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머리끝까지 차오른 스트레스 지수를 단박에 끌어내리는 방법, 야식으로 치킨과 맥주 한 캔을 준비하는 것이다. 뜨거운 햇볕에 몸이 축 늘어지는 무더운 여름, 삼계탕 한 그릇을 땀 뻘뻘 흘리면서 먹고 나면 기운이 펄펄 날 것 같다. 닭고기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울 푸드의 주인공이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런 메이저 바카라 내 식탁에서 뺐다. 나는 이제 영혼 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일까?
채식을 지향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메이저 바카라가 먹고 싶어서 힘들었던 적은 딱히 없었다. 그러나 딱 한 번 '내가 흔들렸나' 싶은 때가 있는데 바로 치킨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집에 막 들어왔던 어느 날, 동생들이 치킨을 시켜먹고 있었다. 신나는 얼굴로 박스를 열어 바사삭 소리와 함께 한 조각 베어 무는 동생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조금 줄이면 건강에도 좋고, 닭 사육 환경도 나아질 텐데...’라는 잔소리를 속으로 삼켰을 텐데 급격한 허기가 밀려왔다. '내가 치킨이 먹고 싶은 건가?' 당황하며 부엌에서 허겁지겁 카레를 데워 밥과 함께 급히 밀어 넣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 괴로웠다면 한 번쯤 먹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채식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때에도 상대방이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문제들에 공감하다가 ‘그런데 치킨을 안 먹고는 못 살 것 같아’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괜히 ‘치느님’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어떤 여정을 통해 식탁 위에 놓일까? 메이저 바카라 볼 때마다 내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멜라니 조이의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가 심어주었다.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가 가득한 사료를 먹고 나이에 비해 심각하게 불어난 닭의 몸, 좁고 빽빽한 닭장 속에서 육중해져 버려서 다리가 비틀린 바람에 비명을 내지르는 뚱뚱한 닭들. 야생에서라면 모이를 찾아다니거나 홰에 오르는 등 본능적으로 했을 행동들을 전혀 하지 못해서 부리로 서로를 쪼며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녀석들. (그럴 경우 인간은 마취도 하지 않고 부리 앞쪽을 끊어버림으로써 마지막 고통 표출 수단마저 가볍게 차단한다.)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10년 정도까지 살 수 있지만, 공장식 농장에서는 약 7주 만에 도축장으로 향하는, 사실 닭보다는 병아리에 더 가까운 날짐승들. 그것이 지금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르는 닭고기의 본모습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최근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닭 사육 환경에 대해 언급메이저 바카라 장면을 우연히 보았다. 그는 학창 시절 교수님으로부터 '닭에는 성장 촉진제 등의 주사를 많이 놓는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후 닭을 잘 먹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프로그램 장르가 예능인 데다가 하필 장소가 치킨집이었기에 상당히 당황스러운 기류가 흘렀다. 다른 출연자들이 ‘요즘은 그렇지는 않죠’라고 무마했고, 눈치 없는 발언을 한 출연자가 약간의 타박을 받으며 머쓱해메이저 바카라 것으로 상황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나는 그 지점에서 몹시 호기심이 일었다. 닭을 기르는 환경이 정말 ‘요즘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변화했을까? 혹시 그랬을지도 모른다. 멜라니 조이의 책은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저술되었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11년에 비해 이제는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까,내심 기대가 됐다.
한승태 작가의 책 <메이저 바카라로 태어나서는 2018년에 출간됐다. 이 책에는 작가가 우리나라 양계장, 양돈농장, 개농장에서 직접 일하면서 목격하고 느낀 것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어떤 환경인지 궁금하지만 직접 농장에 가서 들여다볼 용기가 없는 나에겐이 책이 참으로 귀한 자료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으니 사육 환경도 조금은 달라졌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가 한참을 자책했다. 2018년 한승태 작가가 경험한 한국의 양계장에서도 닭들의 상황은 2011년 쓰인 책에 비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또 내가 함부로 낙관했구나, 싶어 졌다.
한승태 작가의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여전히 ‘알을 낳는 용도’의 닭들은 전자레인지만 한 크기의 닭장 안에 네다섯 마리가 한데 엉겨 살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알을 계속해서 낳다 보니 워낙 많은 칼슘이 빠져나간 터라 그가 손만 대도 닭의 날개 뼈가 투두둑 부러졌다. 알을 낳지 못해서 상품가치가 없는 산란계 수평아리들은 이제 막 뒤뚱거리며 삐약 삐약 거리는 채로 마대 자루에 쓸어 담겼다. 아파도, 깜짝 놀라도 삐약 삐약 거릴 수밖에 없는 그것들을 발로 꾹꾹 눌러 담아 발효기로 보내는데, 흙과 분뇨와 함께 산채로 갈아서 비료로 쓰기 위해서다. ‘먹을 용도’의 육계는 그나마 바닥에 풀어놓는 평사에서 기르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딱 32일이다. 육계는 더 많은 값을 받으려면 더 많은 살을 찌워야 한다. 그래서 해썹 HACCP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장마저도 성장 촉진제나 각종 약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닭의 체내에서 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들이라고 했다. 약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촉진제가 없이는 절대로 우리가 탐하는 만큼의 닭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아리가 제 속도에 맞춰서 닭이 될 때까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배고프기 때문에. 매콤, 짭짤, 기름진 메이저 바카라 뜯으며 오늘은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 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성장 속도가 우리의 욕심에 못 미치는 닭들은 사료만 축낸다는 이유로 그나마 32일의 생도 다 누리지 못하고 목이 부러져 내던져진다.
‘요즘은 닭을 그렇게 기르지 않죠’라는 말이 쉽게 발언되고,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은 채 방송되고, 재미있는 장면으로만 소비되는 현실. 그 책임이 미디어, 그중에서도 TV에 상당 부분 메이저 바카라는 것을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단, 방송은 너무 많은 메이저 바카라 권한다. 지역 방송국에서 농촌 특산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1년간 제작했다. 아이템의 결정권은 상당 부분 방송작가에게 있었기에 육류 아이템은 제작하기가 어렵다고 사전에 팀에 양해를 구했다. 협찬을 받거나 꼭 육류를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송작가에게 그 회차만 제작을 맡길 수 있도록 부탁하기로 했다. 시골을 좋아하고, 어르신들이 워낙 정겹게 맞아주셨던 터라 체력적으로 버거운 것을 제외하고는 즐거운 요소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었다. 어떤 작물을 수확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한 밥상에는 꼭 백숙이나 닭볶음탕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이 요리하기에 가장 무난한 것들이기도 했고, 어떤 재료라도 끼워 넣을 수 있는 메뉴라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이유는 방송국의 '고기 강박증’ 때문인 것 같았다. 푹 삶은 닭다리를 손으로 찢는 장면이 매일, 때로는 한 프로그램 안에서도 두세 번씩 반복되는데도 지겹다는 반응은 딱히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고기 요리가 밥상에 없으면 ‘보는 사람들이 좀 허전하지 않겠냐’는 피드백이 내부에서 나오곤 했다.
그리고 많은 방송들은 극히 일부의 동물들만 누릴 수 있는 '보기 좋은 환경'만을 송출한다.마음먹고다큐멘터리를제작메이저 바카라것이아닌이상공장식축산환경을방송에서제대로촬영해서보여줄리가없다.시청자들이불편해하면 시청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촬영아이템으로선정되는농장들은주로적합한환경을 제공메이저 바카라동물복지농장이나, 초원에서 비교적자유롭게사는동물들의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전체 가축 동물에 비하면 매우 극소수라는 사실은 방송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동물을 비추면서도 조금이라도 안쓰럽게느껴지거나, 눈살이찌푸려지는장면이있다면편집으로깔끔하게잘라낼것이다. 우리가소비메이저 바카라동물들대부분은푸른하늘이나드넓은풀밭을도축되는날에서야얼핏보거나평생구경도못해보고죽겠지만, 방송은시청자에게동물의삶에대한막연한환상만계속해서심고 있다.
메이저 바카라무척이나사랑하는우리곁에는어느새‘치느님’이라는수식어까지자리하고있다. 그러나열악한공장식축산환경속에서면역력이약해질대로약해진닭들이집단조류독감에걸려살처분당하는것은‘치느님’이라는대단한추앙이초래한결과다. 뉴스에서그런참혹한일들을마주할때마다, 도로위에서조금 전까지는 꽉 채워져 있었을텅빈닭수송차량을목격할때마다마음이무척무거워진다. 10년 전 식탁에서메이저 바카라빼고난 뒤소울푸드는잃게 됐지만,내가그고통을안기는데에동참하지않는다는것을 나의작은면죄부로 삼는다. 아직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무기력함에 가라앉을 때마다 계속해서 되뇐다. 너희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여전히‘치킨을안먹고어떻게살아’라는생각에메이저 바카라 먹지 않는 것이 걱정된다면동물복지농장의닭고기와계란을선택하는방법이있다. 일반적인닭고기나계란보다는조금더고가이지만본능적인행동을최대한허용한환경에서는스트레스도덜받고, 보다건강한닭이길러지니소비자에게도분명나은 선택일것이다. 요즘은채식주의자들이먹을수있는콩고기강정(예전에먹었던닭강정맛이나는) 등을만들어파는식당들이생겨나고있고, 최근대기업에서치킨 너겟을 흉내 낸베지너겟도선보였다. 주위에서추억의‘용가리’가소환되는등꽤맛있다는반응이다. 새로출시되는채식제품들을눈여겨보며새로운소울푸드를찾아나서는일은채식을시작한이래내일상의작은즐거움이되었다. SNS로소식을교류하는채식인들사이에서은근히'누가먼저먹어보냐' 경쟁을하기도한다. 조금덜미안하고, 더건강하게... 치킨을안먹고도나는잘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