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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이 정도 빗방울 정도야 하고는 나가서 토마토를 송이째 따고 대파를 뽑고 가제보 아래에 고양이들과 나란히 앉아서 비 구경을 했다. 잔디는 엉망이고 장미는 헝클어진 마당에 과꽃과 일일초가 무성하다. 파를 다듬었다. 누렇게 시든 겉잎을 떼어내고 뿌리를 잘랐다. 벌레 먹은 잎이 없나 살폈다. 토마토도 성하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도 상처투성이인데 토마토 정도야 하는 기분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깝네, 어쩌지 하고 호들갑을 떨었을 게 분명하지만 상처는 아물고 계절은 지나기 마련이라는 걸 이제는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대파를 챙겨 들고 쌀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들어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깐 졸았다.
며칠 만에 씻었다. 안과 시술 후 삼일만이다. 힘쓰는 일, 운동, 샤워하지 마세요. 그 외 일상생활은 하셔도 됩니다,라고 했지만 힘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상생활이 있나? 마늘 한쪽 으깨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는데. 환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쩡하지만 세수도 할 수 없으니 그렇게만 보면 정상은 또 아니고, 바카라 에볼루션는 썼지만 정작 이력은 없는, 나는 또 한 번 경계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