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워버릴 수도 있는 가상의 공간이긴 하지... 그래도... 바카라 게임가 좋아했던... 심지어 유일하게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동굴 속이라... 이 동굴을 박차고 나가버린 바카라 게임 때문에 너무 놀라서였을까...
어쨌든 주인이 떠난 그 빈방은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올 것처럼여전히 밝고 따뜻했다.
그래도 어린 바카라 게임와 내가 마왕의 공포를 피해 만들어낸 나름 우리만의 포근한 안식처가 아닌가.
단지 바카라 게임만이 사라졌다. 여행을 가듯 물건을 챙긴 것도 아니었고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그저 몸만 달랑 빠져나간 자리. 좋아했던 장난감.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가는 라디오... 색연필. 연습장... 소소한 물건들이 다 그대로였다. 엉클어져 흐트러진이부자리... 도대체 이불밖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숨 쉬는 것도 힘겨워하던 바카라 게임가 어떻게 호랑이에게 덤벼들어 등에 매달려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건지...
이 극과 극의 낯선 변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론 바카라 게임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한참의 시간이 지난 건 사실이었다. 그간에 그저 벌벌 떨던 바카라 게임는 작은 인형이나 라디오나 이불속에서 놀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을 모으기도 했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안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혼자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법 미소를 지으며 웃어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바카라 게임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러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내게 들어오라고 하거나... 어쨌든 한사코 이 바카라 게임 사수하고 벗어나길 거부했었는데.
은근 내 덕분인가... 이런 바카라 게임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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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그날 밤 죽음을 떠올리며 공포를 견뎌내던 내 모습이 바카라 게임에게도 자극이 된 걸까...
잠깐은 으쓱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내 뭔가 중요한 걸놓쳤다는 바카라 게임...
내가 너무 바카라 게임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걸 보면...
바카라 게임를 걱정하진 않았다. 어차피 꿈이 아닌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다. 마지막에 사라지는 장면에선 호랑이가 더 당황해서 뛰었을 뿐 바카라 게임는 오히려 호랑이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들지 않았던가. 그 눈빛은 처음 늙은 노파 같던 매서운 바카라 게임를 만났을 때의 차갑고 서슬 퍼런 독기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의지에 불타는 맹렬함이 있어...
적어도 호랑이에게 잡히지 않겠다는 그 의지만큼은 ...
그거였다. 어쩌면...
내가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그가 두려워하고 있어 위축되어 있다는 이유로...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그녀를 함부로 불쌍하게 바카라 게임했다.
나를 '함부로 불쌍하게' 돌보았구나. 저렇게 내가 바카라 게임치도 못할만큼용감하게 뛰쳐나갈 수 있는 사람인데... 그랬지. 분명 그랬던 아이였는데... 어린 시절 무쇠고집으로 땡깡을 피운다고 별명이 '땡삐'였던 그 단단함을 내가 함부로 불쌍하게 동정했구나. 이런 미친 짓을 능히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존재였는데...
나는 나를 너무 대충쉽게 보는구나. 때로 무심하게, 때로 불쌍하게, 때로 깊은 편견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