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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더 바카라 프로그램질까

<스테르담 에세이

어릴 적 '바카라 프로그램'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존재. 내가 할 수 없는 걸 해낼 수 있는 존재.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줄 아는 존재.


그러나 바카라 프로그램이 된 지금, '아이'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상식은 유치원에서 배웠단 말이 있다. 빨간 불이면 서고, 초록 불이면 건너야 한다는 건 모두가 (사회적으로) 합의한 바다. 이건 '진리'가 아니다. 진리는 깨달음으로 얻는 것이고 불변하는 것이나, 신호등의 색은 합의로 인해 바뀔 수 있다. 때로 응급차는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야 하며, 보행자의 신호가 빨갛더라도 횡단보도 위에 사람이 있다면 슬 줄도 알아야 함이 이를 뒷받침한다.


바카라 프로그램이 될수록 그러한 예외가 많아진다.

빨간 불에 혼자 서있으면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있고, 초록불에 건너다가 비명횡사하는 모습도 목격한다. 어른이 되면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된다는 것이 내가 어른을 동경했던 가장 큰 이유였지만,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건 나이가 들수록 더 바카라 프로그램진다는 것이다.

바카라 프로그램


바카라 프로그램의 향연.

바카라 프로그램들의 무질서.


세상이 요란하고 고단한 건, 모두 바카라 프로그램들의 어리석음 때문이 아닌가.


바카라 프로그램들의 어리석음은 그렇다고 탓하기만 할 무엇인가가 아니다.

'먹고사니즘'을 들이대면, 그 바카라 프로그램의 실체가 드러난다. 빨간 불에 서지 못하고, 초록 불에 건너는 걸 미루는 건 먹고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는 사명은 그 어떤 논리를 깨부술 수 있고, 그것은 사명을 넘어 생존의 방어기제가 된다. 목숨 앞에 도덕성이나 윤리는 쉬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합의'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누구나 바카라 프로그램진다.

먹고사니즘의 이유를 갖다 대면 누구든 바카라 프로그램질 수 있다.


먹고사니즘이 진리라서일까.


먹고사니즘의 고단함에서 잠시 비껴 있던 그 시절을, 오늘도 나는 동경하며 바카라 프로그램은 또 하루를 그렇게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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