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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제철은 언제입니까

제철 수제비

점심은 수제비로 정했다. 점심거리를 고민하던 내게 건넨 남편의 제안이었다. 뒤져보면 남은 애호박 토막이나 감자 한두 알 쯤은 있을 테니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만 하면 될 일이었다. 주섬주섬 밀가루와 소금을 꺼내다가 아차 싶었다. 손목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이라니, 찰지고 매끄러운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을 만들려면 손목에 힘을 실어 한참을 치대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손목이 아파 수제비는 무리라고하고 싶지 않았다.밀가루가 없다면 모를까 달리 둘러 댈 핑계도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볼에 밀가루를 담다가 메이저 바카라기 생각이 났다. 빵 메이저 바카라을 도맡곤 했으니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도 당연히 가능할 터였다.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가 계절이 사람보다 정확하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생각은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다시 튀어 오르는 빗방울처럼 눈길이 닿는 곳마다 질문을 남긴다. 수국의 제철은 장마철이고, 그 옆 분꽃은 한여름, 밤나무는 가을. 그렇다면 수제비는?


수제비에 제철이 있을까?만약있다면 그건 장마철일까? 그렇다면 나의 제철은 언제일까? 혹은 언제였을까? 창밖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남편은? 그는 장미를 옮긴다고 나간 참이다. 장미 한 포기가 나무수국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여름이면 제대로 가지를 뻗지도 꽃을 피우지도 못하기에 너른 자리로 옮겨 주기로 했었는데 지금이다 싶었던 모양이다. 적어도 며칠은 계속 비가 내릴 테니 나무들이 이사하기에는 맞춤한 날씨다.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아가며 장미를 옮긴 구덩이 주위에 흙을 쌓아 다지고 있는 남편의 머리에 모자가 하나 얹혀있다. 해를 가리는 데에나 쓸모가 있을 등산용 모자다. 도대체 저 모자는 왜 썼을까? 가릴 햇볕도 없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막아줄 수도 없는, 이도 저도 소용없는 모자를 쓰고 장미 옆에서 흙범벅이 되어가고 있는 남편을 눈으로 좇는다.


메이저 바카라기에 밀가루를 담고 어림짐작으로 물을 부었다. 빵메이저 바카라이었다면 계량컵과 계량스푼, 저울을 옆에 두고 부산을 떨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수제비가 아닌가. 수제비는 까다롭지 않다. 어떻게 만들어도 실패하기 어렵다. 육수도 함께 끓일 채소도 수제비 모양도 모두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메이저 바카라기를 앞에 놓고 느긋해진 나는 밀가루도 물도 이 정도면 되겠지, 편하게 붓는다. 메이저 바카라기 레버를 당긴다. 훅이 돌아간다. 나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럽다. 힘도 세고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밀가루를 휘젓는 훅이 볼을 스치는 소리가 난다. 물을 조금 더 흘려 넣었다. 시간이 지나면 뭉쳐질 것이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여태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은 손으로 하는 일이었다.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고 휘휘 저어 어느 정도 뭉쳐지면 손바닥으로 치대었다. 성질이 급한 나는 제대로 치댈 생각은 안 하고 메이저 바카라이 잘 안 뭉쳐지면 물을 더했다. 그러다가 너무 질어 보이면 이번에는 밀가루를 더 넣곤 했다. 다시 뻑뻑해지면 물을 또 붓고, 그걸 거듭하다보니메이저 바카라이 완성될 즈음이면 필요한 양보다 많은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이 만들어졌다. 파이 메이저 바카라에 들어가는 버터를 그램 단위로 재고 계량스푼 위로 올라온 설탕이며 밀가루를 야박하게도 깎아대던 사람이 유독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에만 느긋했다.


남편은 여전히 빗속을 걸어 다니고 메이저 바카라기도 계속 돌아간다. 밀가루가 엉겨 붙긴 했지만 여전히 날가루가 더 많다. 답답한 마음을 못 이기고 볼 옆면을 따라 물을 몇 방울 흘려 넣었다.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메이저 바카라을 연신 들여다보느라 좀처럼 메이저 바카라기 옆을 떠나지 못한다. 물을 조금 더 넣어볼까? 조급한 마음에 팔이 흔들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이 흘러 들어가고 말았다. 메이저 바카라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놓은 속도로 여전히 돌아간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초에 왜 밀가루와 물의 양을 눈대중으로 대충 잡았을까? 어차피 빵 메이저 바카라이나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이나 딱 맞는 비율이 있을 텐데 말이다.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을 만들 때마다 밀가루와 물의 정확한 비율을 고민하지 않았다. 밀가루와 물을 번갈아 더하면서 맞는 비율을 찾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손으로 메이저 바카라을 치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바닥에 닿는 메이저 바카라의 무게와 질감이 딱 맞는 지점을 알려주었다. 동그랗게 뭉친 후 냉장고에서 두어 시간 묵혀 숙성시킨 메이저 바카라의 표면은 달항아리처럼 희고 매끄럽고 서늘했다. 손목과 손바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주었다가 빼며 합을 이룬 결과였다. 그 과정을 온전히 겪어내지 않은 메이저 바카라은 끓고 난 후에도 설익은 맛이 났다. 제대로 만든 수제비를 한 술 떠 입에 넣어보라. 야들야들한 수제비가 얼마나 매끄럽게 목구멍을 술술 넘어가는지. 그 원초적인 감각이 온몸을 휘감을 때 누군들 몸을 떨지 않으랴. 그러니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을 만드는 일은 빵 메이저 바카라 못지않은 정교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기계에 맡긴 채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생각을 했으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메이저 바카라기를 멈추었다. 훅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린 수제비 메이저 바카라을 훑어서 비닐백에 넣고 묶었다. 질었다. 한 입 크기로 떼어 넣기가 성가실 것이다. 쫄깃함도 덜하고 식감도 거칠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킨들 메이저 바카라이 제대로 돌아올 리는 없을 것이다. 비는 계속 내린다. 그런데 저 사람, 혹시 자신을 숙성시키는 중일까? 장맛비를 맞으면서? 쓰나마나한 모자를 쓰고? 오가는 생각이 빗소리처럼 넘쳐흐른다. 손대지 않고 메이저 바카라을 만들려다 실패한 민망함을 엉뚱한 곳으로 돌린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지는데 남편은 들어올 생각이 없다. 장미는 알맞은 시기에 옮겨졌으니 탈 없이 자랄 것이다. 제철 식목이다. 비를 맞은 후라 남편의 입에는 수제비가 달 것이다. 수제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혹시 메이저 바카라이 질다는 걸 알아챌까? 그가 고개를 갸웃거려도 나는 모르는 척해야지. 기어이 수제비 맛이 달라졌다고 한 마디 할 양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알려줘야 할 것이다. 손목과 손바닥의 절묘한 협업이 어려워진 만큼 우리 집 수제비도 제철이 지났다고. 내친김에 질문 하나를 덧붙여볼까 한다. 당신의 제철은 언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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