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디자인 배우기 #2
2018년 5월
완성형 바카라 디자인 1 - 기획
조합형 기초반 수업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서야 완성형 바카라 디자인 수업이 시작됐다. 회의실 구조의 강의실에서 처음 대면한 수강생들과 어색하게 기다리는데, 190이 넘는 큰 키에 잿빛의 긴 머리스타일을 하신 분이 들어오셨다. 바카라 관련 인터뷰에서 자주 뵀던 분이었다.
바카라 디자이너 이용제,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님이다.
이런 바카라들을 디자인하셨다.
이 중에서 2005년에 발표된 '꽃길체'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충격이었다. 본문용 서체는 '고딕'과 '명조'라고 불리는 서체들이 전부였던 때에 너무나도 새로운 인상의 바카라였기 때문이다. 본문용으로는 명조(바탕체)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 외에 무언가 존재할 수 있거라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수업의 기대감이 더 컸다.
쓰임 찾기
역사적 맥락, 사회적 맥락 등이 제작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구체적으로 바카라가 쓰일 매체나 제공될 대상, 어떻게 사용될지를 구상하는 것이 첫 과제였다. 조합형 수업을 마치고 쉬는 기간 동안 제목용 서체를 만들며 연습을 하고 있어서, 이 수업에서도 굵은 제목용 바카라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러나 본문용에 강점이 있는 선생님을 두고 제목용을 진행하는 것은 손해인 것 같았다. 또 본문용은 난이도가 더 높아서 독학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났기에 이 수업을 기회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내가 몸담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본문용 바카라를...
모바일용 본문 바카라를 선택하게 된 건 영어권 서비스에서는 본문에 세리프체를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서비스 중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가지 기술적인 이유, 환경적인 이유, 조형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화면에서 부리 계열 서체의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부리가 당연했지만, 요즘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300 ppi를 넘은 지 이미 오래됐고 최근 디스플레이는 450 ppi까지 나온다. 그래서 모바일용으로 제한하려고 바카라. 일반적으로 알려진 화면용 글꼴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의 경우는 260 ppi에 그치지만 핸드폰보다는 멀리서 보는 환경 때문에 조금은 상쇄될 것 같다.
이렇게 '고딕'이라고 불리는 민부리 바카라를 벗어난다는 기본적인 방향을 잡았다.
인상을 설명할 형용사 찾기
선생님은 바카라의 인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단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대부분이 바카라의 인상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기보다 막연히 좋은 말만 가져다 붙이기 급급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폰트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현대적'이라는 표현이 있다.
50년 전에 누군가 서체를 만들 때에도 현대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우리는 그 서체를 현대적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도를 설명한 단어가 그 바카라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내가 다시 그렸다.'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어떤 바카라의 경우는 50년이 지났어도 요즘 시대에 만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바카라 홍보자료를 보면 '모던한', '현대적인'등이 많이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모든 바카라들이 같은 인상과 특징을 가지고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반대로 '고전적인 느낌을 표현바카라.'는 구체적으로 어느 시대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1700년대와 1900년대는 엄연히 다른 시대 양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흔히 '전통적인', '고전적인', '예스러운' 등의 단어로 퉁쳐서 말하고 있다. 신라시대와 조선시대가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둥글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차갑다', '딱딱하다', '온화하다' 같은 표현들도 비교적 인상을 여러 해석의 여지없지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다.
내가 말한 '건조함'과 듣는 사람의 '건조함'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건조한 느낌은 서로 알 수 있기에 명확하며 소통 가능한 형용사는 중요했다. 자기가 만든 바카라의 인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
지금 고백하지만 이게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었다. 막상 단어를 찾으면서 객관적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다 보니 그 기준을 잡기 어려웠고 판단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바카라.
민부리에 치우쳐있는 환경에서 모바일 디스플레이가 표현력이 좋다면
왜 '명조'라 불리는 해바카라 계열의 바카라는 쓰이지 않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