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자, 도시 중심부에 마치 고대 요새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초고층 바카라 총판 단지가 솟아 있었다.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외벽이 태양의 마지막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이곳은 바카라 총판 국가로 이루어진 대한바카라 총판국.
어느새 같은 부류 같은 소득층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나라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바카라 총판 단지 내에서의 규칙은 곧 법이며, 내부에서도 계층이 형성되었다. 바카라 총판국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AMR(an apartment management representative) 이 하고 있으며 내부 자체 교육 체계, 의료 시설, 쇼핑센터,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갖추고 있다. 외부 와의 접촉은 대한바카라 총판국 공동체로 일을 하는 경우 외에는 불필요하며 단지 내 아민(바카라 총판국 사람을 지칭)들은 외부의 접촉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며 바카라 총판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건물 내에서 일생을 보내며, 외부와의 소통은 최소화되어 있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내부에서 생산되거나 필요한 경우 고도로 발달된 드론 배송 시스템을 통해 쉽게 조달되었다.
지하로의 10개 층은 식량조달과 공산품을 위한 생산의 공간이자 물자이동 통로다.
폐쇄된 환경 속에서도 바카라 총판국의 사람들은 외부세계의 소식을 종종 들으며 호기심 정도의 수준으로 궁금해한다. 누군가에게는 한 때 지나가는 호기심,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가 바뀔 운명 씨앗이 되기도 한다. 바카라 총판국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바카라 총판 국경선, 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제1화 2031년 5월 21일
새벽의 서울은 아직 채 깨어나지 않은 듯 고요했다. 가남동 로열클래스 바카라 총판의 고급스러운 연회장에서는 가연과 동우의 결혼식이 한창이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가연은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동우의 팔짱을 끼고 입장한다. 동우의 눈빛은 오직 가연만을 향해 있었고, 가연의 눈가에는 행복과 동시에 불안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떨리는 손을 더 꽉 잡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대신하는 듯하다.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
바카라 총판 내부에서만 허용되는 결혼이라는 규칙을 어기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계층의 결혼을 강행한다. 두 사람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이들은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하객들이다.
가연과 동우는 가연의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두 눈 가득 눈물을 담은 채, 가연의 아버지가 딸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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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총판;고마워요, 아빠.바카라 총판; 가연이 부드럽게 대답하며 아버지를 꼭 안았다.
새로운 보금자리 로이 바카라 총판로 향하는 차 안에서, 가연과 동우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로이 바카라 총판는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가연과 동우처럼 서로 다른 계층 간의 결혼을 한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어나간 국가이다.
차에서 내린 가연과 동우는 소박한 바카라 총판의 문을 열었다. 작은 거실에는 가연이 고른 작은 소파와 동우가 고른 식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연은 창가로 걸어가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비록 높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보이는 하늘은 넓고 맑았다.
바카라 총판;동우야, 이제부터 시작이네.바카라 총판;
동우는 가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바카라 총판;그래, 가연아. 여기서부터 시작이야. 우리의 미래가바카라 총판;
로이 바카라 총판에서의 첫날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집 안은 오롯이 두 사람만의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