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춘기를 앓았다.자라면서부모님 속을 썩인 적 없던 내게20대와 함께 사춘기가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사춘기는지독한 것이었다. 즐거움을 주던 일상의 모든일들이단숨에부정적으로 바뀌고, 자주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나는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곤 했는데화풀이의 대상은 주로 바카라 나락였다.하루아침에다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나를 보며 바카라 나락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라며 혀를 내두르곤 하셨다.
식물에 관한 이야기로는 빠질 수 없는, 조금 많이 부끄러운그 시절이야기를해보려 한다.당시 집 앞에 가끔씩 찾아오던 전기구이통닭트럭이 있었다. 트럭은 한번 오면2~3일씩동네에머무르다 가곤 했다. 트럭 뒤편커다란 전기 오븐에는 꼬챙이에 매달린 닭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온 동네에 고소한 냄새를 풍겼고, 나는바카라 나락에게 통닭을 사달라고 졸랐다.
온종일 바카라 나락의퇴근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빈손으로 퇴근한바카라 나락에게왜 통닭을 사 오지 않았냐고 묻자 바카라 나락는 깜빡했다고 했고,그다음 날도엄만 여전히통닭을 사 오지 않았다. 마침내 트럭이 동네를 떠나자 나는 바카라 나락에게 따져 물었고, 엄만 그까짓 통닭 때문에 왜 이러냐며그 마저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나는그 순간완전히 속이 뒤틀려 삐뚤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을까 씩씩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던중 바카라 나락가키우던집안의 화초들이 보였다.나는 개중에 바카라 나락가 가장 아끼는 화분을 골라뿌리째 뽑아 버렸다.
그때 내가 분노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도 명확히 대답하기 어렵다. 추측컨대항상바쁜 바카라 나락가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간 서운했던 마음들이폭발했던 건 아니었을까? 단순히 통닭을먹지 못해심술을 부렸다기엔영영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도 그런 만행을 저지른 직후 스스로도 어떤 한도를 초과했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나는 바카라 나락에게 투정은부렸지만, 더는 작고 연약한 바카라 나락 훼손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주특별한식물 DNA
바카라 나락 애지중지 여기는나를 보며 바카라 나락는종종 그때의일을 이야기한다.그리고 그 잊지 못할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나 또한 지금의 내 모습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아무런 죄책감 없이 바카라 나락 훼손하던 사람인 내가 이토록 바카라 나락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된 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변화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히 발견한취향인 걸까?
주말이면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 식물에게바람을 쐬어주고, 잎사귀 마디마디의 변화를 관찰하며 한주의 안부를 묻는 것.식물에게 좋은자리를찾아서 내어주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쪼그리고앉아화분에새흙을채워 넣는내 모습이야 말로그토록 이해하지 못했던바카라 나락의 모습이다.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놀랄 때마다 어쩌면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어떤 유전자가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바카라 나락로부터,바카라 나락는 바카라 나락의 바카라 나락로부터 꽤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왔을 그 유전자에게살며시'식물 유전자'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아마도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식물과 더불어 살면서 바카라 나락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토록 삭막하고 바쁜 도심에 살면서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식물 집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름 아닌 식물 유전자의 힘이라면 이해가 된다.
바카라 나락는 큰딸인 내게 준 것이 별로 없다며 매번 미안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카라 나락로부터 물려받은 이귀한유전자 덕분에 무채색의 일상을 생기 있게 가꿔 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바카라 나락와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즐겁다. 길을 가다 매력적인 식물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가장 먼저 바카라 나락에게 보낸다. 집에 새로운 식물을 들이기라도 하면 자랑에 여념이 없고, 바카라 나락 집에 갈 때면 화분이 있는 곳을 기웃거리며 눈독을 들인다. 식물을 통해 우리는 확실히 전보다 가까워졌고 식물의 수다를 떨며 더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 또한 위대한 식물 유전자가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