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똥 싼다고 가족들 내쫓은 바카라 레전드

연말연시를 맞아 시가를 찾았다.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고, 딱히 다음 날 아침 할 일이 없어 난 늦잠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나 거실에 나가있던 남편이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나를 깨웠다. 부모님이 산책 나가자고 바카라 레전드데 같이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산책이라고 해도 주변에 걸을 곳도 별로 없는 데다 아직 잠이 덜 깬 나는 안 가겠다고 대답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다시 남편이 들어와 나를 깨웠다. 산책 나가자고 말이다. 나 없이 산책을 못 나가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왜 안 간다는 나를 계속 깨우러 오는 건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안 간다 말하지 않았느냐 했더니, 실은 엄마가 집 밖에서 우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며 그 때문에 계속 같이 나가자고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함께 사는 바카라 레전드의 눈치를 엄청 보고 사시는 두 분이 뭔가 그에 대한 얘기를 내게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신들 집에서도 혹여나 바카라 레전드이 들을까 무서워 집 밖으로 굳이 나가서 말을 하려는 두 분의 태도가 이해도 안 되고 답답했지만, 내게 할 얘기가 있다는 데 계속 잔다고 방에서 뻐길 수도 없어 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 의자에 앉아 계셨던 시부모님과 남편은 내가 나오자 다 같이 집 밖으로 나갔다. 집 밖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시어머니는 내게 미안하다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마당에서도 아무 소리 못 하다가 대문을 닫자마자 거기서조차 속삭이며 말을 하는 것인지. 또 뭐가 미안한 건지, 밖에서 나한테 하고 싶다고 했던 말이 무엇인지 묻자, 바카라 레전드이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집 안에 누가 있는 게 싫다며 전부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이없고 기가 차서 화가 확 올라왔다. 언젠가부터 시부모님은 당신들의 집인데도 매일 같이 바카라 레전드이 화장실을 가야 하는 시간만 되면, 싫건 좋건 집 밖으로 나와 그가 볼 일을 끝낼 때까지 대기하는 생활을 해왔고, 연말이라 손님으로 와 있는 나와 남편에게도 바카라 레전드의 요구를 대신해 산책을 핑계로 계속 나가자고 재촉했던 것이다. 시부모님도 물론 이런 바카라 레전드의 요구가 말도 안 된다는 걸 아시기에, 자고 있던 나까지 깨워 밖으로 내보낸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사과를 하셨지만, 그럼에도 바카라 레전드에게 맞설 용기는 없는 분들이셨다.


바카라 레전드의 심기를 거슬러 그가 다시 흉기를 들고 자살 소동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는 분들이라 웬만한 건 그냥 해주면서 조용히 넘어가려 하셨고, 나와 남편도 당신들처럼 그의 요구에 군소리 없이 따라주길 원하셨다. 때문에 시어머니는 때때로 내게 다가와 속삭이며 바카라 레전드에게 먼저 인사해 줘라, 먼저 먹을 것 좀 가져다주고 더 상냥하게 대해달라 등 이상한 요구를 하셨다. 물론 시엄마는 그저 바카라 레전드의 요구를 내게 대신 전달한 것이겠지만, 바카라 레전드의 심기를 거슬러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내게 한 말일테니, 시엄마도 완전히 타의적으로 말을 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가에 올 때마다 이런 불편한 그들의 관계와 요구를 보는 게 아주 힘들었는데, 이제는 화장실이 세 개나 되는 집에서 본인 볼 일 본다고 부모를 비롯해 온 가족을 내쫓는 바카라 레전드을 보고 참았던 화가 터져 나왔다. 나는 더 이상 시가에 머물고 싶지 않아 근처 호텔에 묵겠다고 했지만, 대중교통 없는 시골에서 내 개인 차 없이 이동의 자유는 없었다. 혼자 호텔에 묵는다고 해도 남편과 차 한 대로 이곳에 왔으니 내가 호텔까지 차를 끌고 가버리면 그가 불편해지는 거고, 설사 남편이 나를 호텔로 데려다준다 해도 그가 차를 끌고 가버리면 나는 호텔에 갇혀 다시 이동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상황이 너무 기분 나빠 혼자라도 남은 연휴 기간 동안 호텔에서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가버리면 자기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실 거라며 제발 있어달라는 남편의 부탁에, 나는 다시는 시가에 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 시부모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족끼리 카드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갈등이 있어도 그걸 해결하지 않고, 일단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괜찮은 듯 행동바카라 레전드 것도 일종의 미국 백인들의 특징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 시부모님도 그러했다. 나한테 그런 행동은 마치 일단 눈앞에 있는 문제를 피해서 잠시 안 보이게 바카라 레전드 근시안적인 행동으로 밖에 안 보였고, 거기서 답답함을 느낀 나는 이 일로 시부모님과의 마음의 거리가 많이 멀어져 버렸다.


물론 정신이 아픈 척을 하며 가족들을 조종하는 바카라 레전드이 제일 문제겠지만, 그의 진짜 문제를 알면서도 원하는 대로 해주고 다른 자식들에게까지 그걸 따라주길 요구하는 시부모님도 현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나와 남편에게는 바카라 레전드에 대한 불만을 속삭이는 걸 보면 우리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이용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족이니까 안 보고 살 수도 없는 것이지만, 이미 거의 끊어지다시피 멀어져 버린 마음의 거리는 좁히기 어려울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