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동료들이 형식적으로 묻는 “오늘 어때 (How’s it going)?”라는 질문에 그 날 따라 좋은 내 기분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다가 대뜸 “당근처럼 아삭한 기분이야 (I feel crunchy like carrots)!” 했더니 사무실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그런 비유는 처음 듣는다며 다들 웃음이 만발이다. 나도 멋쩍어서 크게 웃다 보니 정말 싱싱한 햇당근을 베어 문 것처럼 달고 풋풋한 맛이 입에 돈다. 함께 있는 사람들과 크게 웃는 이 기분을 아삭한 당근보다 더 잘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즐겁다가, 화를 냈다가, 한껏 부드러웠다가, 신이 나는 우리의 다양한 감정처럼 채소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요리책을 펼 때마다 전혀 모르던 새로운 채소를 만나는데 그럴 때면 어서 새 재료를 구해다가 밥을 해 먹는 계획을 짠다. 그럴 때면 어린이날 받은 선물 포장지를 뜯어내기 전의 순간처럼 짧은 파동의 미묘한 간지러움이 가슴에 들어찬다.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를 처음 만난 날이 그랬다. 짙게 붉은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는 겨울 샐러드 요리법을 찾다가 발견했다. 감자 같기도 하고 짤뚱한 무 같기도 한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는 네덜란드 살던 시절 시장에서 처음 샀다. 책에는 그저 "익힌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를 깍둑썰기 한다."라고만 적혀있어서 잎 줄기가 길게 뻗은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한 단을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왠지 고구마처럼 구워야 맛있을 거 같아서 인터넷에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굽는 법을 찾았다. 겉에 묻은 흙을 잘 씻은 뒤 포일에 싸서 거의 한 시간 가량을 구워야 한단다. 소금 후추 간도 조금씩 하고 올리브유를 둘러 꽁꽁 포일에 싸맨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두 알을 오븐에 넣고 한 시간 동안 큰 오븐에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만 굽는 게 아까워 급히 빵 반죽을 했다.
한 시간 만에 다 구워진 빵과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를 같이 꺼냈다. 빵은 잔뜩 부풀어 올라 폭신하고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는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나왔다. 빵이 한 김 식고 난 뒤에도 따뜻한 구운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를 쥐고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낸다. 손에 붉은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즙이 한가득이다. 옷에 튈까 조심조심 잘라서 한 입에 넣는다. 감자와 무, 고구마를 섞으면 이런 맛일까 달큼하고 아직은 푹 익지 않은 무처럼 물크러지는 식감이었다. 갓 구운 빵에 올려 겨자씨가 있는 노란 머스터드를 올리고 소금 간을 살짝 했더니 맛 조합이 딱 맞았다. 저녁에 샐러드를 만들어야 하니 조금만 먹어야지 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장고에 넣어두는 그 오후의 순간이 꼭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같았다. 주방엔 땅 깊이 단단히 자라나 부드럽게 익은 흙의 달큼함이 진하게 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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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는 생김새를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익숙한 맛이었다. 뉴올리언스 유명 음식 검보(Gumbo) 요리법을 찾다가 알게 된 오크라와는 정반대였다. 오크라는 겉보기엔 청양고추처럼 생겼고 안에 씨가 들어 있어서 사진을 찾아봤을 때 낯이 익었다. 장날 어느 아주머니 앞 소쿠리에 가득 담겨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그런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한 여름 덥고 습기 찬 기후에서 잘 자라는 오크라를 추운 네덜란드의 가을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말 시장에서도 슈퍼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한 동안 검보 요리법을 적어만 두고 시도도 못했었다.
그러다 암스테르담 어느 길가에 자그마하게 있던 인도식 재료를 파는 곳에서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실제로 처음 보았다. 뜻밖의 곳에서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기뻤다. 상점 주인이 나에게 인도가 세계에서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제일 많이 재배하는 곳 중 하나라는 걸 알려줘서 뜻밖이 아닌 당연한 곳에서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발견했다는 걸 알았다. 고이 집까지 가져와서 그 날 저녁 바로 검보를 만들기로 했다.
깨끗이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씻고 자르는데 미끈거리는 감촉에 적잖이 당황했다. 다시마를 불리고 나서 만지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렇게 미끈대는 채소는 본 적이 없어서 상한 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재료들이 이미 익고 있는 냄비에 넣기 전 다시 한번 오크라에 대해 읽었다. 미끈거리는 점액질이 검보를 걸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걸 확인하고 잘라둔 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 투하했다. 어떤 맛이 날까 걱정이 조금 앞서는 마음으로 한 시간 동안 요리가 잘 나오기를 기다렸다.
밀가루로루(roux)를만들어서도그랬겠지만코리안 스피드 바카라 e넣은검보스튜는걸쭉했다. 오크라가 넉넉히 든 검보 스튜 한 국자를 크게 푸자 마치오랜여행을마치고집에돌아온순간같았다. 뜨끈하고칼칼한검보스튜를밥과함께먹었다. 토마토, 버섯, 양파등많은채소가섞여있어오크라의맛을콕집어내기는어려웠지만모습만보고기대했던것처럼친숙한맛은아니었다. 신기한식감과맛에홀려든든한식사를마치고난저녁은푹익은오크라처럼묵직한어둠이이미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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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느냐가 개개인을 만든다지만 그 과정의 시작은 각각의 채소를 만지고 요리할 때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재료들을 만나고 이해하면서 내 기분도 그에 맞게 함께 동화한다. 언제나 새로운 채소를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따뜻한 포옹이 그리운 지친 날엔 그 해에 갓 나온 포슬포슬한 햇감자를 넣은 부드러운 감자수프를, 처진 기분을 한껏 올려줄 활력이 필요할 땐 탱글탱글한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간장에 볶아 버섯 쌈밥 한 상을 차려 먹는다. 매일매일이 다른 우리 일상에 채소는 몸을 위한 영양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도 풍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