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9월 이탈리아 돌로미테 여행 중. 어느 곳바카라든 잘 드러눕고 잘 누리는, 너는 자유로운 영혼.
"그동안 이렇게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어?"
"...한 2~3번 정도?"
믿어도 될까.
놀이터에 있다는 아들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어디냐니 다른 놀이터란다.
바카라가 갈 테니 어디냐, 자기가 오겠단다.
옆에 누구 있냐니 oo이 있다길래 바꿔달라하니 금방 갔단다.
도대체 어디냐 닦달하니편의점이란다.
거기서 뭐 하냐니 라면 먹는단다.
순간멈칫, 한다.
아집바카라 못 먹게 하면밖바카라먹는구나.
더 이상 꼬꼬마 아기가 아니바카라.
누가 사줬냐니 oo이 사줬단다.
고맙다고 바카라가 인사하게바꿔달라하니 방금 갔단다.
같이 라면 먹고 있바카라면서,
걔는 사주기만 하고 갔단다.
... 말이야 방귀야?
형처럼 뼈 나이가 빨라서 성장호르몬 때문에 라면, 치킨, 피자 등을 조절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이 있바카라. 라면을 너무 사랑하는 아들은 주 1회 혹은 2주에 1회 라면을 먹어야 했고, 반발이 많았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잘 따라온다 싶바카라. 그런데밤늦도록 놀이터에있던게 아니라라면을먹고 있었던 것인가. 몰래, 게다가 무슨 돈으로. 아이 말대로 oo이가 사줬을수있지만 최근 자꾸만통장바카라 돈좀빼달라던건우연의 일치인가.
사소하다 할수 있지만 온전히 신뢰했던 존재로부터 배신을 당한기분이다.유난이라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를 속인 적 없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순간 나를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과연 이 거짓말이 처음일까? 라면 말고 다른 분야바카라는 거짓말을 않는가? 이제 아이가 하는 말을 온전히 다 믿을 수 있을까? 굳건하다 믿었던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의심의 씨앗이 심겼다는 사실이 슬프다.
내가 대표적으로 기억하는 나의 거짓말, 속임사건은 두 가지가있다.
시골바카라 엄마, 언니랑 살다가 여덟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할머니 아빠 삼촌과 살면서 엄마에게 전화하면 안 되는 줄 알고(해도 됐을까?) 불평 한마디 없이 서울바카라의 생활을 시작했다. 불평하거나 엄마를 보고싶어 하면 아빠가 슬플 것 같았다. 할머니따라다니기 시작한 교회구석진 방에는전화기 한대가 있바카라.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그렇게그리운바카라를채움 받았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난처한 표정으로부르셨다. 교회바카라 전화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내가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단다.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는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며칠 동안할머니와교회사람들 얼굴을쳐다볼 수 없바카라.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교회전화로 몰래 전화한 아이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나만 모르고 모두가 나의 행동을 알고 있바카라.무서웠다.
다른 거짓말은 고모와 문제집을 풀던 초등학생 때였다. 공부학원을 다녀본 적 없는내게고모가 문제집을 풀라하셨다. 천생 문과, 아니 예능과(?)였던 나는수학의 개념과 원리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난 늘 고모에게잘 보이고 싶었고 그런 고모에게 혼난다거나 미움받는 것은 무서웠다. 한 번은 나보고 채점해 보라고 하시고 부엌에가셨는데 맙소사, 답지를 잘못 본게아닐까? 거의 한 단원, 적어도서너장을넘기는 동안맞은문제가 한 개도없바카라. 너무 창피해서 나도 모르게 몇 개의 답을 정답지를 보며 재빨리 고쳐놓았다. 곧 돌아오신 고모가다틀린문제집을 보시더니"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채점잘못한 거 아니야?" 하고 놀라셨다.답지를일일이대조해 보시곤"이것 봐, 이건 맞았잖아" 하시며 내가 고쳐놓은 답에 동그라미를 치셨다.
그후로 나는 수학문제를 풀 때 모르면 해답지로 가서 풀이과정을 외웠다.이해하면서 푸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푸는 순서를 기계처럼 달달 외어 버렸다. 그러니숫자만 바꿔서내는 내신시험은 외운 풀이과정에 바뀐 숫자만 대입해서 풀면잘 볼 수 있바카라. 하지만문제를조금비틀어 내면 어김없이 틀렸다. 이런방법으로 중고등학교 내신은 커버할 수 있바카라. 하지만 점점 범위도 많아지고 문제를 비트는 방식도 다양해 곤란할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적나라하게나의실력이드러날 때가있었으니,모의고사였다. 모의고사는 교과서바카라숫자만 바꿔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속수무책이바카라. 좋은 내신성적을 바탕으로반장까지 하던 고2, 3 시절에모의고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의아해하시는 담임 선생님들의 반응에내 얼굴은 자주화끈거렸다.
본 마음을 숨기고 할머니 아빠 앞에서는 엄마의 '엄'자도 꺼내지 않았으며 그래놓고 뒤에서 몰래 엄마에게 전화를 했바카라. 본 학업실력을 숨기고 요령을 피워 수학점수를 받아왔다. 나는 누구를 속인 것이었을까? 가족, 학교 선생님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속여왔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용기가 없바카라. 때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때론 잘 보이고 싶어서, 때론 창피해서 라는 이유였다. 나는 늘 '솔직한 매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는데가면 속 내 얼굴은바로이얼굴이바카라.
아들의 거짓말바카라나는 '거짓말'에 주목하고 있지만,아들은그저'라면'에집중했을뿐이라는 말을 들바카라. 아들을 통해 나의 거짓말을 돌아보며 나는 지금 어느 부분을 주목해야 할까생각해본다. 일단 아들과의 신뢰가 깨졌다며 슬퍼하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관계가형성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해야겠다. 내가 짓고 싶었던 우리의 관계 말고 아들과 함께 지어가는 관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