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만국기가 펄럭일 때면 푸른 하늘 뭉게구름 타고 외할머니가 오셨다.
황토 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만국기가 펄럭일 때면 푸른 하늘 뭉게구름 타고 외할머니가 오셨다. 똬리 놓인 머리에는 큰 산 하나 얹혀있고 이고 온 산 허물면 초라했던 운동장 밥상에 황후 성찬이 뚝딱 차려졌다. 익숙한 물빛 치마저고리는 할머니 세월만큼 바랬어도 본디부터 고운 자태는 아직 늙지 않았다. 그렇게 외할머니는 언제나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 육 남매 굶길세라 여름내 기어 다닌 논과 밭은 비옥했지만 할머니는 이만하면 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쉬지 않는 손과 발에 내려앉은 세월의 더께는 어김없이 자식의 밥이 되었다.
애써 살아가도 야속한 시절은 냉정했다. 아들이 먼저라며 딸에게는 학교를 허락하지 않았던 시절. 세라 교복 입고 등교하는 친구를 피해 구석으로 숨어들던 외할머니의 큰 딸이 있었다. 바쁜 할머니 대신 동생들의 엄니(라이브 바카라 같은 언니)가 됐던 큰딸. 어린 동생 두고 개울 건너 마을로 시집가던 날 외할머니는 잘 살라는 말 대신 시댁 귀신이 되라고 했다. 애달픈 마음 들킬까 돌아보지 않는 외할머니. 그 무표정한 등에 지난 설움 재워두고 뻣뻣한 신랑 따라 천천히 나서는 친정집. 내딛는 고무신 발자국마다 눈물바람이었다던 큰딸이 우리 라이브 바카라였다.
울보 라이브 바카라의 눈물 속에 태어난 딸이 나이다.
라이브 바카라는 내가 딸이라서 울었다고, 초라한 라이브 바카라 운명 닮을까 걱정이라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계집애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는 라이브 바카라는 나를 공주라고 불렀다. 딸을 열 낳아도 절대 계집애라 안 하겠다고 다짐했던 라이브 바카라는 다행히 나 하나로 눈물을 그었다. 그 속에 항상 금지옥엽이 있었다. 온 정성 다해 최고가 되라고 기원했는데….
그만 라이브 바카라의 기대를 채우지 못해 매번 미안한 딸이 되었다.
딸에게도 딸이 생겼다. 나를 모진 바람 앞에서도 우뚝 서게 했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가 되어 준 기특한 아이. 그 아이가 꽃가마 타고 떠나갈 때에도 웃으며 보냈는데. 오늘 해바라기 씨 한 톨 만한 라이브 바카라를 품고 미소하는 딸을 보니 까닭 모를 눈물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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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바카라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네가 세상에 온다니 행복해. 고맙다 와줘서.”
“라이브 바카라! 라이브 바카라 나이 마흔 허리에 할머니 만들어서 미안했었는데 이제 라이브 바카라 딸이 할머니 된 다우. 행복이 이렇게 오네요. 라이브 바카라는 언제 외할머니가 보고 싶나요, 나는 오늘 라이브 바카라가 많이 보고 싶어요.”
늙음은 여물어가는 것이라고, 성장한 만큼 고개를 숙이고 마음이 알차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말한 붓다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이제 할머니가 되려 하니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이 내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고 결정인지 더 깊이 생각하는 나를 본다. 외할머니가 떠난 자리에 라이브 바카라가 오듯 엄마가 떠날 자리에는 라이브 바카라 아이가 새로 오겠지. 그렇게 이어지는 모녀간의 따뜻한 전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