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에게 미역 진밥을 끓여준 것처럼 아내에게도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었다. 아이의 생일은 아내가 그토록 고생했던 날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아이를 챙기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한 아내를 위해 들깨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먼저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불린 미역을 볶았다. 그 사이, 통들깨 열 큰 술에 물을 붓고 핸드 믹서기로 곱게 갈아주었다. 흐물흐물 볶아진 미역에 들깨 물을 넣으면 짐짓 다 됐다. 이제 다진 마늘과 국간장 한 큰 술을 넣고 끓이면 완성이다. 바카라가 졸려해서 서둘러 밥을 차려야 했다. 비록 냉동밥과 반찬은 김치뿐이었지만 아내는 그것마저도 복에 겨워하며 미역국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순식간에 밥을 먹어치운 우리는 속전속결로 바카라의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다. 노랗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카라가 신기해하며 바라봤다. 까만 두 눈 가득 촛불이 반짝였다.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를 따라 바카라도 배시시 웃었다. 그 순간, 별 거 없는 내 인생에 찾아와 준 이 아이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문득 내 인생에 아직 뭔가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확신마저 들었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들깨가루는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서 건강에 매우 좋은 가루인데요. 다만 빨리 산패되는 성질이 있어서 개봉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드시지 않는다면 먹지 않는 것만 못해요. 그에 반해 통들깨는 시판용 들깨 가루에 비해 비교적 산패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또한 확실히 맛의 차이가 있어요. 시판용 들깻가루로는 뽀얀 국물색이 안 나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