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게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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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된 한 동네 두 집 살림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

이사를하고 나서 꼬박 두 달간은 작업실 출입을 삼갔다. 새로 둥지를 튼 본가(?)살림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며칠간에 걸쳐 싱크대 바카라 게임를 하고 나서 며칠은 옷장 바카라 게임, 앞 베란다 바카라 게임, 뒷 베란다 바카라 게임, 냉장고 바카라 게임, 욕실 바카라 게임, 작은 방 바카라 게임, 창고 바카라 게임, 바카라 게임, 바카라 게임, 바카라 게임의 연속이었다. 저녁 즈음 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쓰러지기 일쑤였다.워낙 낡은 집이라 손볼 곳도 많았고새롭게 구입하는 살림도 많았다.


새롭게 들인 살림 중 가장 덩치가 큰 건10소파였다. 넓은 거실에 커다란 소파가 있는 인테리어 사진을 숱하게 봤던 터라 나도 모르게 이런 스타일의 소파가 어울리겠군, 하고 사버렸다. 원하던 스타일의 좋은 제품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고 그보다 5분의 1쯤 하는 가격대의 비슷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제 값을 주고 사야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겠지만 소파는 그 덩치만큼이나 가격이 후들거려서 몇 백만 원짜리 소파를 덜컥 살 수는 없었다.


그다음으로 들인 큰 살림은 침대였다. 기존 집은 안방이 작은 데다 바카라 게임 짐이 많았다. 요 하나만 깔아도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좁았다. 한데 이 집은 안방이 어찌나 넓은지20평대 아파트의 거실만바카라 게임.바카라 게임의 물건들을 모두 작은 방 한 곳으로 옮긴 덕분이기도 했지만 방 네 개짜리 집의 위용인 듯싶었다.싱글 침대 두 개도 충분히 놓을 수 있는 넓이였기에 어떤 바카라 게임 살까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그냥 싱글 침대 두 개를 사려고 했다. 큰 사이즈의 침대를 사도 어차피 바카라 게임의 코골이 때문에 옆에서 못 잘 게 뻔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싱글 사이즈는 나보다 체격이 큰 바카라 게임한테는 불편할 듯했다. 그럼 퀸 하나와 싱글 하나? 아무리 안방이 넓다지만 그렇게 두 개를 놓으면 또 너무 좁아질 거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결론은 킹 사이즈뿐. 그건 내가 집에서 잘 때마다 바카라 게임의 코골이를 참고 버티든가 전처럼 거실에서 자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어차피 새 소파도 들어올 거니까 거실에서 자는 게 그리 불편하진 않을 터. 작업실의 싱글 바카라 게임에서 혼자 자는 대가로집에서 가끔 불편하게 자는 건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싱글 두 개를 놓아두면 바카라 게임이 안방에서 잘 때마다 빈 침대를 바라보게 될 테고, 그러면 나의 부재가 더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바카라 게임에게 싱글 두 개와 킹 사이즈를 놓고 고민했다는 말을 숨겼다. 그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서운해할지도 몰랐다. 굳이 전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는 그냥 혼자 꿀떡 삼키는 게 낫다. 바카라 게임에게는 그냥 큰 원목 침대를 샀다고만 일러두었다.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 바카라 게임을 위해 매트리스만큼은 신경 써서 골랐고, 난생처음 하얀 호텔식 침구류도 주문했다.


한겨울에 이사를 한 데다 처음 살아보는 꼭대기층이어서 신경 쓸 게 많았다. 거실뿐 아니라 모든 방마다 방풍 커튼을 달고, 러그도 여러 장 주문해서 곳곳마다 깔았다. 소파에서 자게 될 경우를 대비에 두툼한 담요도 한 장 구비바카라 게임. 방한 대비를 얼추 끝내고 나서는 주방 쪽을 정리했는데 설명절과 시할머니 제사를 함께 준비해야 해서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녹이 슬어버린 식기 건조대를 버리고 깨끗한 흰색 건조대를 새로 샀다. 이제껏 사본 적 없는 주방조리도구 세트도 구입하고 액체 양념류를 담을 양념병도 구매바카라 게임. 짝이 안 맞거나 얻어다 쓴 각양각색의 반찬용기는 한 곳으로 집어넣고 깔끔한 유리 반찬용기도 한 세트 사들였다. 요리를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에어프라이어도 사고 대학교 2학년이 된 큰 아이에게 늦었지만 대학 입학 선물로 원목 책상도 하나 마련해 주었다. 20년 전 결혼할 때 산 덜덜거리는 통돌이 세탁기를 처분하고 용량이 큰 드럼 세탁기와 바닥 청소를 도맡을 로봇 청소기도 장만바카라 게임.


바카라 게임전셋집의 월넛 몰딩에 맞추어 수납장도 진한 색깔의 원목으로 맞추었다.


덕분에 언니가 대학원 합격을 축하하며 보내 준 한 학기 등록금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프리랜서 업무로 한 번에 받은09모두 더하면작업실 2년 치 월세나 다름없는 거금이었다.


결혼 후 일곱 번째 이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살림 장만에 공을 들였다. 작업실을 만들 때 취향을 고려해 가며 공간을 꾸민 것처럼 집에도 쏟을 수 있는 정성(과 돈)은 모조리 쏟아부었다. 내가 독립적인 공간을 꾸렸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족을 떠난 것은 아니라는 걸 그렇게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엄마와 아내가 함께 머무르고 있지 않아도(이게 중요!)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음을 느끼길 바랐다. 그리고 작고 비좁은 작업실과 달리 너른 공간과 탁 트인 전망을 가진 집만의 편안함과 매력이 있어야 나도 집을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바카라 게임한 겨울에도 볕이 잘 드는 거실. 소파는 겨우내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자는 통에 벌써부터 가운데가 움푹 파였다.
바카라 게임베란다는 원래 이전 집 거실에 있던 소파베드를 두고 러그만 새로 깔았다.


집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나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카라 게임이었다. 특히 고심 끝에 고른 침대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툭하면"이 바카라 게임가 얼마짜리라고 했지?"라고 질문하거나"여보, 바카라 게임가 너무 좋아"라는 고백을 내뱉곤 했다. 그 바카라 게임 사준 내가 좋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훨씬 고가의 제품들도 많았지만 침대도 없이 생활하던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큰 마음먹고 산 제품이라 나는 그때마다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이 매트리스가 말이야, 차범근 선수가 독일에서 축구할 때 허리를 다쳤는데, 그때 사용하던 매트리스래. 당신도 허리 디스크가 있잖아. 그래서 내가 허리 아픈 사람한테 좋은 매트리스를 찾아서 비교해 보고 골랐지. 어때? 진짜 편하지?"


아내의 부재를 상쇄시켜 주는 바카라 게임의 킹 사이즈 침대.


두세 번 이런 대화가 오고 가자 바카라 게임은 언젠가부터 작업실에 놓인 내 싱글 침대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자면 몸이 상하지 않느냐며 은근히 무시하거나 작업실은 오래된 집 냄새가 나고 몇 시간 있으면 머리도 아픈 것 같다며 공간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다분히 바카라 게임의 심리가 반영된 반응 같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무래도 그렇지. 아파트 하고 다세대주택하고는 다르니까."


그리곤 속으로 웃었다. 바라던 바였기 때문이다. 잘 꾸며진 공간에서 혼자 자유를 누리는 아내보다 좋은 집 놔두고 낡고 불편한 곳에서 고생하는 아내인 편이 차라리 나으니까. 바카라 게임이 집에서 편안하게 머무를수록 내 생각이 덜 날 것이고, 나는 그만큼 자유를 누릴 수 있을 테니. 가진 현금과 두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가족의 신뢰와 자유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제 바카라 게임은 작업실 때문에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바카라 게임의 생일 파티를 하고 난후부터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일에 특별히 토를 달지도 않는다. 작업실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한 번 하더니 가끔 사람들과 조용히 만나서 미팅할 장소가 필요하면 써도 되는지 물어보고 이용하기도 한다.별거한다고 소문날까 봐나를몰아세우더니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결혼 21년 차에 한 동네 두 집 살림을 시작하게 된 나. 걸어가면 5분 거리인 48평 본가와 14평 자취방(작업실에서 어느새 자취방으로)을 동시에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내어준 시어머니처럼 살림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가족 중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게 뻔한 그 열쇠를 아직은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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