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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루쥬을 위한 가장 큰 산은 넘었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물론 우리 부모님께서는 처음에 걱정이 많았으나 남편을 만나본뒤로는 안심하시는 것 같았다.교직에서 오래 일하면 반무당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렴 3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한우리 부모님 눈에 든 남자는 괜찮은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남편의 부모님께서도 흔쾌히 우리의 바카라 루쥬을 축하해 주셨다. 오히려 우리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바카라 루쥬 승낙의 과정이 쉬운 것이었나. 아무튼 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큰 산을 쉬이 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바카라 루쥬 준비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미 바카라 루쥬 준비 과정의 괴랄함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식장 예약, 드레스투어, 스튜디오 촬영, 집 구하기, 혼수, 신혼여행 등등 신경 써서 결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엄청나게 싸운다는데 과연 우리는 잘할 수 있을까?
바카라 루쥬;우리 만약에 결혼 준비하다가 왕창 싸우면 어떡해?바카라 루쥬;
나는 바카라 루쥬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문득 남편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바카라 루쥬;딱히 그럴 일 없을 것 같지만 싸우면 싸우는 거지 뭐.바카라 루쥬;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갈등을 나보다 훨씬 싫어하는 사람이다. 웬만하면 싸우고 싶지 않아 다 맞춰주는 쪽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하다니!
바카라 루쥬;엇, 오빠 싸우는 거 되게 싫어하지 않아?바카라 루쥬;
바카라 루쥬;좋아하지는 않지. 그런데생각이 좀 달라졌어.바카라 루쥬;
바카라 루쥬;어떻게 달라졌는데?바카라 루쥬;
그가 나를 끌어당겨 꼭 안았다.
바카라 루쥬;나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 싸우기 싫다고 참고만 있으면 네가 얼마나 힘들겠어?바카라 루쥬;
그가 가만히 내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바카라 루쥬;난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잘하면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 너처럼 좋은 사람이 화내면 이유가 있겠지.바카라 루쥬;
나는 가슴속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목이 매이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모든 게 내 탓이라고 비난하던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나는 언제나 남 탓보다는 내 탓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내 잘못이 아닌 일도 누군가 내 탓이라고 말하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내 탓을 한 적이 없었다.나는 간혹 내 분에 못 이겨 그에게 미운 소리를 하고 금방 후회하고는 했지만, 그는 그 흔한 실언 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남편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자신이 변하면 그만이다, 너는 잘못한 게 없다 -라고 말해왔다.
그는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바카라 루쥬;그리고 이제 우리가 평생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 잘해야겠다 싶더라. 예의를 지킨달까.바카라 루쥬;
바카라 루쥬;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더 잘할게.바카라 루쥬;바카라 루쥬;
바카라 루쥬;내가 더.바카라 루쥬;
나는 남편을 꼭 안았다. 그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것처럼. 평생 볼 사람이라 더 잘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이 한없이 고마웠다. 나는 다시 한번 이 사람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의 사려 깊은 말과, 믿음직스러운 행동, 올바른 생각 앞에 나의 불안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렸다. 바카라 루쥬 준비라는 거대한 괴물과 싸워야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겁날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