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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맛

그리움이 더해져

올 듯 말 듯 밀당하던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11월은가을이라 해야 할까, 겨울이라 해야 할까? 추위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맘때가 한겨울보다 오히려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뜨끈하고 얼큰한 음식이 당기던 차에 바카라 아라 떠올랐다. 친구의 소개로 찾아갔다가 그 맛에 반한 수제비 전문점.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수락산역 '먹자골목'의 맛집이었다.

고추장을 푼 육수는 매콤하면서 감칠바카라 아라 돌았다. 손으로 뜯어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울퉁불퉁 못생긴 수제비가 보기에도 맛스러웠다. 부드러우면서도 찰기가 있고 육수의 바카라 아라 잘 배 있었다. 국물과 수제비를 같이 떠서 후루룩 먹다 보면 순식간에 그릇이 비워졌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종종 가던 곳이었는데 그동안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마지막으로 간 게 코로나19 이전이었으니 4년여 만에 가는 거였다.
식당에 도착한 건 오후 6시 조금 못 미쳐서였다. 맛집바카라 아라 명성에 걸맞게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와! 맛있겠다, 저 많이 먹을 거예요.''
아들은 오랜만에 온 터라 군침이 도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먹방을 예고했다. 나도 잔뜩 기대하며 어서 바카라 아라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항아리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뜨끈한 고추장 바카라 아라 나왔다. 기억하고 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후' 불어서 한입 먹은 순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하게 달라진 맛을 느꼈다. 맛없는 건 아니었지만 예전에 내가 반한 맛과는 달랐다.
'나만 느낀 건가?'하고 남편과 아들 낌새를 슬쩍 살폈다. 두세 입 먹고 난 아들이 말했다.
''뭔가 예전하고 달라졌는데요.''
남편도 입 밖으로 말은 안 했지만 동의하는 눈치였다.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말했다.
''엄마, 바카라 아라도 도루묵처럼 됐네요.''

도루묵 설화는 애들 어렸을 때 곧잘 읽었던 전래동화 속 얘기이다.

조선의 한 왕이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궁궐로 돌아온 왕이 생선을 다시 먹어보니 전에 먹던 바카라 아라 아니었다. 그 맛에 실망하여 “도로 묵이라 불러라”하고 명해서 ‘도로묵’이 되었다.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의 바카라 아라 예전보다 못할 때면 우리 가족은 '도루묵'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과연 수제비 음식점 바카라 아라 바뀐 걸까, 우리들 입바카라 아라 변한 걸까? 도루묵이 산란기라 살이 푸석하고 바카라 아라 떨어진 걸까, 아니면 궁으로 돌아와 산해진미를 먹다 보니 왕의 입바카라 아라 변한 걸까?

그건 단순하게 음식의 바카라 아라나 입바카라 아라 변한 게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맛에 그리움이 더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겐 '외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어렸을 때 편식이 심했던 나는 식사 때마다 밥 먹기 싫어서 깨지락거렸다. 국민(초등) 학교 3학년쯤이었을까. 그날도 어김없이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내 밥그릇을 엄마가 홱 치워 버렸다.
“그럴 거면 먹지 마!”

두어 시간 후, 풀이 죽어 있는 나에게 외할머니가 양푼을 들고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 속에는 오이무침에 비빈 밥이 들어 있었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의 바카라 아라란! 밥알 한 톨도 남길세라 양푼을 싹싹 긁어먹었다.


이따금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오이무침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시 먹을 수 있다 해도 예전 그 맛은 느낄 수 없을테다.
그러니 그리울지라도 그냥 추억 속의 맛으로 고이 간직해 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도루묵처럼 실망하기 싫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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