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쾌적한 환경에서 잘 지냈지만, 겨울에도 따뜻한 아파트 거실은 화초에겐 꽃을 피울 수 없는 나쁜 환경인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영하로 뚝 떨어진 추운 겨울날, 바카라 나락을 바깥세상에 노출시키고 밤사이 차가운 기온을 경험하게 했다. 얼어 죽을까 봐 걱정스럽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바카라 나락을 보낸 다음 해 봄, 놀랍게도 꽃망울을 맺고 시간이 지나니 꽃을 피워냈다. 수 없이 매달린 작은 꽃송이들을 인공수정 시키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곧이어 초록의 열매를 만들고 보석보다 예쁜 빨간 열매를 그해 가을과 바카라 나락 내내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편리한 아파트 환경이 화초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미안했다. 거실에만 앉아 있는 화초는 꽃피우고 열매 맺는 일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겨울마다 그 환경조건을 맞추기 힘들어서, 이제는 몇 개 남지 않은 바카라 나락이 나와 함께 있는 동안 무성한 잎사귀만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