 빛이 나게 정성을 들여 세공한다. 그 눈부신 아이를 어미새가 아기새를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낸다. 이별이 후련한 순간이 있었나? 벌써 십수 년째 매해 이별을 겪으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슬픈 발라드가 귓가에 스치는 것 같달까? 총 맞은 것처럼 구멍 난 가슴에 추억이 넘쳐흐른다. 그 구멍은 다음 보석들이 차곡차곡 메꾸어준다. 그 해만큼은 달랐다. 바카라 아라 끝나가는 것이 다행이었으니.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숨이 좀 쉬어졌다.



우리 반연선이는 내가 만난 아이들 카테고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였다.맑은 물에서만 놀던 때 묻지 않은 물고기 같았다. 한 번도 진흙탕은 본 적 없는,유연함이 없어살랑이는바람에부러질 것 같은 그런 아이.머릿속에연선이만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생성했다.

연선이는바카라 아라에 대한 기준도 매우 높. 바카라 아라가 자신의 관점에서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반드시 고쳐주어야만다. 바카라 아라이연선이를 어려워했함께 하는 바카라 아라의 수가 차츰 줄어갔다.이 문제를 놓고여러 번 아이와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한 번 박힌 신념을 고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바카라 아라 끝나갈때쯤엔 다툼이 일어나 바카라 아라이 끝끝내 등을 돌리는 일이 벌어졌다.사회 수행평가 시간. 조별 과제를 수행하던 중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보고서를 고쳐 제출해 버린 것이다. 바카라 아라의 분노에도 끄떡없는 모습. 이것은 신념인가, 똥고집인가.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바카라 아라와친하게노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학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바카라 아라가 없어요."

"어머니,연선이가 바카라 아라과의 관계에서 유연함을 좀 배웠으면 해요. 바카라 아라의 잘못도 가끔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바카라 아라과 나는 생각하는 방식도,의견도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고심 끝에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말을 한 바카라 아라 화근이었을까? 내가 본인 딸을 차별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우리 애가의견을 말하면 다른 바카라 아라은 받아주지 않았잖아요. 그건 잘못한 게아닌가요? 왜우리 애만 그런 대우를 받는 거죠?"

"이 어머니,제가바카라 아라 불러서모두함께 얘기해 봐도 괜찮을까요?"


고민해 보겠다던 학모님은 그날 저녁 문자로 '바카라 아라 불러서 이야기 나누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는 답을 보냈고,모두 함께 허심탄회한 이야기 자리를 가지려던 계획을 수정해나는연선이만 불러 '바카라 아라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와서 이야기하라는 덧붙임도 잊지 않았다.


다음 날,학부모님은 담임을 건너뛰고 교장실로 찾아갔고, 이 일은 학생부로 넘겨졌다.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많이 섭섭하다는 말을 하셨다고.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연선이와나눈 대화는 무엇이었던가. 내가 우리 반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껏이 한 학생 때문에고민해 왔던 바카라 아라 물거품이 되흩어져 날아가버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나야말로 섭섭한데?


그 학생을 보는 바카라 아라 꽤 괴로웠다.나는웃음을 잃었다.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우울감이 찾아고, 짜증이 늘었다.학년 말이면 우리 반과 이별하는 바카라 아라 아쉬워 눈물 콧물 다 빼던 나에게 그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한 편으론,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는 바카라 아라 덜컥 겁이 났다. 또 상처받을까 봐.



메시지 도착 알림이 깜빡거린다.

'또 뭐지? 바쁜데 지금.'

업무 메시지일 게 뻔하다. 학년 말 날아드는 각종 보고서 제출 알림이겠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커서를 옮겼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내가 울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읽고, 또 읽었다. 짝꿍 선생님의 저 담백한 위로의 메시지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시 한번 더 다음 학생들을 맞이할 힘을 건네받았다. 그날, 나태주 시인의 새로운 시집을 주문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당탕거리는 하루하루 속에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울었다. 그래도 이제 상처는 좀 덜 받는다. 내일이 또 있으니까. 잘못은 바로 잡으면 되고, 그 일로 나를 힘들게 만들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 했다면 칭찬해 주자.

토닥토닥,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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