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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없는 내 인생에

들깨 바카라과 출간 계약

바카라
바카라

없던인생이바뀐년이지났다. 새벽부터일어나서둘러바카라의이유식을끓였다. 열두삼백육십오일을꼬박보낸바카라는드디어돌이30. 나무의나이테처럼바퀴를것이다. 사이튼튼해진다리와351바카라는밥을내놓으라는바지춤을잡고흔들었다. 나는익숙한손길로바카라를달래며일을재빨리했다. 불린미역을잘게자른다음, 냄비에참기름을넣고미역과다진소고기를함께볶았다. 물에불린밥을물과함께넣고는진죽이때까지저어주었다.

바카라에게주는바카라. 크게걱정은했지만정도로먹을줄은몰랐다. 바카라는소중하다는황홀해하며숟가락을받아먹었다. 어쩜이리도먹는지, 당연히나와아내를닮은것이겠지만, 바카라는먹는것에진심이었다. 무엇을주든언제나신나게먹는바카라덕분에나도신나서이유식을만들곤했다. 아내를위한식탁을차리고바카라를위한이유식을만들면서그렇게년을보냈다. 생일날, 소고기미역진밥을먹는바카라를보면서나는조금은마음이뭉클해졌다.

하지만감상에젖을새가없었다. 바카라가오늘어린이집에등원하는날이기때문이었다. 밥을먹인, 나와아내는바카라의기저귀를갈고옷을입히고, 다시한번준비물을점검했다. 우리는바카라에게지금부터어떤일이펼쳐질지설명해줬다. 바카라가오늘부로살이되었고, 이제엉아가됐으니어린이집에가게되었다며일단축하를해줬다. 바카라는영문도모른오렌지색어린이집가방을등에매고집을나섰다. 등원을축하해준다는핑계를대며포카도같이산책에나섰다.

어린이집까진걸어서5. 우리넷은어린이집앞에서포즈를잔뜩취해기념사진을찍고는건물안으로들어갔다. 그런데이상한조짐을느꼈는지바카라가긴장한느낌이역력했다. 여기저기서등원을바카라들의울음소리가들려왔던것이다. 코로나19아니었다면부모가수업참관을하여바카라가적응할있도록도왔을것이다. 하지만시기가시기이니만큼바카라는어린이집앞에서엄마아빠와헤어져야했다.

엄마아빠가금방테니재밌게놀고있으라고말했지만선생님품에안긴바카라는울음을터뜨리기시작했다. 나와아내는애써태연한척하며바카라에게손을흔들었지만소용없었다. 바카라는울며불며교실안으로들어갔다. 문이닫히자가슴이아팠다. 젖몸살을앓듯잠시그랬다.

30, 바카라는퉁퉁부은눈으로다시우리품에안겼다. 엄마를발견하곤대성통곡하는바카라가안쓰러우면서도참으로대견하고귀엽고사랑스러워서볼에뽀뽀를하고엉덩이를토닥여줬다. 기분이복잡했다. 그건불과1전만해도결코상상할없었던감정이었다. 아니, 상상할필요가없었던감정들을만날때마다나는기존의세계가초라하게허물어지고다시빵빵하게팽창하는느낌을받곤했다. 그럴때면없는인생에아직뭔가가남아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 들어발이벌벌떨릴만큼두렵고설레기도했다.

지난1그랬다. 마치다른사람의인생을빌려것처럼새로운삶을살았다. 육아휴직을하고, 아내를위한식탁을차리고, 포카를돌보고바카라의육아를하며, 가끔씩감상을글로적어내려갔던시간들이나를예상보다곳으로데려다주었다.

바카라의생일즈음엔출판사와계약을했다. 가을에서겨울즈음에책이나올예정이다. 내가요리책을낸다니, 정말상상도하지못한일이다. 글을읽고계신여러분덕분이다. 지난1응원해주신덕분에용기를얻어계속글을있었다. 정말감사하고감사할따름이다(정말감사해요. 책이나오면인사드릴게요).




바카라에게 미역 진밥을 끓여준 것처럼 아내에게도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었다. 아이의 생일은 아내가 그토록 고생했던 날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아이를 챙기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한 아내를 위해 들깨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먼저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불린 미역을 볶았다. 그 사이, 통들깨 열 큰 술에 물을 붓고 핸드 믹서기로 곱게 갈아주었다. 흐물흐물 볶아진 미역에 들깨 물을 넣으면 짐짓 다 됐다. 이제 다진 마늘과 국간장 한 큰 술을 넣고 끓이면 완성이다. 바카라가 졸려해서 서둘러 밥을 차려야 했다. 비록 냉동밥과 반찬은 김치뿐이었지만 아내는 그것마저도 복에 겨워하며 미역국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순식간에 밥을 먹어치운 우리는 속전속결로 바카라의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다. 노랗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카라가 신기해하며 바라봤다. 까만 두 눈 가득 촛불이 반짝였다.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를 따라 바카라도 배시시 웃었다. 그 순간, 별 거 없는 내 인생에 찾아와 준 이 아이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문득 내 인생에 아직 뭔가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확신마저 들었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들깨가루는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서 건강에 매우 좋은 가루인데요. 다만 빨리 산패되는 성질이 있어서 개봉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드시지 않는다면 먹지 않는 것만 못해요. 그에 반해 통들깨는 시판용 들깨 가루에 비해 비교적 산패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또한 확실히 맛의 차이가 있어요. 시판용 들깻가루로는 뽀얀 국물색이 안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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