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
C.S.Lewis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어릴 때,
(물론 저는 지금도 어리지만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기준으로 말을 하자면)
저는 바카라 레전드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 바카라 레전드은 왜 사는 걸까.
09
행복할까.
저 바카라 레전드은 왜 저러는 걸까.
저러고 싶을까.
저러고 나면 행복할까.
저 바카라 레전드은..
바카라 레전드의 행동과
그 행동들의 합을 통해 엿본 그들의 삶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 그들을 향한 제 물음들이
결국, 제 자신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라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들의 삶이 이해되지 않았던 건
그때, 제 삶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카라 레전드’
왠지 '바카라 레전드'라는 단어 앞에는 뭔가 큰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장대한’이라든가
‘웅장한’이라든가.
하다못해 '대'자라도 하나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바카라 레전드'라는 단어만큼 저와 무관한 단어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 '바카라 레전드' 같은 게 있을 리가.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반신 정도는 되어야,
아니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도
맨손으로 회사를 세운 재벌 창업자 정도는 되어야.
그런 바카라 레전드에게 있는 게,
그런 바카라 레전드이 살아온 게,
'바카라 레전드' 아니겠습니까.
고작 바카라 레전드의 행동 몇 가지를 보고
그 행동들의 합을 그들의 삶이라 단정하고 바라봤던
그 시절에는 저에게도, 그 바카라 레전드에게도
'바카라 레전드'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은 바카라 레전드의 반대말이고,
행복은 장대한 혹은 웅장한 바카라 레전드를 지은 후에
따라오는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바카라 레전드가 될 수 없는 일상을 살며
매일을, 매주를, 매월을
출소할 날만 세고 있는 죄수처럼
제대할 날만 세고 있는 군인처럼
달력의 숫자에 X표를 치듯 살았습니다.
더 이상 X표를 칠 수없게 되었을 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끝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달력에 X표를 치듯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몸서리치게 싫었던 그 X표들이 저의 바카라 레전드라는 걸.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바카라 레전드가 있다는 걸.
작은 돌을 쌓든, 큰 돌을 쌓든
저마다 자신만의 바카라 레전드가 있다는 걸 말입니다.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작은 돌들을 모아
절 아래 산길을 보면 곳곳에 놓여있는
작은 돌탑 같은 바카라 레전드를 쌓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돌들로
피라미드와 같은 바카라 레전드를 쌓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바카라 레전드가, 누구의 바카라 레전드가
더 나은 바카라 레전드일지를 판정할 수 있을까요.
더 크다고? 더 세다고?
06
하루를 버텨내는 게 그 하루의 목표인 것처럼
X표만 치고 살아온 제 과거에도 바카라 레전드가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저 버티며 살아온 제 X들 안에도
꽤 담아갈 만한 바카라 레전드들이 있습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소리치고, 간지럽히고,
어루만지고, 속삭이던 저만의 바카라 레전드들이
저를 보고 어서 담아가라 손짓합니다.
일상은 바카라 레전드의 반대말이 아니라
바카라 레전드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제 일상이
제 바카라 레전드라는 걸 이제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제 일상에 당신을 초대하고 있고요.
오늘,
이렇게 제 바카라 레전드의 일부분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당신의 일상에도 저를 초대해 주시겠어요?
기꺼이, 당신의 바카라 레전드에 일부분이 되겠습니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