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둘러앉은 동기 5명이 내 말을 듣곤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바카라사이트;그러게! 나도 퇴사하고 싶다. 우리 정말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얘들아.바카라사이트; 누군가 대답했다. 흔히 던지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이 날은 우리 모두의 대학병원 수술실 입사 1주년 기념일이었다.
바닥에 떨어져서 컨타(contamination; 멸균 상태에서 오염이 되어 더 이상 수술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 1회용 멸균포 하나쯤은 기숙사로 가지고 와서 바닥에 깔고 고기를 구워 먹을 줄 아는 연차가 된 것이다.
한 날 한 시에 입사했어도 우리는 모두 다른 진료과로 배정받았다. 때문에 각자의 업무에 적응하는 데에 서로 큰 도움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함께 살며 매일의 푸념도 위로도 함께 나누던 소중한 기숙사 동기들. 그래서 더욱 나의 굳은 결심이 담긴 '퇴사 선언'이 그리 진심으로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구 하나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해도 굳이 바카라사이트;왜?바카라사이트;라고 묻지는 않았을 만큼 서로의 고충을 짐작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긴긴 설명 없이 한 마디 선언을 하고는 다음 날 차지 선생님(한 진료과의 팀장급)께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소식을 전하자, 동기들은 놀랍게도 모두 깜짝 놀라며(?) 섭섭해했다. 진짜 면담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첫 퇴사 면담
처음 신발을 받고 이름도 적기 전 찍었던 사진
선생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답지 않게 각을 잡고 말씀드렸더니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셨나 보다. 바카라사이트;너 그거 아니지?바카라사이트;라는 되물음에 특별한 대답 없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아마도 티가 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차지 선생님은 창고방으로 나를 데려가 문을 닫고 한숨을 푹 쉬셨다.
바카라사이트;왜 그래?바카라사이트;
지금까지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다는 표정. 그럼에도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략 이런 것들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와 동시에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으며, 즉 수술실을 떠나 나에게 더 맞는 일을 해보려 한다는 내용으로 끝마쳤던 기억 한다. 분명 어느 정도 말씀드릴 것들을 정리해서 갔으나 막상 선생님과 단 둘이 마주하고 있자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았던 것 같다.
바카라사이트;방광염이나 신우신염은 여기 다 달고 살아. 나도 약 먹고 있어.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너 지금까지 트레이닝시켜놨는데 나가면 어떡하니.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병원 수술실은 정말 좋은 거야.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나가서 후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너 진짜 잘 생각해야 해.바카라사이트;
마치 준비된 레퍼토리처럼 위와 같은 말들이 끊김 없이 술술 터져 나왔지만 고작 사회생활 2년 차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쿵쿵 내려앉았다. 내가 뭔가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구나! 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여기서 물러선다 해도 어차피 다시 겪어야 할 일이고 그때는 더 불편한 시간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
'나는 도망가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결정을 한 것뿐이야.'
하루종일 가슴속에 새겼던 주문 같은 말을 계속 되뇌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이야기했다.
바카라사이트;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이미 도전하고 있고요.바카라사이트;
대략 알아 들었다는 무언의 침묵 뒤에, 차지 선생님은 그럼 곧바로 과장님과의 면담을 잡아주겠다며 했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한 순간에 모든 절차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덕분에, 마음 약해지지 않고 반쯤은 뭐에 홀린 듯 과장님과의 면담에 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