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아이돌론 저자사이토 미나코 선생은 이 책을 일러 '문학론론'이라고 했다. 경험상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원고로 만들 수록 실감과 재미가 떨어진다. 원고의 난이도: 내가 겪은 일-남이 겪은 일-내가 생각한 것-남이 생각한 것- 같은 식이랄까. 이 책은 남이 생각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 후 그걸 글로 만든 것이다. 재미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음식의 냄새만 모아서 요리를 만든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무척 재미있다. 바카라 딜러에 따라 재미없게 읽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만 재미없는 평론(미안하지만 세상 평론의 대부분이 좀 그런 편이다)을 읽어보신 분들은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이토 선생님 재능 대단하다.
사이토 선생은두 무라카미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거칠게 말하면 세상엔 좋아서 하는 일이 있고 싫어서 하는 일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저 두 바카라 딜러에 대한 글은 싫어서 만들어진 글 같다. 싫음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싫어할 때만 나오는 맹렬한 에너지도 있다. 사이토 선생이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과 류 선생을 다룬 글에서는 싫어하는 기운이선명하다.
하찮은 원고를 만들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동안 깨달은 게 몇 있다. 평론보다 창작이 어렵다. 비난보다 칭찬이 어렵다. 칭찬을 재미있게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상사와의 회식 자리에서 아부하는 바카라 딜러들을 본 적이 있는 분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이 책을 읽으며기분이 묘했다. 아주 좋은 재능이 남을 놀리듯 비난하는 방향으로 흐른 것 같았다.
사이토 선생님이 하루키와 류에 대해 말한 비판에는 꽤 날카로운 부분들이 있다. 일리 있으니 열심히 보고 참고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분과 식사를 하고 돌아선다면 기분이 굉장히 찜찜할 것 같다. 그런 바카라 딜러 있잖아. 나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겁나는 바카라 딜러. 사이토 선생의 이번 책은 그런 바카라 딜러과 마주 앉아 엄청나게 수다를 떤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나카 야스오를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어쩐지 크리스탈은 진짜 엄청난 소설이다. 굉장히 좋아한다. 정식 한국어판을내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 정 안 된다면 나라도 돈을 모아서 내고 싶다.
바카라 딜러에 대한 다른 책들
바카라 딜러라는 사람, 엘리너 와크텔
캐나다 저널리스트가 오랫동안 진행한 바카라 딜러 인터뷰. 지금 살아 있는 영미 문학 바카라 딜러의 생각을 한국어로 옮겨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인터뷰의 양과 질 모두 무척 대단하다.
불멸의 바카라 딜러, 위대한 상상력, 서머셋 모옴
원제는 '10개의 소설과 그 바카라 딜러들'이다. 제인 오스틴, 스탕달, 발자크, 허먼 멜빌 등 그와 비슷한 시대를 산 소설가에 대해 말한다. 서머셋 모옴 책을 읽고 실망한 적이 없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서머셋 모옴을 새삼 다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