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와 비연이 감옥 문을 나서는 순간, 공기가 불길하게 떨렸다. 짙게 물든 붉은 기운이 어둠을 찢으며 퍼졌고, 비수는 반사적으로 비연을 뒤로 밀치며 검을 뽑았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이는 붉은 갑옷을 입은 육왕성의 장수였다. 그의 갑옷은 희미한 빛조차 칼날처럼 반사하며 주변의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무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압적이었다.
바카라노하우;그래.바카라노하우; 붉은 갑옷의 장수가 낮게 웃으며 비수와 비연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깊었다. 바카라노하우;저 여자가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지. 눈빛 하나는 끝내 꺾이지 않더군. 그런데 보니, 그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이었나.바카라노하우;
그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공기 속을 스치자, 검 끝에서 붉은 기운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바카라노하우;기억해라. 나는 적영(赤影). 육왕성을 지키는 자다.바카라노하우;
적영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붉은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화염처럼 주변을 뒤덮었다. 비수는 황금빛 내공을 끌어올리며 그의 기운에 맞섰다. 그는 눈앞의 적이 보통의 장수가 아님을 단번에 알아챘다.
05
적영은 비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바카라노하우;혈화폭천(血火爆天)!바카라노하우; 붉은 기운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왔다. 성벽이 흔들리고, 주변의 나무가 불길에 휩싸이듯 타들어 갔다. 돌조각이 날아들며 공기를 찢었다.
비수는 검을 앞으로 뻗어 황금빛 내공을 방패처럼 펼쳤다. 바카라노하우;천강벽(天剛壁)!바카라노하우; 황금빛 방패가 붉은 파도의 중심을 가르며 대치했다. 두 기운이 충돌하며 공기가 일그러졌고, 돌들이 먼지처럼 날아올랐다. 방패와 파도의 경계에서 불꽃이 튀어올랐고, 열기가 주변을 휘감았다.
적영은 주춤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을 뻗어 검 끝에서 붉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바카라노하우;혈염회천(血焰回天)!바카라노하우; 소용돌이가 폭풍처럼 회전하며 땅을 깎아내듯 접근했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수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그 소용돌이를 가르며 외쳤다. 바카라노하우;광풍섬일(光風閃日)!바카라노하우; 황금빛 검이 반달처럼 휘둘러지며 붉은 소용돌이를 찢어냈다. 두 기운이 충돌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땅이 울리고 성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먼지가 하늘로 솟구치며 주변이 혼란에 빠졌다.
적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검을 땅에 내리쳐 대지를 진동시키며 붉은 기운을 퍼뜨렸다. 바카라노하우;적혈강림(赤血降臨)!바카라노하우; 붉은 기운이 거대한 물결처럼 퍼져나가며 땅을 갈라놓았다. 갈라진 틈새에서는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비수는 빠르게 허공으로 뛰어올라 이를 피했다. 그는 공중에서 검을 크게 그으며 외쳤다. 바카라노하우;천운지광(天雲之光)!바카라노하우; 황금빛 검이 거대한 빛의 파동을 만들어 땅 위의 불꽃과 붉은 기운을 쓸어버렸다. 빛의 파동이 땅을 따라 퍼져나가며 나무들을 도려냈다. 불꽃은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일어났다.
적영은 웃음을 흘리며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바카라노하우;염화천주(焰火天柱)!바카라노하우; 그의 검 끝에서 불기둥이 솟구치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불기둥이 하늘을 찌르며 뜨거운 열기가 대지를 녹였다. 주변의 돌조각들은 녹아내리며 용암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비수는 이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땅에 꽂아 내공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바카라노하우;천성벽하(天星壁下)!바카라노하우; 황금빛 기운이 방패를 이루며 불기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불기둥과 방패 사이에서 불꽃과 빛이 섞이며 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의 나무들은 불타며 쓰러졌고, 돌무더기들이 산산조각났다.
적영은 방어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옆으로 휘둘러 허공에서 붉은 칼날을 만들어냈다. 바카라노하우;적혈천단(赤血天斷)!바카라노하우; 칼날들이 허공을 가르며 비수를 향해 연속적으로 날아들었다.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기가 갈라졌고, 돌들이 잘려나갔다.
비수는 이를 피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검을 옆으로 그으며 외쳤다. 바카라노하우;흑운단월(黑雲斷月)!바카라노하우; 황금빛 검이 반달 모양으로 휘둘러지며 붉은 칼날을 막아냈다. 칼날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어오르고, 주변의 잔해가 폭발했다.
적영은 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검을 땅에 내리쳤다. 바카라노하우;혈마륜(血魔輪)!바카라노하우; 붉은 기운이 원형으로 회전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기운의 회전으로 주변의 나무들이 부러지고 돌들이 산산조각났다.
비수는 흔들리지 않고 검 끝에 모든 내공을 집중하며 마지막 기술을 준비했다. 바카라노하우;산천괴멸(山川壞滅)!바카라노하우; 그의 검 끝에서 폭발한 황금빛 기운이 적영의 중심을 강타했다. 동시에 성벽의 약한 지점을 타격하며 거대한 돌무더기가 적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적영은 붉은 기운을 끌어올리며 이를 부수려 했지만, 돌무더기가 그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는 분노에 찬 외침을 터뜨렸다. 바카라노하우;이따위 돌무더기로 나를 막으려 하다니! 이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바카라노하우;
비수는 그의 외침을 들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비연과 합류하여 성을 빠져나갔다. 어둠 속에서 그는 조용히 말했다. 바카라노하우;비연, 괜찮아?바카라노하우;
비연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저었다. 바카라노하우;괜찮아. 오빠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어.바카라노하우;
비수는 짧게 숨을 내쉬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바카라노하우;지금은 멈출 수 없다. 소년을 찾으러 가자.바카라노하우;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적영과의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