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유머의 남자
일상이 유머인 연인은 행복합니다
문맥상 보석 작가 연재는 다음주에 발행하고 아래 글을내 의사 남친의 이솝우화카테고리로 재발행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본글은보석 같은 작가님들을 소개합니다의 12.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편의 서두글입니다.
1장. 우주적인 유머를 가진 남자
밤하늘
- 정호승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별들이 하나씩 있지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야
밤하늘에 저렇게 별들이 빛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별들이
빛나기 때문이지
내 짝꿍 바카라 두바이는 밤에 잠잘 때면 꿈을 많이 꾼다. 20대에 돌아가신 아버지, 4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의 꿈에 단골 주인공이시다.대개 배경은 시험 치는 학교 교실이나 스펙터클한 전쟁의 한복판, 세계, 우주 등이다.
내 고등학교때 남자 이상형은 '나라와 민족을 가슴에 품은 남자'였다. 공교롭게도바카라 두바이가고등학교 때부터 품은 꿈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였다.바카라 두바이가 머리가 비상한데도 돈 버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다. 아니, 이 남자의 그녀 곧 내가 더 희망했고 날마다 희망한다.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돈 버는 일은 내가 할 테니, 나라와 민족을 가슴에 품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를 말이다.명의 허준, 이순신, 독립운동가, 선교사 등등 대의를 품은 남자가 맨날부동산이나주식시세 같은투자기회에만골몰하겠는가싶었던 것이다.바카라 두바이도그런 쪽은 본래 무심한데다 그나마조금묵혀 놓았던 미국 주식도 거이다 팔아가고 있는 이유다.부모님께 상속 받은 집과 땅 등도 먼훗날 대의를 위해 구상 중이다.
그래서일까. 바카라 두바이는 예전부터 (밤에) 스케일이 큰 꿈들을 자주 꾼다. 상당 부분 주제는 도시를 구한다거나 나라, 세계 심지어는 우주를 구하는 꿈이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해괴망측한 과대망상증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현실에선 냉철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모두가 잠든 밤에 피어오르는 그의 무의식의 세계, 그곳에서 자신의 오랜 포부를 구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근데 이 스케일이 큰 남자의 꿈에, 이젠 나도 부쩍 여주 곧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멀쩡한 사람으로만 출연하면 좋은데, 종종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진화해서 등장한다 것이 문제다.그래 어제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 꿈에 나는 나왔는지, 내가 나왔다면 어떤 캐릭터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었는지가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얼마 전 우리의 대화는 그런 일상 중 한 토막이었다. 바카라 두바이가 대뜸 말한다.
바카라 두바이;(어제도) 내 꿈에 (또) 너 나왔어바카라 두바이;
얼마 전 그의 꿈이 떠올라 내가 말했다.
바카라 두바이;이번에도 나 꼴뚜기로 나왔어?힝..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예능 PD처럼 흥에 겨워 말했다.
바카라 두바이;아니, (이번엔) 우리 엄마로 (나왔어)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정말?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근데 엄마가 철딱서니가 없었어ㅋㅋㅋ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흥! 일루 와!바카라 두바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너무도 절절히 그리워하는 바카라 두바이, 그는 일상 속에서도 내가 종종 엄마 같다는 말을 한다. 나랑 있으면 자주 아니 과도하게 편안해 하고 안정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그의 꿈의 메인은 그날도 우주였다. 바카라 두바이는 전날 꿈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바카라 두바이;근데 (어제) 꿈이 왜 이렇게 힘든 거야?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무슨 꿈인데?바카라 두바이;
바카라 두바이;AI시대 로봇들이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니깐 도망가는데..바카라 두바이;
내가 브런치에 나중에 쓸 수도 있으니 스토리를 말해 보라 하고 메모를 하려니, 이렇게 쓰라 정리해서 읊어 준다.
바카라 두바이;화약이 사라진 2099년에, 들리는 것은 우리를 쫓아오는 기계들의 발자국 소리와 그들이 쏘는 광선 소리, (그리고) 쿵하고 넘어지는 사람들 소리뿐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단은 그렇게 해서 탈출해 나가서 전열을 준비해서 돌아온다.바카라 두바이;
사실은 내가 (어제) 꾼 꿈은 우주정거장에서 일어난 일이었거든. 내가 우주를 지키는 꿈이었어.
그날 내 남자는 꿈조차도 우주적이라며, 클레어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늘 그러듯 칭찬 퍼레이드를 펼쳤다.
아무튼 이번엔 바카라 두바이의 꿈에, 내가 꼴뚜기로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그간 그의 꿈속 나의 배역은 휘황찬란했지만 꼴뚜기는 좀 가오가 너무 없지 않은가.그의 꿈속에서 내가, 그가 사랑하는 어머니로 분하여 나왔다니 위신이 회복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니 꿈 밖에서고, 꿈 안에서고 그가 사랑하는사람은결이같은 '나, 클레어'라는 사실이뭉클하게감동으로 다가왔다.
*1장 스토리의 에필로그는 본글의댓글에서 발췌해 아래 기술드려요.
클레어: 근데 왜 꿈에 내가 꼴뚜기로 나왔어? 꿈은 무의식 반영이라는데.. 내가 어디 봐서 꼴뚜기로 연상돼?
바카라 두바이: 꼴뚜기가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클레어: 그래? 무슨 가치가 있는데?
바카라 두바이: 어물전 망신은 누가 시킨다 했지?
클레어: 꼴뚜기.. 우씨! 그거 욕이잖아!!!
바카라 두바이 : 어물전에 중요한 존재야
클레어: 모래?
바카라 두바이: (만화) 둘리에 보면 꼴뚜기별 왕자님이 나오잖아요.
클레어:... 일루와. 그것도 좋은 말 아닌 것 같아.
바카라 두바이: ㅋㅋㅋ
그날 바카라 두바이는 등짝 스매싱을 피하려 거실 쇼파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바둥거렸다. 그러나 결국 파다닥!
아기공룡둘리 - 꼴뚜기별의 왕자님편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프롤로그 :연극을 개막하기에 앞서 작품의 내용이나 작자의 의도 등에 관한 해설.소설의 시작부분.첫머리. 같은 것입니다.(서사,서막,서시)에필로그에 대응하는 말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시나 소설 등의 맺음 부분.연극에서는 극의 종말에 추가한 끝대사 또는 보충한 마지막 장면을 말한다.프롤로그에 대응하는 말이기도 하다.
2장.그들의그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